구설수 오른 ‘라응찬 전 회장’
구설수 오른 ‘라응찬 전 회장’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2-09 10:00
  • 승인 2015.02.09 10:00
  • 호수 108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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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사외이사→자진사퇴 파문…곳곳에 불똥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라 전 회장을 둘러싼 갖은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라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치매)를 앓는다며 신한사태와 관련한 법정 증인 출석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농심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됐다.논란이 불거지자 라 전 회장은 농심 사외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퇴 했지만, 치매증상이 거짓말이란 주장이 나왔다. 또 라 전 회장이 여전히 신한지주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거센 후폭풍…알츠하이머 주장 거짓 의혹
부실수사 비판 고개 들어…금융권도 촉각 

라응찬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농심이 라 전 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해 회사의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법적이나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는 인물이 선임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로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자, 윤리적으로도 지탄을 받고 있어 논란이 일어났다.

신한사태는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함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 돼 일어난 사건이다. 이 때 라 전 회장은 명예회장 자문료 명목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개입하고, 이상득 전 의원 측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라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또 라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신한사태에 따른 충격으로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중에 있다”며 법원의 증인 출석요구에 불응해왔다. 라 전 회장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이처럼 농심의 사외이사 자격 시비가 붙으면서 라 전 회장은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농심은 지난 4일 주주총회 소집결의에 대한 정정 공시를 내고, 라 전 회장의 자진사퇴 사실을 알렸다. 이는 농심이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한지 닷새,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지 하루 만에 결정됐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농심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 자진사퇴 후에도 라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우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라 전 회장의 치매 병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기업인 농심에서 공공연하게 치매를 앓는 것으로 알려진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치매 환자로 보기 어려운 그간의 행적들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라 전 회장은 2012년 11월 신한사태와 관련돼 열린 공판에 치매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하지만 2013년 12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재판때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참여연대 측은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라 전 회장이 검사의 질문에 대체로 명확하게 진술하면서도, 신상훈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면 치매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회피했다”고 말한다.

여전한 영향력 과시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에는 청바지 차림의 정정한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 신한은행 직원의 의전을 받으며 출국하는 모습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말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 관련 모임에 참석해 술잔을 돌렸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참여연대 측은 “2015년 1월 신한은행 동우회 소식지에 지난해 말 송년회 모임에 라 전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며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시켜서 참석자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즉 신한은행 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해외여행을 다니고, 동우회 송년회에 참석할 정도의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상태란 지적이다.

더욱이 라 전 회장의 신한금융지주 내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정황들로 인해 신한금융지주도 비상이 걸렸다. 신한사태 후 꼬여버린 신한금융지주의 후계구도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라 전 회장이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이 대외적으로 거론된 이상 차기 회장 또는 행장 후보들이 라 전 회장의 라인인가, 아닌가를 두고 계속해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의 불씨는 검찰로까지 번졌다. 부실수사에 대한 의혹이다.

참여연대 측은 “검찰은 라 전 회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라 전 회장이 법원 증인으로 출석할 때만 해도 건강이 괜찮아 보였는데, 검찰 관계자가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인터뷰 기사를 근거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농심의 사외이사로 나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행중인 조사에 응하고 진술할 수 있는 상태임이 드러났다”며 “라 전 회장의 치매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례적으로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의 병명에 대해 주치의 서울대병원 의사에게 확인한 바, 외견상으로는 정상인과 유사하게 보이나 기억력 테스트 검사 결과 기억력 저하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검찰은 조사 진행에 따라 라 전 회장의 치매 상태 등을 정확히 확인해 필요에 따라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지난 6일에는 그동안 출석을 미뤄온 라 전 회장의 검찰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해명과 소환조사 진행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라 전 회장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라 전 회장의 거취로 인해 농심, 신한금융지주, 검찰로까지 번진 논란의 불씨가 어떻게 점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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