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토종 업체들이 수입맥주에 밀려나는 모습이다. 국내 점유율 1위인 카스와 2위 하이트는 나란히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수입맥주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비중이 국산 맥주를 추월할 만큼 커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일어난 소독약 논란 등 집안싸움이 독이 됐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그동안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자구도였던 국내 맥주시장에 롯데주류가 진출함에 따라 맥주시장 재편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일고 있다.
양대산맥 지고 본격 지각변동 시작
수입맥주 열풍이 지속되면서 맥주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국산 맥주가 수입맥주에 추월당한 것이다.
관세청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맥주는 1억1164만 달러(1200억 원)로 전년대비 24.5% 증가했다.
수입량이 증가한 만큼 대형마트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해 수입맥주가 대형마트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맥주 판매 점유율은 2013년 25.4%에서 30.02%로 증가했다. 2010년 수입맥주가 전체 맥주 매출의 13.3%에 불과했지만 2~3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2013년만 해도 국산 맥주에 밀려 5위권 밖에 있던 독일 맥주와 일본 맥주의 성장이 눈에 띈다. 독일 맥주와 일본 맥주는 각각 3위, 5위에 올라섰다. 일본 아사히 맥주의 경우 국내 수입 맥주회사 중 처음으로 2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수입 맥주 순위는 아사히·삿포르 등 일본 맥주가 4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하이네켄을 비롯한 네덜란드 맥주가 2위, 독일맥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지난해 5위였던 중국 맥주는 4위로 올라섰고, 미국 맥주는 수입량이 줄면서 5위를 기록했다.
이마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마트 주류 매출 결과 수입맥주 매출은 8.5% 늘었다.
반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토종 업체들은 판매 점유율이 3%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독일 맥주와 일본 맥주가 5위권 안으로 진입하면서 국산 맥주 브랜드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1위인 오비맥주의 카스는 2013년 37.4%에서 32.3%로 판매 점유율이 떨어졌다. 전년대비 5%가량 떨어진 수치다. 2위인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주는 15.6%에서 15.4%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밖에 두 회사 브랜드 제품 중 2013년보다 점유율이 오른 제품은 없다.
전체 맥주 브랜드 점유율 역시 하락했다. 지난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전체 맥주 브랜드 점유율은 각각 36.6%, 24.2%로 전년대비 7.4%, 5.1% 하락했다.
롯데 클라우드
나홀로 성장 눈길
양대 산맥으로 불려온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입지가 흔들리는 이유는 세 가지로 지목된다.
우선 편의점과 마트에서 다양한 수입맥주 상품을 취급하면서 수입맥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마트 측은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수입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 판매량 증가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 “현재 수입 맥주 인기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30% 이상 비중을 지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두 번째로 지난해 업계에 불거졌던 ‘카스 소독약 논란’ 등의 집안싸움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여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당시 오비맥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카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등 문제가 생겼고, 특히 가임기 여성은 조심해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산화취’를 냄새의 원인으로 결론지으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루머 유포자가 하이트진로 직원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처럼 집안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고, 결국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신생 세력으로 등장한 롯데주류의 존재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4월 80여년간 지속돼 온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양자구도를 깨고,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실제로 국내 맥주 가운데 롯데주류가 판매한 ‘클라우드’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클라우드는 당초 시장 점유율 목표였던 5%를 넘어선 8%를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출시 당시만 해도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던 상황이어서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집안싸움 영향으로 출시 9개월 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밖에 최근 맥주시장 트렌드의 변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점점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3개월 이내에 맥주를 마신 적이 있는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수입맥주를 마시는 이유 1위는 ‘맛이 좋아서’(72.5%)로 나타났다. 또 ‘원산지 별로 맛이 다양해서’(48.8%), ‘종류가 다양해서’(44.9%)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업체의 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오비맥주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할인판매 행사를 적극적으로 했던 것이 수입맥주 판매 점유율 상승 이유로 본다”며 “한국주류산업협회에서 2013년 3월 이후 전체매출 통계 자료를 내고 있지 않아서 전체 매출 통계자료를 모르는 상황이지만, 자체 조사 결과 수입맥주는 아직 시장 전체에서 7~10%가량만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 역시 “수입맥주가 강세를 띠고 있다”면서도 “자사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맥주도 있고, 국내 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서 지금처럼 주력제품 위주로 영업을 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