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 첨가물 HVP 들어가…안정성은 ‘글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초보 주부들의 요리 필수품으로 떠오르던 조미료 샘표 연두가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샘표 연두는 합성물질이 첨가된 조미료가 아닌 천연조미료라는 점을 강조해 인기를 얻어 왔는데, 알고 보니 인지도가 낮은 대체 첨가물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샘표 입장에선 조미료 시장에서 보여주던 연두의 상승세는 물론, 기업의 이미지 하락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더불어 이러한 논란은 식품 시장 전체의 문제로 거론되고 있어 심각성한 파장을 예고한다.
소비자포럼 연구 결과 레불린산 검출
무첨가·마이너스 광고는 소비자 현혹
샘표 연두가 사용한 대체 첨가물은 식물단백질 가수분해물(HVP)이다. 앞서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은 제품 포장에 L글루탐산일나트륨(MSG) 무첨가를 표기하는 등 무첨가를 강조한 12개 제품 중 8개 제품에서 HVP 검출 지표 레불린산(levulinic acid)이 나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 한 가지 제품이 샘표의 연두였던 것이다. 지난해 연두의 판매액은 총 170억 원으로 전년(143억원) 대비 15.6% 성장했다. 2012년보다는 295.3% 상승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었던 터라 비난이 다소 집중됐다.
대체 첨가물 HVP는 탈지 콩, 밀글루텐, 옥수수글루텐을 염산이나 황산으로 가수 분해해 얻는 아미노산 액으로, 주로 간장 원료 및 소스류, 즉석면, 수프 등 가공식품(조미료)에 쓰이고 있다.
해당 실험을 의뢰받은 한국식품연구소는 레불린산이 천연단백질에는 존재하지 않고, HVP가 사용된 제품에는 레불린산 함량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어 이를 HVP 사용 여부에 대한 지표 물질로 사용해 실험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밝힌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은 “대체 첨가물로 쓰인 HVP 안에는 MCPD란 물질이 들어있는데 MCPD를 많이 섭취하면 생식장애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요리할 때 샘표 연두를 자주 찾는다는 주부 박모씨(28)는 “솔직히 요즘은 무첨가 제품이 대세지 않냐”면서 “아무래도 건강을 생각해서 연두를 사용해 온 것인데 이러한 연구 결과로 인해 혼란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무엇’을 빼고 만들었는지는 알지만 ‘무엇’을 넣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했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안전성 측면에서 유사한 첨가물을 사용하면서 특정 첨가물의 무첨가만을 표기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모습인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는 식료품 시장에 만연해 있고,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법적 제재 필요성 대두
지난달 19일 열린 무첨가 마케팅과 소비자 정책 토론회에서도 그동안 관행으로 자리 잡은 무첨가 혹은 마이너스 등의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식품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하며,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전문가들은 대부분 각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속이는 행태를 고쳐야 하며, 정부가 적절하게 사전 표시 등의 법률로 단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백형희 단국대학교 교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이용한다면 결국 각 기업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문화운동본부장은 “무첨가 표시·광고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식품 표시·광고 심의기준에 따른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교수는 이미 소비자들이 무첨가 표시를 하고 다른 첨가물을 넣는 행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말했다. 그는 25~54세 기혼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한 가공식품의 무첨가 마케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60% 이상의 응답자가 가공식품의 무첨가 표시 행태(무첨가 표시 첨가물 외에 다른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을 함유, 대체첨가물을 함유, 식품첨가물을 함유하고 있는 복합원재료를 사용)에 대해 부적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은숙 ISO 소비자 정책위 제품안전의장은 가공식품의 무첨가 제품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첨가 표시 제품들의 ▲소비자가 오인·혼동할 수 있는 표시 ▲ 허위 표시 ▲부적합한 성분명 표시 ▲복합원재료 표시 ▲일괄 표시 ▲무첨가 표시 후 대체 첨가물 사용 ▲합성첨가물을 천연첨가물로 대체 사용 등의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논의된 무분별한 무첨가 식품 마케팅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심도 있게 검토해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신경쓰겠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샘표는 이들의 의견을 연두와 연관짓는 자체가 이상하다는 입장이다. 샘표 관계자는 “우리는 MSG를 첨가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모든 제품을 대표하는 회사도 아니고, 그냥 ‘그들이 시장의 분위기를 말했구나’ 정도로만 파악 중”이라고 반박했다.
HVP 유해성을 묻는 질문에는 “해당 물질이 유해하다 혹은 유해하지 않다를 논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광고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유해성은 차후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MSG 무첨가 표기 및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제품 중 샘표 연두 외에도 베트남쌀국수, 새콤달콤유부초밥, 가쓰오우동, 직화짜장면(이상 풀무원), 비빔된장양념(CJ), 엄마는 초밥의 달인(동원), 삼채물만두(대림) 등에서 레불린산이 검출됐다. 반대로 찬마루쌈장, 방울만두(이상 풀무원), 양조간장 501(샘표), 햇살담은 자연숙성 국간장(청정원)에서는 레불린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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