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타고 온 인터넷은행…금융실명제·은산분리 완화가 관건
핀테크 타고 온 인터넷은행…금융실명제·은산분리 완화가 관건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2-06 14:33
  • 승인 2015.02.06 14:33
  • 호수 1084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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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정부발() 핀테크(fintech) 열풍을 타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신조어로 최근 정부가 가장 밀고 있는 용어다. 여기에 정부는 해외 사례를 들어가며 올해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초기 정부의 창조경제 주창으로 혼란스러워하던 재계 및 금융권이 이번에는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띄우기에 다시 한 번 긴장하는 모습이다.

은행·증권·IT 표정 모두 달라규제 어디까지 풀까
의미심장한 보고서 낸 삼성, 출사표 던진 키움증권 등

사실 현대 금융업은 정보기술(IT) 없이는 한 치 앞이 불투명할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게 정보의 저장 및 관리가 날로 치열해질 뿐 아니라 기본적인 금융업무 처리도 보다 세부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뜯어보면 핀테크 역시 앞서 신금융 등으로 불리던 대부분의 용어들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미 금융과 정보기술이 한몸처럼 엮이는 상황에서 이를 조금 더 강조하며 새롭게 정의해보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무지점 저비용 추구
전부 온라인상 해결

이에 부각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지급결제 및 예금·송금·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모두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형태를 띤다. 기존 은행들의 업무를 실제 점포가 아닌 인터넷 속으로 옮긴 셈이다.

가장 크게 구분되는 점은 무지점 저비용 구조로 오프라인 지점과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중 점포가 없다는 것은 곧 비대면 실명확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금융실명제가 강화돼 있어 이 같은 상황은 배제돼 왔다.

더불어 금산분리, 실질적으로는 은산분리가 인터넷전문은행 육성에 맞춰 해제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래 금융권의 테두리에 속한 은행·증권·보험·카드 외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변모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국내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으며 의결권이 있는 지분 참여도 4%로 제한돼 있다. 이는 미국의 25%, 일본의 20%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 시 대기업집단 특성상 부작용이 일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재미있게도 삼성그룹에 속해있는 삼성증권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금산분리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보고서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고수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무력화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삼성이 은행업 진출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은 금융업에서 은행을 제외한 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거의 전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유력후보로 꼽히던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일단 한 발 물러선 관망세다. 이미 모바일페이 등으로 지급결제 부문을 확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금융업은 부담스럽다는 제스처다. 또한 정부가 규제를 어디까지 풀어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덥석 미끼를 물었다가 추후 옴짝달싹하지 못할 것을 고려한다는 후문도 있다.

기존 은행·IT
다소 주저하는 모습

반면 공식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발표한 곳은 대부분 금융권이다. 증권사 중에는 키움증권, 저축은행 중에는 SBI저축은행이 그 예다. 은행의 경우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을 검토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쪽은 키움증권이다. 온라인 브로커리지 강자인 키움증권은 현존하는 증권사 중 제일 먼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다. 실제로 권용원 사장이 공식 계획을 발표하자 키움증권의 주가는 연일 치솟고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금융시장 안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기업이라며 은행을 통한 비대면 실명확인이 진행될 경우 연 300억 원 규모의 자금이체수수료를 절감하는 효과도 얻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한 전배승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IT기술 기반의 모회사인 다우기술과 확고한 온라인 플랫폼 지위를 보유했으며 고객 60만 명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핀테크에 관련해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존 은행권과의 승부에서 노출될 약점도 다소 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는 IT기업 등 비금융회사의 경우 낮은 인지도와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고객확보 비용이 높다면서 전산시스템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설비와 인건비 등 제반 영입비용 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도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권의 인터넷뱅킹과 비교해 예금과 대출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키움증권이 얼마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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