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올해도 전경련은 안 간다
박현주 회장, 올해도 전경련은 안 간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2-06 14:33
  • 승인 2015.02.06 14:33
  • 호수 1084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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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 미래에셋, 재계와 선긋기 지속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이번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비공식적인 러브콜을 정중히 고사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기준 재계 순위 33위로 전경련 회장단 가입 자격을 충족한다. 그러나 박 회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약해진 이익단체굳이 들어갈 이유 없나
자수성가한 주식 큰손에 대한 편견도

전경련이 10일 정기총회를 앞두고 추가적인 회장단 영입에 바쁜 모습이다. 특히 이번 총회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재추대될 것으로 발표되면서 3연임이 확정된 회장보다는 추가되는 새 얼굴이 누구일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력한 회장단 후보로 꼽히던 것이 바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다. 박 회장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더불어 금융권을 대표하는 총수로 전경련이 눈독들이던 인물이다.

그러나 전경련과 미래에셋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경련의 내밀한 권유를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거절했다. 표면적으로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실상 전혀 합류할 뜻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쪽짜리 회장단
줄어드는 총수들

이에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의 의중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은 차에 굳이 신입으로 들어와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앞서 전경련은 2013년 회장단 가입 자격을 30대 그룹에서 50대 그룹으로 확대했다. 당시 전경련은 재계 상위권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터였다. 더불어 기존 회장들의 신변상 이유로 보다 약해진 회장단을 보강해야 했던 이유도 컸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경련 회장단 21명은 회장 1명과 부회장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사실상의 그룹 해체로 사퇴했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장기입원으로 신체활동이 제한돼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감 중이라 참석이 불가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전경련 활동이 전혀 없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옛 LG반도체 사건 이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그나마 회장 후보로 꼽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로 대외활동이 힘들어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경우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나서 일찌감치 탈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집행유예라 아직 전면에 나서기는 조심스러운 상태다. 현재 그룹 구조조정 중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전경련에 쏟을 만한 여력이 없다.

이처럼 반쪽짜리 회장단이 연명하면서 이제는 전경련이 대한상공회의소에도 밀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신임 회장단이 된다 한들 회비만 낭비할 수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전과 같지 않은 위상
대한상의에도 밀려

이어 금융권은 유독 금융재벌에 대한 눈초리가 좋지 않은 재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을 고수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역시 이러한 시선을 의식해 지난해 전경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박현주 회장의 경우 자수성가한 금융권의 큰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기존 재벌들과의 괴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회장 스스로가 회사와 전문적인 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로 박 회장은 여느 총수들보다 해외 활동이 잦은 편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하는 성격 때문이다. 이에 국내 단체에 가입한다고 해도 참석율 자체가 높지 않아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개인적인 이유도 일부 있겠지만 약해진 전경련의 위치와 금융재벌에 대한 편견도 한몫했을 것이라며 과거의 전경련이라면 적어도 회장단을 두고 인물난으로 고심하지 않았겠지만 현재의 전경련은 대형 회원사의 회비 미납조차도 신경써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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