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서 뺨 맞고 ‘장안동’서 화풀이

유흥업소 업주에게 지난 4~5월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성매매 집중단속 기간이었던 탓이다. 심지어 업계 1위를 달리던 한 업주는 특별단속을 견디다 못해 폐업신고를 냈다. 반면, 일부 특정업소는 영업을 본격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에 띈다. 단속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몇 개월 전부터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왔던 것이다. 이들에게 지난 4~5월은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몇몇 여 종업원은 이 기간 코와 광대뼈 등 얼굴부분 수술 외에도 가슴, 허벅지 부분까지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또 업주는 업주 나름대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별단속에 유흥가를 떠났던 에이스급 아가씨들도 하나 둘 되돌아왔다. 이러한 와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소식이 전국을 강타했다. 주춤했던 성매매 단속도 활기를 되찾는 듯 기지개를 켰다. 이에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좀 살만해졌다 싶으니까 이게 웬 봉변이냐. 이정도 파문이면 정부차원에서 분명 ‘물타기’를 하려할 텐데 이번에도 우리 아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정치 정세를 성매매 단속으로 무마시키려 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번 성매매 특별단속을 둘러싼 유흥가 표정을 집중 취재했다.
유흥업계에 따르면 지난 4~5월 성매매 단속기간, 일부 업주들은 이 같은 소식을 미리 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손님’으로 다녀간 경찰관을 비롯 검찰관계자, 언론인을 통해서였다.
이와 관련 모 업소 관계자는 “실명을 거론할 순 없지만 2~3월 경 모 사법당국 관계자가 ‘곧 단속이 있을 것이다. 이번 단속은 예전처럼 일주일 열흘 단위가 아니다. 짧아도 두세 달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줬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올 초 대대적으로 치러졌던 성매매 특별단속은 일부 업소들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정보는 입에서 입을 타고 빠르게 전해졌다. 업주들 또한 ‘이번엔 확실하다’는 판단에 자체적으로 ‘휴업’하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벌어졌다.
바쁜 일정으로 평소 못마땅했던 부분을 고칠 예정이었던 아가씨들은 성형수술에 돌입했고, 업소는 단속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렸다.
예고된 성매매 특별단속
반면 사전 정보를 얻지 못한 업소는 마치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매출이 반토막 난 가운데 성매매 특별단속까지 더해지자 손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이다. 무방비 상태서 이러한 상황을 맞은 업주로선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단속소식을 익히 알고 있던 특정업소 업주들은 그들만의 신호를 만들어 위기를 모면했다. 갑자기 음악 볼륨을 높인다거나 룸 안에 있던 사이렌이 울리는 식이다. 이처럼 단속경계령이 내려지면 손님과 여 종업원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마사지 시늉을 한다.
이러한 단속을 한번 경험해봤다는 남성의 이야기다.
“물론 대딸방 업주 대부분이 ‘단속이 뜨면 미리 연락이 오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런 업주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내 잘못이 크다. 섹스를 하려는 순간 잔잔하게 울려퍼지던 음악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말로만 듣던 단속이 뜬 것이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머리가 새하얘졌다. 간신히 팬티를 입자마자 단속반원들이 들이 닥쳤다. 다행이 아가씨가 안마하는 시늉을 하고 있어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아가씨가 하는 말이 만약 걸렸다손 치더라도 성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어 의료법에만 접촉된다더라. 어쨌든 그렇게 단속 한번 당하고 나니까 보통 겁나는 게 아니더라. 그 뒤로 성매매 업소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한편 스릴감을 맛보기 위해 단속기간에 맞춰 성매매를 한 사례도 있다. 물론 손님을 끌기위한 업주들의 피나는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단골손님에게 수시로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보내 ‘오늘 오면 정말 끝내주는 서비스로 보답하겠다’ ‘단속 걱정 말고 오라. 천국으로 보내주겠다’고 꼬득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립 서비스에 넘어가지 않는 손님들도 있겠지만 간혹 어떤 이는 순진하게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또 어떤 이는 ‘훔쳐 먹는 사과가 달다’는 말을 몸소 실감하기 위해 단속 있는 날만 골라 성매매를 하도 한다고.
“훔쳐 먹는 사과가 맛있는 건 스릴감 때문이지 않을까.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때, 혹은 해서는 안 될 상대와 섹스를 할 때 진정한 쾌락을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단속이 있을 때 업소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도 꽤 신선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단속에 걸리게 되면 큰 망신을 당하겠지만 어쨌든 걸리지만 않으면 더 할 수 없이 좋은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여러번 할 건 못되지만 그래도 한번쯤 경험해볼 만한 스릴감이었다.”(직장인 K씨)
한때 경찰의 집중단속 대상이었던 서울 장안동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일품이었던 장안동 안마거리는 이제 일부 업소들만 불 밝히고 있을 뿐 거의 초토화됐다.
최근 과감하게 장안동 안마업소에 ‘출격’했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장안동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대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하다 술김에 친구들과 그쪽으로 갔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침 한 삐끼가 다가와 ‘단속이 끝났으니 정말 안심해도 된다. 100% 사실이다’며 계속 꼬시는 것이다. 한두 번 말하는 게 아니라 연신 100% 맞다고 하니 믿음이 갔다. 결국 업소에 들어가 섹스를 했고, 다행히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맨 정신이라면 도저히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유흥업소 죽이기 물타기용?
이러한 경찰단속이 성매매업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성매매에 대한 무차별적 단속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다른 유흥업계 업소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섹시바의 경우가 그렇다.
섹시바라고 하면 무엇보다 서빙을 보는 여 종업원들의 의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술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다.
현행법상 여성이 술을 따를 수 있는 곳은 룸살롱밖에 없다. 여성이 룸 외의 공간에서 술을 따르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상황은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반면 화류계는 슬슬 잠에서 깨기 위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소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매매단속이라는 것이 사실은 아무리 길어봐야 두세 달이다. 경찰력도 부족할 뿐더러 단속을 해도 업소들은 그때만 반짝 영업을 쉴 뿐이다. 이건 업주도 알고 경찰들도 다 아는 얘기다.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기적인 단속일 뿐이다. 이제 또 한 차례의 단속이 지나갔다. 하지만 상황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 업주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국이 혼미해 경찰들의 단속 손길이 느슨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서히 활기를 띄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또 한쪽에서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성매매를 즐길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역으로 현재의 수세적인 정치적 정국에서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 또다시 이벤트적인 기획수사, 이른바 연예인들의 마약사건이나 성매매 단속에 열을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주들은 그것 역시 ‘또 한 번의 단속’에 불과할 것이라고 입을 모르면서도 혹시나 하며 경찰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인터넷에 노출된 윤락녀 “아~ 옛날이여”
인터넷 커뮤니티 활성화로 윤락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단 손님들로부터 ‘찍히기’ 시작하면 최악의 경우 업소가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주들은 손님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악평을 달지 않도록 윤락녀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윤락녀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자신과 나눴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점도 수치스럽기만 하다. 비록 가명으로 적혀있긴 하지만 자신의 신체 특징이나 외모가 상세히 기록돼 있어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챌 정도다.
물론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강추녀’로 ‘호평’을 받으면 업소 매출은 물론 해당 여 종업원은 돈방석에 앉게 된다.
그러나 성매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일부 남성들이 ‘커뮤니티 힘’을 내세워 업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안마 업소에 근무하는 한 여성은 “일부 남성들은 ‘내가 누군지 아냐’, ‘마음만 먹으면 이런 업소 하나 정도는 간단하게 망하게 할 수 있다’면서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냥 이곳에 와서 편안하게 서비스 받고 가면 그만이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한다. 정신병자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고 말한다.
[글·사진=서준 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서준 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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