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점검-보험사기 수법의 진화 기상천외한 방법 총동원
실태점검-보험사기 수법의 진화 기상천외한 방법 총동원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6-23 10:33
  • 승인 2009.06.23 10:33
  • 호수 79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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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으로 700여 일 입원 보험금 9억 원 타낸 엽기 중년여성

최근 서민 경제가 무너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그중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보험사기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가하면 처자식들을 죽이는 비정함도 서슴지 않는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보험사기는 점점 지능적으로 발달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일을 꾸미는 경우가 많아 경찰들도 깜박 속아 넘어가기 일쑤다. 보험사들은 보험조사관을 통해 각종 사고에 대응하고 있지만 인력과 전문성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보험사기의 수법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또 황당한 보험사기 사건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발생한 두건의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 9일 부산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꾀병으로만 10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거짓으로 장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10억여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고 추가로 32억원을 편취하려 한 A씨(40·여)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5년 6월 육교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며 부산시내 5개 병원에서 776일간 입원했다. 이후 장해4급 진단서를 발급받아 16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9억4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A씨는 육교에서 부상을 당한 게 아니라 지난 2000년 2월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후 허리 디스크 등의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같은 해 12월부터 2005년 5월까지 16개 보험사에 31건의 상해보험을 가입해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이 같은 범행은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다. A씨는 주변인들로부터 구한 지식을 바탕으로 보험의 허점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에는 중증 장애인으로 위장해 장해 2급 진단서를 받은 뒤 같은 보험사에 추가로 보험금 32억원을 청구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엽기적인 보험사기 기승

앞서 지난 1일에는 두 다리를 절단해 보험금을 타내려던 40대 남성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유모(49)씨는 국내 13개 보험사에서 16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해외로 나가 자신의 다리를 자른 뒤 보험금을 타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6년간 보험업에 종사한 유씨는 그동안 익힌 보험지식을 바탕으로 사기극을 꾸몄다. 유씨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2006년 7월 보험대리점 직장을 그만두고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유씨는 “베트남에서 강도를 만나 숲 속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강도들을 따돌리기 위해 기차를 급히 타던 중 미끄러져 바퀴에 양쪽 다리가 잘렸다”며 보험금을 청구할 계획이었다.

유씨는 2006년 7월 15일 베트남 랑꼬시에서 고의로 기차에 치여 두 다리를 잃은 뒤 곧바로 귀국해 모두 25억 8000만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유씨의 계획은 비참하게 실패했다. 보험사가 유씨의 사기행각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씨는 보험금도 받지 못하고 두 다리만 잃어 평생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채 사기 등 혐의로 유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달 29일 유씨에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이근영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행의 방법이 매우 불량하지만, 유씨가 앞으로 평생 중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유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씨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사기 심각한 사회문제로

최근 발생한 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날로 늘어나는 보험사기는 이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2천549억 원, 사기 혐의자는 4만1019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24.6%, 32.7%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적발 규모는 실제 보험사기 규모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찰청은 지난 3월 23일부터 5월 31일까지 70일간 ‘보험사기 특별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고의 사고·피해 과장·자해 등의 보험사기가 533건에 달했다. 단속에 나선 경찰은 이 기간 중 2292명을 관련 혐의로 검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자동차보험사기(1805명) 등 손해보험사기가 1995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으며, 생명보험사기는 102명(4.5%), 건강보험 및 고용·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사기는 195명(8.5%)이었다.

이 기간 중 단속된 보험종별 피해액은 손해보험 112억원, 생명보험 52억원, 사회보험 49억원 등 모두 213억여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범 1인당 평균 편취금액은 생명보험이 5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보험 2500만원, 손해보험은 57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편취사례가 가장 많을 것 같은 자동차보험사기는 의외로 작은 작았다. 경찰은 보험사기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보험사기 단속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조사팀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보험범죄 조사를 위해 관련 부처·기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 조사팀에 법무부와 검찰, 경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가족부 등이 참여해 보험사기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검찰과 경찰이 단속에 나서면 보험사기 적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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