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국민 절대 다수가 한국 사회에서 갑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5%의 응답자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더 심각하다”에 매우 동의(44%)하거나 동의하는 편(51%)이라고 밝혔다.
갑질이 “모든 계층에 만연해 있다”는 응답은 77%로 “일부 계층에 해당된다” 20%와 “몇몇 개인에 해당된다” 3%를 크게 앞질렀다. 국민들은 한국에서 갑질이 유독 심각하고 사회 모든 계층에 만연한 고질적 병폐로 보고 있다.
갑질이 “매우 심각하다”에 대한 응답은 재벌 64%,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 57%, 고용주 및 직장상사 46%, 거래처 및 상급기관 45%, 언론인 32%,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 31%, 구매고객 28% 순으로 나타났다. 재벌 응답 비율이 높은 것은 최근 언론이 조현아의 ‘땅콩 회항’을 비롯해 재벌 3세의 행태를 집중 보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가장 심각한 집단 하나만 고르라는 문항에서는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 31%, 재벌 27%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갑질에 대한 우려가 약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자신이 갑인지 을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85%는 “나는 을이다”라고 말했다. 85% 중 “항상 을이다”는 17%, “대체로 을이다”는 68%였다. “항상 갑이다”라는 응답은 1%에 불과해, 한국 사회에서 기를 진정한 갑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나는 을이다”라는 인식이 높았다. 월 가구소득(실수령액) 500만원 이상 응답자는 75%가 자기를 ‘을’로 인식한 반면, 300만원 이하 응답자는 93%가 ‘을’이라고 인식했다.
실제로 당한 갑질 중에서 고용주(67%)와 직장상사(67%)에게 당한 갑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은 거래처나 상급기관(57%), 고객(51%), 전문직 종사자(45%), 공무원이나 정치인(4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항상 갑질’하는 사람들은 고용주나 직장상사보다 정치인, 고위공직자 및 재벌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 개인이 실제 겪는 갑질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갑질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갑질한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에 대해 18%만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82%는 다른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갑질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갑질한 적이 “자주 있다”와 “약간 있다”를 합한 비율은 41%로 조사됐다. 이 결과를 갑을관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조합하면, 자신을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15명 중 7명(47%), 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85명 중 34명(40%)이 남에게 어느 정도 갑질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당수 사람들은 한 상황에서는 갑질을 당하면서 다른 상황에서는 남에게 갑질하는, 갑질의 연쇄고리에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갑질 문제를 다룬 언론보도는 전반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가 피상적이다 (63%), 선정적이다(54%)는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고, 심층적 원인 분석(38%)이나 해결책 제시(24%)는 소수 응답자만 동의했다.
설문조사는 시민들이 갑질을 얼마나 경험하고 있으며 갑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 조사는 20세에서 60세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월 14-16일에 걸쳐 3일 동안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는 2015년 1월 22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는 격주간으로 언론 매체를 위한 현안 보고서를 지향하며, 저널리즘 환경과 관련된 ‘미디어 이슈’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가 전달해야 하는 ‘시사 이슈’도 번갈아가며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는 웹매거진으로서 PDF 파일로 제공될 예정이다.
창간호는 최근 땅콩회항,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백화점 모녀, 위메프 수습사원 해고 등의 사건을 계기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갑질’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와 심층적 분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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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