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의 재발견, 마지막 질주로 축구인생 장식
차두리의 재발견, 마지막 질주로 축구인생 장식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2-02 13:09
  • 승인 2015.02.02 13:09
  • 호수 1083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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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선수들 가운데 역대 아시안컵 최고령자로 기록돼 있는 차두리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이번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연장자로서의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아쉬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이번 2015 아시안컵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선수 1위에 차두리가 뽑혔다. 이번 조사는 20~50대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운데 차두리는 892표(22.3%)를 받아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이어 손흥민(레버쿠젠)이 676표(16.9%)로 2위를,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572표(14.3%)로 3위를 차지했다.

차두리의 인기는 이번 대회를 통해서 급증했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폭발력을 보이며 다시 한번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차두리는 연장 후반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했고 골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2-0으로 승리를 거머쥐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차두리는 이번 대회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량으로 5경기 중 4경기에 나와 301분을 소화해냈다. 이중 2번은 선발 출전했다. 더욱이 그는 30대 중반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20대 뺨치는 체력과 스피드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더욱이 우즈베키스탄전에서의 활약을 놓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 골은 차두리가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분이 90%는 될 것 같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이처럼 차두리가 이번 대회 결승까지 오르게 한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차두리 은퇴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질 정도다. 지난달 23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은퇴 반대 서명은 같은달 28일 현재 1200명의 서명을 돌파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이런 차두리를 두고 일부에서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당시 축구해설위원으로 나선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차두리지만 과거처럼 90분 경기를 뛰든, 120분 경기를 뛰든 하루아침에 회복하지 못하면서 그에게도 세월을 느끼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팬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태극전사들 역시 차두리에 대한 마지막 선물로 우승을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두리의 은퇴에 대해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은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은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두리의 판단에 맡길 것이다. 마지막일 테니까 구경왔다”면서 “은퇴가 아쉽지만 아버지 생각일 뿐이다. 축구 선수로 그 만큼 했으니 다른 곳에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차두리의 은퇴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내비쳤다.

차두리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하며 마지막 질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두리는 2001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이끌던 축구대표팀과 연습경기 중 눈에 띄어 대표팀에 발탁됐다. 당시만 해도 아버지 차범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었지만 2002 월드컵에서 특급 조커로 활약하며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는 2004 아시안컵까지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2004년 9월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베트남 전에서 팔꿈치 공격으로 퇴장을 당해 4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1년을 앞둔 2005년 사령탑으로 새로 부임한 아드보카드 감독이 차두리를 제외하면서 그는 태극마크 대신 마이크를 잡아야 했다.

2006년 공격수에서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외면하면서 다시 해설위원으로 월드컵을 응원해야 했다.

당시 차두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선배들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일 만큼 축구대표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나타낸 바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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