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 심각 … ‘아 옛날이여’
돈가뭄 심각 … ‘아 옛날이여’
  • 이인철 
  • 입력 2004-10-01 09:00
  • 승인 2004.10.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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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선거법으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의 지역구를 둔 의원의 경우 서울생활비, 지방 교통비 등으로 허리가 휠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요즘 여의도 정가에선 무색케 들린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지만 정가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개정된 정치자금법의 영향이 크다. 예전처럼 후원회 행사를 통해 정치자금 모금은 금지돼 모든 활동비를 세비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같은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의원들은 초선의원들과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다.

초선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이달 초 상주직원 한 명의 월급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구 사무실을 폐쇄했고, 연말까지로 되어 있던 사무실 임대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특히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지역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지방으로 내려간다. 이에 소요되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열린우리당 A의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두 번 차량으로 지역구에 내려가는데 한 달에 소요되는 기름값만 100만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가 멀어 항공편을 이용하는 의원들은 월 200만원 이상이 순수 교통비에만 사용된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인지 고속철도(KTX)를 이용하는 의원들이 많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경우 기차나 고속철을 이용할 경우 국회에서 그 경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경남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김병호·서병수·희정 의원, 열린우리당 최철국·윤원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KTX’ 이용 의원들이다.광주에 지역구와 가족이 있어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도 승용차 대신 늘 KTX를 이용한다. “빠르고 편안하다”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 의원들도 꽤 있다.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당 이상열 의원은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 의원은 “주로 밤 시간을 이용, 지역에 내려가고 서울에 올라와 편하게 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버스가 좋다”고 전했다.한달 급여가 180여만원에 불과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겪는 재정난은 더 크다. 창원과 울산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권영길 의원과 조승수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세비를 받으면 일단 당에다 모두 낸 뒤, 당에서 지원금을 받아 사용하고 있어 지역구 활동에 들어가는 경비를 충당하기가 벅찬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비례대표인 노회찬 의원은 토론의 달인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외부 강연을 통해 받는 강연료로, 단병호 의원은 열성적인 단사모의 지원으로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는 전언이다. 또 열린우리당 몇몇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경우 후배들의 자원봉사와 지원으로 도움을 받으며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여의도의 추석은 냉랭하기만 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당마다 불고 있는 ‘안 받고 안 주기 운동’과 명절 선물 등 기부행위가 선거법으로 처벌 될 수 있는 영향도 크지만 돈 가뭄 탓도 크다”고 말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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