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대선 빈곤층 6:4로 朴 대통령 지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유럽은 합계출산율 2.0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19명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그 이유는 50%에 이르는 혼외출산율에 해답이 있다. 동거가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즉 결혼제도가 무력화됨으로써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 정상인 동양의 문화로 볼 때 다소 생경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도 동거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혼으로 신화를 완성한 朴대통령
군부 출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래로 한국의 대통령은 신화와 스타를 겸비한 인물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삶 자체가 신화고 스타다. 절반의 신화였던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으로 나머지 절반의 신화를 완성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화적인 인물이다.
20대 중반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던 朴대통령은 수많은 나날을 고독과 고통 속에 보냈다. 미혼으로 대통령이 된 그녀는 국민과 결혼함으로써 신화를 완성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영국 국민과 결혼했듯이 朴대통령은 국민과 결혼하면서 미혼의 약점을 일거에 장점으로 탈바꿈시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朴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한 국민은 빈곤층과 여성과 50대다. 빈곤층은 朴대통령이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을 떠올리며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역은 여성이었다. 그 후 모든 선거에서 남자의 투표율이 여자보다 높았다.
朴대통령 지지한 국민에겐 배신의 계절
이 공식을 깬 선거가 제18대 대선이다. 朴대통령은 남자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여자 때문에 승리했다. 50대 또한 朴대통령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2000년대 이후 75.8%라는 기록적인 투표욜을 기록한 제18대 대선에서 50대 투표율은 82.0%를 나타냈다. 연령대별로 최고의 투표율이다. 50대는 朴대통령이 행여나 질세라 투표장으로 몰려갔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비도 잦고 추위가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겨울다운 계절이다. 그러나 朴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에게는 이번 겨울은 배반의 계절이다. 거의 두 배로 인상한 담뱃값, 명분은 국민 건강이지만 속내는 세금인상이다. 빈곤층은 흡연율이 가장 높다.
그들에게 두 배로 늘어난 담뱃값은 치명적인 부담이다. 아이러니지만 지난 대선에서 빈곤층은 6 대(對) 4 비율로 朴대통령을 지지했다. OECD 기준으로 높은 흡연율을 비교하지만 한국적 특수성도 있다. 담배 아니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빈곤층의 대한민국이다. 그들에게 두 배로 오른 담뱃값은 국가 폭력에 다름 아니다.
13월의 폭탄 연말정산 때문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13월의 폭탄은 전업 주부, 맞벌이 부부, 미혼 여성 직장인을 직격했다. 13월의 월급을 기대했던 소박한 서민의 꿈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민속 명절 설이 낀 2월 그녀들은 가계부를 거꾸로 써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그녀들은 10년 만에 궐기했다. 불철주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들은 믿었다. 朴대통령은 메시아가 될 것이라고. 배신당한 그녀들에게 朴대통령은 멀기만 한 ‘당신’이다.
朴대통령 결혼한 진짜 국민은 누구?
이것 말고도 배신당한 국민은 많다. 경제민주화로 재미 좀 본 朴대통령은 갑자기 성장론으로 회귀했다. 해묵은 낙수효과에 대한 미신 때문일까. 아랬 묵이 따뜻해도 윗 묵까지 더 온기는 미치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학자들도 포기한 고전 이론을 다시 불러낸 소위 ‘초이노믹스’는 일부 재벌과 토건 족에게 희망일 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구했다던 ‘복지국가’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50대의 희망은 안정 속의 변화다. 50대가 야권의 단일화 바람 속에 朴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것은 그녀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문재인 보다 나을 것이라는, 그리고 적어도 아마추어의 혼란을 없을 것이라는. 그러나 50대는 당황스럽다. 그들의 판단이 옳았는지 스스로 헛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에게 朴대통령은 의문이고 의혹이다.
그렇다면 朴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국민이랑 결혼했나. 朴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인사쇄신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대신 비서실장과 3인방에 대한 신뢰를 거듭 확인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것이다. 그리고 인사는 타이밍이다. 소 잃은 뒤 외양간 고쳐 받자 도루목이다. 지금이라도 朴대통령 ‘국민과 결혼’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수가 아닌 대다수 국민을 위하여.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 대표>
▲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전라북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
▲ 전 청와대 행정관
▲ 전 국회의원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