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설이 다가오면서 유통업계가 오랜만에 웃는다. 예약판매가 시작된 곳에선 물량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신바람나게 일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모았던 굴비세트와 한우세트부터 최근 인기몰이가 한창인 와인까지 선물도 다채롭다.
가구업계에서 선보인 DIY(do-it-yourself)판매전략(제작·장식을 직접하는 것)이 화장품 업계로 옮겨간 것도 이번 설 매출에 한턱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구매자 입장에선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A씨는 유명사이트에 이 같은 질문을 올려봤다. 그동조적 답변과 대부분 A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상품 광고 메일뿐이었다.
[일요서울]이 검색해본 결과도 비슷했다. “소소한 고민이지만 좀 도와주세요. 설 선물 세트 결정하기 쉽지 않네요"로 시작하는 글이 많아 혼란만 키웠다. 일부에선 A씨 같은 유형을 ‘결정장애자'라며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이번 구정 설을 맞아 인기를 얻는 선물 중 개성만점 선물은 무엇이 있을까.
인기 상품은 무엇
천연화장품 브랜드 씨트리에선 마음에 드는 제품만 골라 특별한 나만의 화장품 선물세트를 만들 수 있는 ‘설맞이 씨트리 통큰 선물대전’ 이벤트를 오는 2월 17일까지 진행한다.
고전 캐릭터를 상품에 녹여낸 제품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설을 맞아 고급스러운 문양을 새겨 넣은 선물용 도자기 세트를 선보인다.
‘궁’ 떡국 그릇 세트는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새기고 그릇 바깥쪽에 금색 테두리를 둘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필드 플라워’ 떡국 그릇 세트는 한국의 야생화를 회화적인 느낌으로 표현해 소박하고 꾸밈없는 분위기를 낸 것이 특징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재해석한 제품인 ‘초충도 반상기’ 세트는 가지와 부용화, 양귀비 등의 문양을 넣었다. 오방색을 활용해 전통미를 살린 제품으로 전통다기, 궁중보석함, 냄비받침, 머그컵 등 다양한 구성으로 꾸몄다. 이 제품 세트는 한국도자기진흥원에서 주관한 ‘2012 굿디자인 어워즈’에서 우수디자인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약판매도 급증
올해는 경기 불황’ 탓인지 실속형 선물세트의 판매율이 고공행진 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설 선물세트는 불황 여파로 실속형 선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예약판매 결과를 살펴보니 굴비보다는 과일이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는 과일 세트 물량의 절반가량이 과일 산지 농가와 직거래해 유통단계를 줄인 제품이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과일 세트는 작년 설보다 가격이 5∼10%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작황이 좋아 가격이 저렴한 과일 세트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실속 세트 물량을 50% 이상 늘렸다.
실제로도 신세계백화점이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집계한 결과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판매가 33% 늘었고, 정육 판매는 3.8% 증가했다. 반면 굴비를 비롯한 수산물 판매는 4.1% 줄었다.
명절 선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와인은 10만원 미만 상품이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점에 착안해 10만원 미만의 실속형 와인 세트 비중을 30%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조르쥬 루미에 뮈지니 그랑크뤼’와인은 1세트 한정판으로 가격이 3050만 원이다. 이 와인은 연간 생산량이 로마네꽁티 생산량의 10%인 500병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현대백화점의 초고가상품은 ‘보르도 그랑 크뤼 컬렉션’ 와인으로 2700만 원, 신세계백화점 역시 2500만 원짜리 ‘도멘 드 라 로메데꽁띠’와인을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추석 명절 때는 2700만 원짜리 맥캘란 라리크 위스키를 선보였다.
주요 백화점 설 선물 상품 중 최저가는 대부분 1만 원이 넘지 않는 9900원짜리 생활용품 세트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불황과 소비 침체가 오래 이어진 탓에 예전 명절 때보다 초고가 상품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며 “스몰 세트 등 1~2인 가구를 겨냥한 실속 상품과 산지 직송, 디저트 등의 특화된 중고가 상품 배치가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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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