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위장’ 공공 입찰…일감 몰아주기 의혹 여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삼표그룹(회장 정도원)은 지난해 철도사업 납품비리 및 비자금 조성과 일감 몰아주기 등 수많은 논란으로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올해 역시 삼표그룹은 1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위장된 중소기업을 통해 공공입찰에 참여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재벌이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빼앗은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과거 정도원 삼표 회장을 비롯한 일가는 개인회사 등을 통해 꾸준히 자산을 증식해 온 바 있어 비판의 강도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 적발…향후 검찰 고발 예정
철도 비리·골목 상권 침해 논란 ‘골치’
중소기업만 입찰 가능한 (중소기업 경쟁제품) 공공 조달을 받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위장한 뒤, 납품계약을 따내 부당 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28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삼표를 비롯해 케이씨씨홀딩스와 유진기업 등 19개 대·중견기업이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했다.
중소기업청은 이번에 적발한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중소기업 경쟁제품 조달시장에서 퇴출하고,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현재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이 지정되면 공공기관의 조달계약 입찰 때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가방과 책상·의자 등 207개 제품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삼표그룹 역시 레미콘이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관련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주주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중소기업 경쟁제품 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삼표그룹은 정도원 회장과 아들 정대현 전무 및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알엠씨, 유니콘(주식 100%), 남동레미콘(주)(주식 76.2%)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달시장에 참여하다 꼬리를 밟혔다.
또 이들이 입찰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자가진단서를 제출하고 중소기업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들 5개 기업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 참여제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표기한 후 확인서를 발급받았고, 2년간 252억 원어치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결국 이들의 이러한 행태는 그룹의 이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총수 일가만 배부른 꼴이라거나 재벌이 꼼수를 써 중소기업의 먹을거리를 빼앗았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삼표그룹 총수일가가 그룹 내 개인회사를 활용해 직접적인 이득을 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분 100%의 개인회사를 설립한 뒤 일감을 주고 그 수익을 가져가는 전형이었다.
삼표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진행하던 2013년 당시 그룹 적통의 정대현 삼표 전무의 개인회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찌감치 물려받은 회사들이 그룹의 지원 덕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곳간 역할을 했다.
께름칙한 과거들
그 중에서도 개인기업 물류 계열사 대원(삼표로지스틱스)과 철스크랩사업 계열사 네비엔이 두드러졌다. 그 때 대원은 정대현 전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로 그룹 물류 전담 계열사인 삼표로지스틱스를 지배했다.
삼표로지스틱스의 경우 그룹 물류 일감을 독차지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 매출 가운데 80% 가량이 계열사 지원 물량이었을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비엔 역시 정대현 전무가 70%, 그 외 총수 일가가 지분 전량을 확보했다. 또 사돈기업인 현대제철과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가나면서 2005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삼표기초소재의 급성장도 마찬가지다.
이들 삼표로지스틱스와 네비엔은 2007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배당을 실시해 각각 78억 원과 42억 원을 퍼줬다. 당연히 지분이 모두 총수일가 소유로 돼 있었던 터라 총수 일가만 해당되는 배당이다.
한편 삼표그룹은 지난해 벌어졌던 각종 사고와 논란의 잔재를 여전히 씻어내지 못한 상태다.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연이어 쏟아졌기 때문에 그룹의 이미지 악화를 막아내기도 벅차다.
앞서 삼표그룹은 계열사 삼표이앤씨는 철도시설공단 간부와 정치인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동시에 비자금 조성 혐의도 받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이른바 철도 비리 사태다.
사돈그룹과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역시 지난해 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와 부부관계로 알려져 있다. 사돈지간인 두 그룹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주장이 발생했다.
중소기업체들의 영역까지 무단 침범하는 행태 역시 여전한 비판의 대상이다. 삼표는 2013년 동양으로부터 충청권 9개 레미콘 회사를 인수한 뒤, 유니콘을 설립하고 최근 충북 충주에 레미콘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레미콘 업체들은 삼표가 공장 신설을 강행하는 것은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며 유니콘이 삼표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저가공세에 나설 경우 줄도산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삼표그룹은 나열하기도 힘든 수많은 논란에 대해 “모두 오해”라는 입장이다. 우선 위장 중소기업과 관련된 사항은 “총수의 지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청에서 적발이라고 한 것 같은데, 사실 관계를 확실하게 따져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은 “아무래도 삼표가 시장에서 워낙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업체들이 음해성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논란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비방 수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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