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가득한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전
먹구름 가득한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전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2-02 10:20
  • 승인 2015.02.02 10:20
  • 호수 1083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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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개입說’ 돌출…혼탁양상 전개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사진) 회장 선출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선거 공고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무려 7명의 후보자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경쟁 과열을 예고했다. 역시나 본격적인 선거 일정에 돌입한 뒤에도 ‘선거 규정이 비밀선거를 위배하고 있다’거나 ‘김기문 현 회장이 개입하고 있다’ 등의 의혹과 잡음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또 벌써 사전 선거운동을 한 후보도 있어 경고까지 나온 상태다. [일요서울]은 갈수록 복잡하고 미묘해지는 중기중앙회 선거 양상을 들여다봤다. 
 
선거 공고 전부터 7명 출마 과열 경쟁 
“선거 규정이 비밀선거 위배” 주장까지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7일 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제25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선출하는 40일간의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깨끗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직접 선거인을 방문, 사전예방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예비 후보는 김용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성택 아스콘연합회장,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윤여두 농기계사업조합 이사장, 이재광 전기조합 이사장, 정규봉 정수기조합 이사장 등 7명이다.
 
이들 중 추천인의 10~20% 이하 유효 추천을 받은 예비 후보자들은 2월 6~7일 2일간 후보자 등록을 하고 2월 8일부터 선거일인 27일까지 20일간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후보자 등록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소기업중앙회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중기중앙회 선거규정이 비밀선거를 위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은 중기중앙회장 후보자가 후보자 추천기간 이전에 본인을 추천한 자의 실명과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추천기간 이후에는 해당사항을 출력할 수 있도록 한것에 대한 개선을 주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과 관계자 역시 “이러한 사항을 100% 공개하면 보복이나 형평성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는 추천인을 중앙회 정회원 대표자 585명 중 회비미납과 휴면조합 등으로 추천권이 제한된 57명을 제외한 528명으로 확정했다. 중기중앙회 선거규정에 따라 입후보자가 받아야 할 추천인도 최소 52명, 최대 105명으로 결정했다.
 
불법선거 논란도 빠지지 않는다. 선거를 위탁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까지 3명의 예비 후보에 대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사실을 적발하고 경고 조치를 취했다. 김용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차례 경고를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혼탁한 선거에 대한 경종을 울려 음해와 금권선거를 배척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살신성인해야 한다는 시대적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김기문 현 회장의 개입설까지 나온 상황이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예비후보자 6명은 지난달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문 회장의 선거 개입설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벌써 편 가르기?
 
서병문 이사장을 필두로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박주봉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윤여두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정규봉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5명이 참여했다. 김용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의 주장은 김기문 회장을 비롯한 사무국, 기협기술금융과 자회사 임직원들은 선거에 일체 개입하지 말아라달라는 것이 골자였다. 이른 바 김기문 개입설을 사실상 언급한 것이다. 
 
또 자연스럽게 기자회견 명단에 들어있지 않은 예비후보자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 관심이 몰렸다. 김기문 회장이 밀고 있는 후보자가 이재광 이사장이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예비 후보자들은 “정황은 있는데 증거가 없다” 혹은 “이재광 후보가 왜 불참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또 선거로 민감했던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중기중앙회 이름으로 각 지역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차원의 행사는 그 자체로도 회장 후보자 추천과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더 이상 선거가 깨끗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중앙회로서도 향후 경영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조합도 노보를 통해 “회장 선거와 관련해 퇴직한 중기중앙회 임직원이 어느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등 말들이 많다”며 “차기 중기중앙회장은 악습과 적폐를 과감하게 일소해서 중기중앙회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에 몰린 먹구름들을 걷어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기중앙회는 선거 전 행사와 관련해 “중기중앙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송년 연찬회, 회장단 송년회, 워크샵 등의 행사는 선거와 관련없이 사업계획에 의한 연례 행사”라며 “일부 후보자가 제기한 공정성 문제를 고려해 일부 행사는 무기한 연기했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비밀선거 위반과 관련돼 나왔던 문제들은 각 후보자들이 합의를 거친 뒤 이뤄진 내용이었다”면서 “각기 다른 입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회장 개입설은 “예비 후보자들이 말한 것과 같이 정황만 있는 상태”라면서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수준이지 조사가 들어가거나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전 선거 운동 역시 “경고 수준에 그친 바, 앞으로 잘 단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30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단체이며 수장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경제4단체장 중 하나다. 비록 급여는 없다 하더라도 임기 4년 동안 매월 1000만 원의 대외활동수당비, 에쿠스 차량, 출국 시 부총리급 의전 예우,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 겸임, 외국 총리 이상급 고위 공직자 국빈 방문 시 만찬 주재 등 혜택이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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