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골프존(대표 김영찬)이 갑질논란에 여전히 발목 잡힌 모습이다. 신규 점포 증설 문제, 이용료 인상 등에서 골프존과 점주들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점주들은 골프존 사업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해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이 같은 갈등은 골프존과 비대위의 법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비대위 측과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이하 시문협) 사이에서도 입장차이가 생기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의견차 여전…비대위 노숙농성 돌입
“파산 원하냐” vs “생존권 보장하라”
골프존과 점주들의 싸움은 2013년부터 갑을논란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점포 과포화를 비롯해 운영방침 곳곳에서 의견차가 발생한 것이다.
점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골프존 가맹점들은 본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프로그램 없이는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또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AS 비용 내역을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사양이 높아질 때마다 비용을 점주들이 부담했다. 더욱이 게임 중간에 나오는 광고의 광고료를 지급받지 못했고, 골프존 측이 없앤 무료 코스와 지속적인 수수료 받아가기 등으로 부담이 가중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을 만큼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와중에 골프존의 골프테마파크인 ‘골프존 조이마루’ 운영을 두고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점주들은 지난달 15일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거리로 나와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골프존이 그동안 장비와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영점을 만들어 기존의 영업점을 위기에 빠트렸다는 것이 이유다. 조이마루는 골프존 본사 직영의 골프 아카데미와 27개의 스크린 골프시설 등을 갖추고 회원제로 운영된다.
이 같은 점주들의 농성은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첫 집회 이후 4번째 단체행동이다. 앞서 점주들은 비대위(위원장 송경화)를 결성하고,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조이마루 건축공사 현장 앞에서 첫 집회를 연 바 있다. 이날 비대위는 “골프존이 신사옥에 스크린 골프장을 만들어 점주들과 경쟁하려고 한다”며 “조이마루 센터 회원권을 팔면서 ‘무료 이용권’을 끼워 넣는 등 전국 5000여 점주들을 도산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계속 깊어지는 이유는 골프존이 가업사업법상 프랜차이즈(가맹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이 지목된다. 골프존은 골프시뮬레이터 개발 및 제조업체로 분류돼 있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볼 수 없고, 신규 출점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비대위 측은 ▲프랜차이즈 인정 ▲리얼, 비전 시스템 원가 공개 및 초과 이득금 반환 ▲R캐시 원가 공개와 그동안 대납한 캐시비 반환 ▲무료 코스 부활 ▲조이마루 직영점 영업 금지 ▲신규 판매 금지 ▲중고 기계 50% 원가 보상 ▲광고 수익금 분배 및 무단광고 철폐 ▲신제품 업그레이드 무상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시문협과도
온도차 보여
이 같은 갈등은 골프존을 위기로 몰았다. 갑을논란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사업다각화에 대한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골프존 측은 지난 6일 시문협과 (사)GPC대중골프협회와 함께 동반성장안을 발표했지만 비대위 측의 노숙투쟁 돌입으로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해당 동방성장안 내용은 앞서 지난해 1월 신규 판매 중단 등을 골자로 한 1차 동반성장을 포함해 ▲리얼 중고 시스템 매입 통한 폐업 지원 ▲골프존 전체 시스템 대수 현 수준 유지 ▲스크린골프 붐업 마케팅 강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골프존 측은 “동반성장안을 발표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비대위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비대위 측이 요구하고 있는 추가적인 상생방안은 골프존의 파산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존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용하기 어려운 추가 동반성장방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사업주들이 원가공개, 기계판매 금지 등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파산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문협 측도 비대위 측과 다소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시문협 관계자는 “골프존과 점주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비대위 측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면서 “상생방안의 물꼬가 터진 상황에서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는 상태가 안타깝고, 시문협이 비대위 측과 함께 의견 조율을 하기도 어려워져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서로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골프존이 지난해 5월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공정거래법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사안은 지난해에 이미 시정조치와 명령을 통해 끝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골프존과 점주들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측의 싸움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양측의 입장을 듣는 심문기일은 오는 9일 오후 2시다.
골프존 측은 “지난해부터 벌어진 시위로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기물이 파손됐으며 김영찬 회장 집에도 계란과 음료수가 투척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대위 측은 “한번이라도 대화하자는 요구에 대답도 않다가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려준 영업점주들에게 소장과 내용증명을 보내는 골프존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대화가 단절된 상태일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방안도 비대위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논란이 장기전에 들어선 가운데 골프존과 비대위는 오는 4월 골프 시뮬레이터 기기 판매를 재개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첨예한 대립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골프존은 2000년에 설립된 후 국내 5000여 개 매장을 거래처로 두고 있으며,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