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모델 선발대회 이용… “영업했다” 지적
사 측 “누락된 내용 설명하다 생긴 오해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이모델 선발대회를 열고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신규로 출시한 ‘아이행복카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각종 경품 이벤트도 함께 실시됐다. 전북은행은 참가자들이 아이 사진을 올리기만 해도 5000포인트를 지급하고, 1등은 100만 포인트와 함께 공식 모델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당 대회는 2500여 명이 넘게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며 온라인으로만 접수가 가능하다. 또 참가 신청을 끝내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번호와 보호자 및 아이 이름, 사는 지역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개인정보의 마케팅 활용’에 동의해야 한다. 동의하지 않으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문제는 참가자들이 전북은행 측으로부터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받았다는 점이다. 의무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카드영업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전북은행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제시한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서에는 ‘개인정보가 영업에 활용된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마케팅 활용 동의서 약관에 명시된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범위는 ▲아이모델 선발대회 참여에 따른 본인 확인과 개인 식별, 부정 이용 방지 ▲아이모델 선발 관련 이행 참여자 사은품 및 콘텐츠 제공 ▲접속 빈도 파악 또는 회원의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대회에 참가한 소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아이모델 선발대회에 참여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에 동의했더니 카드 영업 권유 전화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내용을 살펴봐도 카드 영업에 개인정보가 쓰인다는 말이 없어서 안심했는데 영업 전화가 걸려와 당황했다”고 말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기업은 수집한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처리해야 하며, 그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은 영업을 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객이 자신의 정보가 마케팅에 활용된다는 것을 알고 참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영업에 이용되는지는 몰랐거나 약관에 없었던 영업 행위가 일어났을 때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발 빠른 대처
의혹 일단락
이 같은 구설수가 일자 전북은행 측은 “오해가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참가자들에게 전화를 돌린 것은 맞지만 해당 대회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전북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이모델 선발대회는 원래 신규 출시된 아이행복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에 한해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 부분이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카드를 갖고 있지 않은 고객들도 응모를 많이 했다”면서 “경품이 포인트로 지급돼 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경품인 포인트를 줄 수가 없어서 이를 안내하는 전화를 하다 벌어진 오해다”고 설명했다.
또 “전화를 돌리면서 카드에 대한 문의를 하는 고객들도 있다보니 이런 의심을 산 것 같다”며 “절대 영업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은 카드 소지와 관계없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응모한 고객에게 모바일 쿠폰을 따로 지급하는 등의 공지를 했다”며 “오해를 유발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를 드렸고, 당초 생겼던 오해는 많이 풀린 상태”라고 전했다.
이처럼 전북은행은 신속한 대처로 키즈마케팅의 역풍을 일단락 시켰다. 다만, 전북은행을 사칭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가 도는 등 아이모델 선발대회와 관련된 문제에 염려의 목소리는 또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최근 전북은행이라고 밝히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더니 전북은행 갱신카드를 보내려고 확인 차 전화했다고 했다. 그런데 카드 갱신을 신청한 적도 없고, 전북은행이 주거래 은행이긴 하지만 체크카드만 사용하고 있어서 걸려온 전화 속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아 계속 되물으니까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전화가 끊기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소지가 맞다고 하면 정보 확인을 이유로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봤을 거고 그런 다음엔 계좌번호도 물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전북은행 얘기를 들으면 ‘아이모델’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칠까 걱정이 된다”며 “미우나 고우나 내 눈엔 내새끼가 최고인데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전북은행 전화를 기다린 사람들이 걸려온 전화에서 읊는 내 개인정보에 맞다고 대답하다가 속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 없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렇게 글을 써서 알린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이들 대다수는 “지난해 각종 금융사고로 수많은 은행들이 몸살을 앓았던 만큼 이벤트에도 맘 놓고 참가하지 못하겠다”며 “이벤트 결과 전화를 기다리다가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