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들이 놀라움과 슬픔에 잠겨 있던 지난달 25일, 북한은 제2차 지하핵실험을 전격 실시했다. 이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으나 국상 중에 뜻밖의 핵실험소식을 접한 우리국민들과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체제의 생존과 후계자문제 등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북한은 ‘비핵. 개방. 3000’을 대북정책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망사건과 개성 공단 폐쇄위협 등으로 대남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결국 온 세계의 반대를 무릅쓴 인공위성을 가장한 미사일발사에 이은 핵실험강행으로 전통적 혈맹이라는 중국마저 등을 돌리게 한 체 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제를 받는 등 스스로 사면초가에 빠졌다.한편 이명박 정부 또한 지난 1년 반 동안 비정상적인 체제의 북한에 대해 원칙만을 강조한 나머지 DJ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남북 간의 기본적인 신뢰마저 상실한 채 최근 준전시 상태로까지 높아진 남북 간의 긴장과 대결구도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압박과 제제에 치중하는 모습이다.이제 이 지구상에 우리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을 손에 쥐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나라는 아무도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북한, 과연 희망은 없는 것인가?
현재 북한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일까. 먼저 김정일의 병세에 따른 후계권력구도의 안착여부는 북한체제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 할 것이다.
북한의 권력구도 안착여부 관심집중
북한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현재 김일성을 1대, 김정일을 2대로 해서 3대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부자는 3대를 가지 못한다”는 말처럼, 현재의 북한의 상황이 바로 그렇다.
김정일의 아들은 셋이 있는데 첫째 김정남은 자유분방함과 주체의식 부족으로 이미 김정일의 눈밖에 난지 오래다. 둘째 김정철은 영리하나 겁이 많고 전형적인 소탐대실형으로 집착과 욕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 셋째 김정운이 나름의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김정일을 가장 많이 빼다 닮았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다.
또한 북한에서는 장자가 후계를 물려받는다는 관례가 있어 후계권력을 물려받기에는 여러면에서 난관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후계구도 상황 속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인 절대 독재 권력체제의 정점에 서있는 김정일의 ‘병세’로 인한 통치력약화이다.
북한의 휴계구도 복잡 미묘
김정일의 병세가 그의 예상과 달리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2008. 10. 10.자로 가장 나이어린 3남 김정운을 서둘러 후계자로 지정하는 등 극도의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일의 발병은 그간 잠재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에 분명한 한 획을 그은 것으로 이때부터 그간 잠재되어 있던 북한체제내부의 복잡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후계 작업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조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당연히 내부불만을 가진 세력이 생겨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즉, 지금 북한의 후계 작업은 분명 내부의 적을 키우고 분열을 일으키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김정일의 시운은 한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넘어 주변열강들 속에서 동북아의 중심이자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통일한국의 흐름과 연동되어 있는 중대한 문제다.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김정일의 뇌졸중이 세상에 알려진 2008. 8. 15. 경을 계기로 북한의 쇄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김정일은 자신의 병과 관련한 내부동요와 불안으로 인해 북한체제의 뿌리인 군부의 힘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북한 군부는 대부분 일흔에서 여든을 넘어서고 있고 김정일의 시운과 함께 절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전면적으로 내걸고 이를 위해 북한군부의 힘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군부의 힘이 필요이상으로 그 세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거나 자신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이합집산을 통한 권력분열의 조짐이 극대화되면 고도의 전략가로 알려진 김정일은 이를 빌미로 군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군부의 힘을 좀 빼서 적절히 통제. 관리가 가능한 상태로 두지 않을 경우 3대 후계 세습구도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북한 군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역설적으로 북한의 군부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어 곧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가피 한데, 이들은 ‘경협중심의 중도실용파인 친한파’가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거 고구려말 역사에서 강력한 절대 권력을 구축하여 중국과 대륙을 쟁패했던 연개소문이 자신의 후계권력구도를 안착시키지 못한 채 병사하면서 그의 세아들 사이에 벌어진 심각한 권력암투로 인하여 국가의 중심을 잃고 결국 나당연합군에 의해 광대한 대륙을 잃었던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혈맹이라는 중국이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남북한 상생 대화 필요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남한과의 상생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반만년동안 무수한 외침을 받으면서 함께 피 흘려 싸워 겨레의 역사를 지켜온 단일민족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남한은 북한과의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개혁과 개방을 이루어 내며 자주보다는 실리를, 원칙보다는 기회를 잘 활용하며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반면 북한은 실리보다는 자주를 기회보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일인독재중심의 폐쇄정치를 펴왔고, 그 결과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외면한 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마치 정지된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은 이러한 남북 간의 반세기에 걸친 대결과 상극의 후유증을 정리하고 상생과 화해의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에 따라 북한의 문을 열기 위하여 시행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상생과 화해의 흐름을 거슬러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카드를 생존과 발전의 마지막 카드로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나 이는 결국 북한의 고립과 몰락을 재촉하는 멸망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결코 미사일과 핵이 북한의 희망이 될 수는 없는 이유다.
따라서 북한은 3대 후계구도의 안착과 체제존립을 위한 통치자금을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상극적 대립보다는 상생의 공생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더 이상 주저하거나 미룰 필요가 없다. 남한과 북한은 전 세계가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때 무모하기 짝이 없는 대결과 상극의 구도를 뛰어 넘어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통한 민족의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다. 공조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강성대국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본격적인 ‘실용의 흐름’으로 가야만 한다.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사업인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사업을 더 이상 체제 존립적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북한체제의 생존과 북한주민의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는 희망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또한 북한과의 상호신뢰회복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MB정부, 북한과 상호신뢰 회복 필요
남북관계는 경제위기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풀어야 할 막중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의 2차 지하핵실험등 강경책으로 ‘비핵. 개방. 3000’으로 집약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파국직전의 중대한 시련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은 지난 DJ와 노무현정부의 10여 년간에 이루어졌던 남북관계의 결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그간 쌓아온 남북 간의 신뢰는 크게 틀어진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남북은 최근 형성되고 있는 극단적인 긴장과 대결구도를 상생의 구도로 전환함과 동시에 ‘한 차원 높은 남북관계’를 위한 새로운 틀을 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할 것이다.
현재 남북 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간의 ‘신뢰회복’ 그것도 상호간의 인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쌍방향의 신뢰회복’과 이러한 신뢰관계를 쌓기 위한 물밑대화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그리고 좌우이념을 떠나 ‘창조적 실용주의’를 남북관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매개체로 적용해야 한다.
좌우이념 떠나 창조적 실용주의 필요
북한은 역사상 수나라를 멸망시키고 당나라와 대륙을 놓고 싸웠던 고구려의 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안보태세는 확고히 하되 더 이상 무익하게 북한의 자존심과 체제를 건드리거나 ‘전략적 쌍방향접근’이 아닌 ‘단순한 일방적 접근’을 반복할 여유가 없다. 정치적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다 함께 같이 살자’는 경제논리로 접근하고 문화적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한민족의 천지인, 홍익인간, 제세이화의 사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올 8월을 기점으로 해서 10월말 늦어도 11월까지는 여러 방면으로 북한에 의미있는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가 오기 전에 이를 알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이명박 정부는 ‘통일한국의 찬란한 부활’이라는 목표 아래 북한의 희망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과감하면서도 통 큰 대북정책을 통해 하루빨리 남북관계발전에 주도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윤제영 변호사는…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변호사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법률고문
▲CEO 네트워크 포럼 공동대표
▲이명박 예비후보 정책특보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부총재
▲이명박 대통령상임특보
▲지역균형발전위부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취임준비자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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