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자본금 대부분 날리고 순손실 전환
보유지분 매각해도 5억 원 못 미쳐
셀빅개발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끝에 코오롱의 손자회사로 들어갔다. 손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한 셀빅개발 지분 전량을 모회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매각하는 형태다. 매매가는 4억8100만 원으로 주당 가격은 액면가 500원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9원으로 산정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셀빅개발은 초기 자본금 304억 원을 대부분 날린 상태로 자본총계는 지난해 6월 기준 11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영위하는 사업도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시트를 보관하는 일처럼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다.
실적은 2013년 순이익 144만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 743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심지어 직원 수는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쯤 되면 매출이 억 단위로 발생하는 것이 더 놀라울 지경이다.
지주사-인더스트리
구조로 편입돼
이에 반해 코오롱그룹을 살펴보면 지주회사격인 (주)코오롱을 중심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제약, 코오롱글로벌 등 주요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이중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본업인 화학섬유업을 담당하며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문제가 된 셀빅개발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의 지배 하에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예외가 되는 것은 100% 증손회사인 경우뿐이다.
셀빅개발의 경우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한 지분은 87.98%이므로 이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때문에 코오롱은 2010년 지주회사 전환 시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외의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코오롱은 유예기간이 넘도록 이를 시정하지 않다가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를 바로잡았다. 그간 공정위가 2010년부터 2년씩의 유예기간을 두 차례에 걸쳐 지난해까지 부여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지난해 초까지 이 같은 위반사실이 해소되지 않자 공정위로부터 강제명령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같은 해 6월 코오롱글로텍에 대해 6개월 이내에 주식 전량을 처분하거나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의 법 위반 해소를 명령하고 과징금 13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로 인해 코오롱글로텍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보유주식 전량인 5345만여 주를 매각했지만 손에 쥔 것은 5억 원도 채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코오롱은 간판만 내건 손자회사의 자회사를 울며 겨자먹기로 손자회사로 편입시킨 셈이다.
2대주주 이웅열 회장
별다른 코멘트 없어
원래 셀빅개발의 전신은 제이텔로 휴대용 정보단말기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앞서 코오롱글로텍은 2003년 제이텔 지분 40.8%를 41억 원에 인수하고 셀빅으로 사명을 바꿔달았다. 이 회장이 셀빅개발 지분을 보유한 것은 이때부터로 약 10년간 지속돼 왔다.
하지만 셀빅개발은 원래 사업이던 정보단말 대신 스마트폰 생산으로 길을 바꿨고 이는 회사를 순손실에 빠뜨렸다. 이후에도 조경, 섬유, 자동차 관련 등 각종 업종을 갈아타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새로 하는 사업마다 실패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글로텍은 인수부터 자금지원과 매각에 이르기까지 총 300억 원가량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셀빅개발의 자본금은 증발했고 자본잠식비율은 96.4%로 완전자본잠식을 향해 달려갔다.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이웅열 회장이 2대주주로 등극하면서까지 애착을 보였던 계열사였던 탓에 이를 놓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이 회장이 보유한 셀빅개발 지분은 1.03%로 초기 설립 때부터 그대로 유지돼 왔으며 이번 손자회사 편입 과정에서도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들의 경우 유독 애착을 갖는 소규모 계열사가 한둘 있는데 문제는 해당 계열사가 부실할 때 빠른 정리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코오롱과 셀빅개발의 사례 역시 인수 이후 자본금만 까먹으면서 쉽게 정리하지 못해 결국 손자회사 편입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