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이용호의 두 얼굴 ‘희대의 사기꾼-뛰어난 사업가’

[일요서울]이 이용호게이트의 주인공 이용호씨의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보도(본지 771호 773호 774호 참고)한 이후 검찰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이씨의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된 조사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 소식통에 따르면 이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형사2부, 중수부 등에서 진행됐으나 최근 금융조세조사 3부로 합쳐졌다.
검찰은 4개월째 이씨를 조사해 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씨에 대한 여러 범죄 혐의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씨가 주가조작에 개입한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 7개사로 알려져있다. 정황상으로 볼 때 이씨가 주작조작 등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진술인들의 의견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 이씨의 사기행위 등을 뒷받침할 만한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씨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일부에선 이씨의 비호세력 존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검찰 등 법조계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모 변호사도 부장검사 출신이어서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이런 가운데 5월 초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이씨의 사무실에 수사관들이 급습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급습 당일 공교롭게도 이씨는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에 따르면 이씨가 미리 불청객들의 방문(?) 계획을 알고 몸을 피했다는 것이다.
이씨가 수사관들의 급습 계획을 먼저 알고 피했다는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을 나오지 않은 때 우연히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것이라면 이씨는 다른 곳에서라도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이후 이씨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연락마저도 끊어져 사실상 잠적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주장이다.
[일요서울]이 직접 전화연결을 시도해 봤으나 이씨는 전화 연락도 되지 않고 소재파악도 되지 않았다.
이씨는 여러대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이중 3대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부 받지 않았다. 평소 가깝게 지낸 인사들조차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의아해 하고 있다.
이씨가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일부에선 검찰내부 수사정보가 이씨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에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씨가 이미 검찰에 구속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를 확인해본 결과 구속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씨 사무실 주변은 수사관들의 급습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씨 사무실을 자주 오가는 한 인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4명의 수사관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2층과 6층 사무실을 이 잡듯이 뒤졌다.
이날 수사관들의 방문 목적은 이씨를 연행해 가는 것이었으나 이씨가 나타나지 않아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만 챙겨 갔다고 한다.
결과 없는 검찰수사
이씨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 다소 비관적이다.
수사관들이 사무실을 급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용호라는 사람이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씨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는 장모씨는 “이용호씨는 그날 미리 알고 도망간 게 틀림없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사업을 할 때도 이용호씨는 검찰에 인맥이 있다고 넌지시 자랑하곤 했다. 현 정치권에도 인맥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에 대해 비관적인 또 다른 이유는 이씨가 차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교묘하게 일을 꾸몄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있다.
이씨가 주가조작에 개입한 회사는 코스닥 회사 7~8군데.
이씨는 기업을 인수하면 직접 나서지 않고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경영을 한다. 금융거래도 제2, 제3의 회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한다고 피해자들은 전했다.
이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기업인수에서부터 주가조작, 그리고 자본잠식까지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을 인수한 뒤 언론 홍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 그리고 신제품 개발, M&A 등의 아이템을 주변에 알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주가을 저지른다는 것.
이런 방식으로 이 씨는 A사의 몇백원짜리 주식을 몇만원까지 단기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고 피해자는 전했다.
이씨가 코스닥 상장 기업 7~8사의 주작조작을 위해 1조원 대 자금을 운영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 피해자로부터 나왔다.
익명의 한 피해자는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선 매도와 매수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매도금액과 매수금액이 금융계좌에 들어왔다가 나갔다는 반복한다. 그 금액을 합치면 1조원은 족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절대 전면에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법 없이 항상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제 2, 제 3의 회사를 거치는 식으로 금융거래를 한다고 피해자들은 전한다.
이들에 따르면 이씨는 이런 수법으로 자신이 사업에 개입됐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수사기관에 진술할 때도 “나는 그저 조언만 했다. 모든 것은 서류가 말해주는 것 아니냐. 계약서에 도장 한번 찍은 적 없는 내가 사업에 어떻게 개입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한 억지”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그렇다면 실제 검찰 수사는 어느 정도 진전됐을까. 피해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용두사미형 결말이 되고 마는 것일까.
이용호는 또 다른 피해자?
검찰 관계자는 이씨 수사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 현재 계속 수사 중이라는 것만 말할 수 있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씨에 대한 수사는 이미 마무리 수순을 밝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의 우려가 현실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검찰은 오라에너지 회사 자금 13억 5000만원, 인도건설 약속어음 2매 2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이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오라에너지 횡령사건은 전 오라에너지 사주 최모씨의 허위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최근 입수한 문건에는 이씨와 오라에너지 횡령사건의 관계가 나타나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검찰은 이씨가 과거 대형 게이트의 장본인이라는 점과 최씨가 제보한 이씨의 비리내용을 접수하고 4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최근 최씨의 제보가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문건은 전하고 있다.
문건에 최씨는 오라에너지를 공동인수하자고 이씨에 제안한 뒤 대금 55억원, 운영자금 40억원 등 약 95억원의 피해를 줬다고 나와 있다.
이어 최씨는 이를 변제할 것처럼 속이고 브로커와 결탁해 이씨의 비리를 허위로 꾸며 검찰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또 인도건설 약속어음 2매 20억원도 이씨가 인도건설에 무이자로 14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주는(현재까지도 대여상태) 대가로 3개월간 융통해서 사용했으나 전액 결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적혀 있다.
문건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이씨는 과거 게이트의 유명세 때문에 횡령사건에 휘말린 일종의 피해자다.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도 이씨에게서 혐의점을 찾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최씨가 횡령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최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최씨측의 설명은 다르다. 회사자금의 상당부분은 이씨가 횡령했으며 자신은 이씨가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실을 모르고 회사 운영을 떠맡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용호씨가 회사 인수에 관련된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결정했고 나는 그의 말에 따랐을 뿐”이라며 “이용호씨는 나를 내세워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자료를 검찰에 모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용호씨는 나를 음해하기 위해 나의 사생활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악의적으로 퍼뜨리고 다녔다. 그는 전래가 없을 정도로 악랄한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이씨 수사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 경찰서 대질심문
이와 함께 한때 이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오태희 변호사와 이씨가 최근 서울방배경찰서에서 대질심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재진씨가 이씨와 오 변호사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이용호는 정말 악랄한 사기꾼이다. 그는 수사기관의 수사기법을 꿰뚫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뒀기 때문에 경찰이 그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수많은 사건을 통해 자신이 막대한 돈을 챙겨놓고 전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억울하게 범죄인 취급을 당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나도 그런 피해자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모씨에 따르면 인기가수 S씨도 이씨에 피해를 봤다.
S씨는 그동안 유명인인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침묵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해 곧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이씨는 5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이씨의 한 측근은 “내가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씨는 피해자다. 사람들이 이씨의 유명세를 이용해 돈을 벌어보겠다고 나섰다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이에 대한 책임을 이씨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측근은 “이씨가 과거 물의를 일으킨 적 있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하고 있다. 자신이 조금만 잘못해도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주가조작, 횡령, 사기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지를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바지 사장 등을 내세워 주가조작을 전문적으로 해왔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는 주변인들의 증언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타인 명의를 내세워 여러 통로를 통해 사업 자금을 끌어 썼으며 결국에는 이 자금에 대한 책임을 명의자에 떠넘기는 수법을 남발했다고 피해자들은 전한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면 이씨의 대형 주가조작 사건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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