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한 핵실험 한반도 불바다 카운트다운 “제 2의 6·25 발발 가능성 매우 높다”
심층분석 북한 핵실험 한반도 불바다 카운트다운 “제 2의 6·25 발발 가능성 매우 높다”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6-02 10:13
  • 승인 2009.06.02 10:13
  • 호수 78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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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맞물린 北 핵실험의 진실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의 요구에 따라 공화국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체 98(2009)년 5월 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 -북한조선중앙통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 후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핵실험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미사일 발사실험까지 해 그 파장의 세기를 더하고 있다. 남한이 국상(國喪) 중임에도 북한이 기습적으로 두 번째 핵실험을 하자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북 핵실험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처사라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의 태도다. 핵실험 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경대응 예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핵개발은 계속 될 것임을 시사하는 등 수그러들지 않는 태도로 응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북한이 또 다시 북-미 협상을 위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쪽과 핵보유국으로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이라는 쪽이다.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경우 남한은 심각한 군사적 위협에 놓이게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단거리 미사일 3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11시 59분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었다”며 1차 핵실험 때보다 기술적으로 발전됐음을 강조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최대 20kt(킬로톤·1kt은 TNT 폭약 1000t의 폭발력)으로 보인다”고 밝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당시 지진파는 리히터 규모 3.9, 폭발력은 0.8kt으로 추정됐다. 이 점을 감안하면 폭발력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도 북한의 2차 핵실험 폭발력이 20k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이날 이타르타스통신 등은 보도했다.


남한, 북핵 앞에 속수무책

또 북한은 낮 12시 8분경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지대공 단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한 데 이어 오후 5시 3분경에는 강원 원산에서 지대함, 함대함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미사일 사거리는 130km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인 26일 밤에도 북한은 동해에서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를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미국과 중국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 이후 정부는 즉각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1시 반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상황을 논의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말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되, 빈틈없는 안보태세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전부였다. 정부는 사전에 북한으로부터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지도 못했고 핵실험이 있은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핵실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과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미리 핵실험 사실을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국과 대북정보 공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차 핵실험 당시 중국은 핵실험 20분 전에 북한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고 이를 즉각 한국, 미국, 일본에 전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북한의 통보를 한국에 전달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를 우리 정부에 알려준 것은 핵실험이 실시된 다음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을 철저하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3월부터 함북 길주군 풍계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 등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은 한나라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를 포함해 여러 나라들이 오늘 북한에서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북한이 핵실험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핵실험 당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3월 이후 풍계리 서쪽 갱도에서 각종 시설물 공사가 활발했고 차량 이동도 식별됐으며 어제까지 공사용 자재가 이동하는 등 핵 실험 준비 활동이 활발했다"면서 “2006년 10월 1차 핵 실험 때처럼 시설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보강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오늘 아침까지의 보고였다"고 말했다.


북핵 기상청 지진측정계에 의존

하지만 이는 어설픈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은 4월 29일 2차 핵실험을 예고했고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25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 달 전부터 계획돼 있었고 미국과 중국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우리나라는 핵이 터지는 그 순간까지 몰랐던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사전에 별다른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으로 기습공격을 감행해 와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하다.

특히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군은 당일에서야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핵실험이 있은 지 24분 뒤 기상청 보고로 최초 사실을 인지했고, 폭발 29분이 지나서야 내용을 확인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군 상황조치 문건’에 기록된 내용이다. 이는 지난 1차 실험 때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통보 받고도 핵실험 사실을 20여분이 지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해 북한이 선전포고를 하고 핵미사일을 발사해도 남한은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다.


北, 6~7월경 도발 유력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실전이라면 남한은 미사일 발사사실을 알기도 전에 이미 불바다가 될 것”이라며 “우리 군의 북핵 감지력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보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조정했다. 그 배경에 북한의 추가도발이 임박한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워치콘은 한·미 군당국이 북한의 도발위협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때 상호 합의하에 격상한다. 이에 일부에선 워치콘의 격상을 북한의 도발이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으나 예상되는 위협 등을 모두 판단해 상향된 조치다.

한·미 양국군은 워치콘이 격상됨에 따라 U-2 고공전략정찰기와 RF-4 정찰기를 비롯한 휴전선 일대의 통신·신호 첩보수집 장비, 대북 감시 레이더망 등을 총동원해 북한군의 동향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6월과 7월이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북한이 무력 동원을 공언한 이상 이를 실행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무력도발을 예고한 뒤엔 이를 실행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도발한다면 가장 유력시 되는 시기는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담이 열리는 1, 2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도발 시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시기를 노린다. 또 6·15 공동선언 기념일과 16일 한·미 정상회담 때도 위험하다.

도발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은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부근이다. 북한은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해상훈련구역으로 선포한 뒤 지대함미사일이나 해안포 사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막대한 발사 비용문제가 걸려있어 다소 가능성이 낮다. 국제사회의 비난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왜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에 실험을 강행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반도에 시선이 집중된 때를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핵실험이 남한의 정세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핵실험은 장기간 준비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일이었고 북한이 그 시기를 절묘하게 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하필 이 시점인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목적은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협상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 우선이고 차선으로 핵보유국 선언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 핵실험은 남한의 상황은 크게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라크 전에 지친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쐬기를 박아 두는 효과를 노렸을 수도 있다.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에 발맞춰 동시에 미국을 압박해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도 노림수 중 하나로 추측된다. 미국은 일단 국제사회의 공조를 얻어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마련한 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안보라인이 정해지면 6월 중순 이후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 핵실험에 대해 윤 교수는 “이번 핵실험은 핵무기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후속 실험의 일환”이라며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3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보완ㆍ개량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6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PSI 가입 입장을 밝혀 왔다. 특히 지난달 5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PSI 참여 발표를 계획했다.

정부는 PSI 가입으로 WMD 확산 방지 대열 동참이라는 대의와 함께 한미동맹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좋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벌써부터 거세다.

북한은 남한의 PSI 참여 움직임에 대해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이고, 즉시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인민군 총참모부도 4월 18일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적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당장 개성공단 억류 직원 문제가 장기화와 공단 폐쇄가 걱정이다.

북한이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정치권에서 대북정책이 이슈화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내분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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