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무원, 부장검사도 수십억 떼였다
지난해 ‘귀족계 신드롬’을 일으켰던 다복회와 한마음회는 ‘모나리자’ 앞에서 조무래기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기존의 부자계를 훌쩍 뛰어넘는 ‘VVIP급’ 귀족계로 각광받던 ‘모나와따스함’(일명 모나리자 계)이 결국 깨졌다. 모나리자에 가입한 계원 수는 확인된 것만 80여명. 이들이 ‘물린’ 곗돈만도 최소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인당 최소 수억원~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계원들 사이에서는 전직 고위 공무원 A씨의 부인과 현직 부장검사 B씨의 부인 등을 비롯한 정·관계 유력인사들도 거액의 재산을 날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사상 최악의 곗돈 사기 사건으로 비화된 ‘모나리자 계’를 둘러싼 소문과 의혹을 추적했다.모나리자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유력인사 대부분은 다복회와 한마음회에 중복 가입했던 이들이다. 또 이들 중 일부가 가까운 지인들을 새로운 계원으로 영입하기도 해 회원리스트 자체가 ‘VVIP급 명단’을 방불케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차명계좌에 100% 현금 납입
지난해 와해된 귀족계 ‘다복회’의 경우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홍보처장과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지낸 정순균씨의 부인 최모씨와 지난해 철도공사 사장을 역임한 이철 전 국회의원의 부인 전모씨 등이 오랫동안 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인 바 있다.
최씨는 2억짜리 번호계 2개, 2억짜리 낙찰계 6개 등 총 16억원 규모의 곗돈을 굴렸고 전씨는 2억짜리 낙찰계 6개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나리자에는 이들을 능가하는 명성과 재력을 가진 ‘특급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됐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를 의식한 듯 가명·차명으로 개설한 계좌를 통해 100% 현금으로 곗돈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정확한 회원 명단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금융감독원이 나서 이들이 뭉칫돈을 마련한 경위와 세금탈루 여부에 대해 내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수사기관을 통해 계원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모나리자 계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선 강남 경찰서 측은 “모나리자에 정·관계 실세가 포함됐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남 경찰서 경제수사팀 관계자는 “일부에서 고위공무원 등 유력인사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실체가 파악된 것은 없다”며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계원 대부분이 일반 자영업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의 규모가 4000억이라는 말도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며 “피해액으로 경찰에 신고된 금액은 그보다 적다”고 전했다.
“사채업자에 부동산 뜯길 위기”
모나리자가 처음 조직된 것은 지난해 5월.
다복회 사건으로 엄청난 손해를 본 손모(여)씨가 ‘제대로 된 귀족계를 만들겠다’며 계주로 나서 20억원을 납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손씨의 관리아래 거액의 낙찰금이 꼬박꼬박 지급되자 부유층 사이에서 모나리자 계는 ‘믿을만한 투자처’라는 신뢰가 쌓였다. 곧 엄청난 규모의 뭉칫돈이 모나리자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낙찰금을 수령한 일부 계원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추가 납입금을 막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손씨는 부족한 납입금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사채업자 두 팀을 계에 끌어들였고 납입금이 부족한 계원들에게 사채를 쓸 것을 종용했다.
급전이 필요해 모나리자에 가입한 계원들은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는 생각에 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계원들을 상대로 월 20%, 연 300%가 넘는 선이자를 떼고 거액을 빌려줬다.
하지만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새 구좌에 돈을 넣어도 낙찰금이 제때 배당되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
계원 가운데 일부는 사채업자들에게 땅, 건물 등 부동산을 담보로 잡히기도 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18일 일부 계원을 만나 모나리자 조직과정과 곗돈 납입 규모, 계원 구성 등에 대한 진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출석한 계원들은 자신들의 계 장부와 사채를 쓰면서 받은 차용증, 사채 선이자 납입 영수증 등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손씨가 사채조직과 연계해 대부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영수증에는 사채 1억원을 10~15일 쓰는 조건으로 1100만원의 선이자를 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도 모나리자를 비롯한 강남 지역 계모임이 일부 부유층의 탈세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나섰다.
특히 강남지역 귀족계에 대한 조사에서 관련자들의 유착을 막기 위해 강남 지역 세무서가 아닌 강북 지역 기관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모나리자 만든 ‘마이더스 손’의 정체
모나리자를 조직해 수천억원대의 종자돈을 굴린 계주 손씨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감싸여 있다. 전형적인 부유층 귀부인 손씨의 진짜 신분을 아는 지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씨는 강남에 위치한 20억원대 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했으며 7억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최상위급 승용차를 자가용으로 끌고 다녔다. 그러나 손씨가 쓰는 휴대전화 3대를 비롯해 이들 재산은 손씨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돼 있어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더구나 그는 모나리자 계의 장부를 관리하면서 예금계좌를 타인 명의로 개설했다. 과거 다복회, 한마음회 계주들이 본인 명의의 계좌를 운영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손씨는 최근까지 모나리자와 함께 또 다른 하부 계모임 십여 개를 새로 조직해 돈을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경찰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다복회, 한마음회를 뛰어넘는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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