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 특위 있으나 마나”
“국회 윤리 특위 있으나 마나”
  • 김정욱 
  • 입력 2004-10-01 09:00
  • 승인 2004.10.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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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윤리특위는 골프장 경비원을 폭행한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과 한솔로부터 1억원의 불법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다룰 예정이어서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결국 여야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 세간의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지난 9월 20일 국회 윤리위에서 김원웅 위원장이 서병수 한나라당 간사, 이상민 열우당 간사와 회의 시작전 의사일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김한길 의원의 경우는 16대 국회 때 일어난 일이어서 17대 윤리특위에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은 “당 대표가 김태환 의원을 문책하고 본인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부분도 참작했으면 한다” 고 감쌌다. 결국 김한길 의원과 김태환 의원의 징계안은 ‘윤리심사안’이라는 낮은 수위로 변칙 상정됐다. 국회윤리특위에는 ‘징계심사’와 ‘윤리심사’ 2가지 방법이 있다. 징계심사는 경고, 사과, 출석정지, 제명 등 4가지로 되어있다. 이와는 달리 윤리심사는 윤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윤리특위 진퇴양난

윤리특위가 솜방망이 심사를 하자 민주노동당은 김태환 의원, 김한길 의원에 대해 징계안 상정이 아닌 윤리심사 대상으로 상정한 것은 동료 감싸기에만 급급한 구태라며 차라리 윤리특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만취한 상태에서 노동자를 폭행한 국회의원과 거액의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을 징계하지 못한다면 윤리특위는 뭐 하러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 의원은 “양당(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간사의 밀실합의를 통해 징계안 상정이 아닌 윤리심사 대상으로 특위에 회부를 결정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심 의원은 윤리특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며 국회의장 산하에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윤리심사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의 시민감시국 김민영 국장은 “김태환 의원은 윤리특위에서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하며, 김한길 의원은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난 만큼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특위 대수술 예고

김원웅 윤리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착찹하다”고 심경을 밝힌 뒤 윤리특위의 대폭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이번 정기국회 중에 윤리특위를 대폭적으로 개편하는 국회법 개정안 제출을 밝힌 것. 또한 김 위원장은 “소속당의 이해관계로 인해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로 당파성과 당론을 꼽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의원들의 징계·윤리 심사에 있어서 의견제시나 당론을 통해 윤리특위에 압력을 행사하지 말아 줄 것을 양당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자율권이 주어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이것을 포기하면서 동료의원 감싸기와 당파적 이해에 급급하다면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된 특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외부인사가 윤리특위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윤리특위에 회부된 심사안에 대해 당론을 전달하거나 이를 수용하는 위원들을 제재, 징계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해 윤리특위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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