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경기지사가 범여권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여론조사를 비롯, 소속 대의원들조차 손 전지사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권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고건 전국무총리에 이어 정운찬 전서울대총장까지 잇따라 불출마 선언을 하자, ‘대안론’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특히 오는 6월 정치결사체인 ‘선진평화연대’를 띄우고 본격적으로 독자세력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향후 그의 ‘광폭행보’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포에서 비선조직까지 가동하고 있는 손 전지사는 조만간 신당 창당도 선언할 예정이다. 손 전지사는 심지어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맞짱’ 상대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상이 격상됐다. 이에 따라,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손 전지사의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범여권 386 인사 중 일부가 전망한 올해 대선정국 문건에서 ‘손학규 대 이명박’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정보기관 핵심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J의원과 청와대 일부 인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이 이달 초에 눈길을 끈 적이 있다”면서 “올해 연말 대선은 손학규 대 이명박의 구도로 짜여질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고 말했다.
YS ‘지원받고’ DJ ‘계승하고’
손 전지사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요인으로, 전직 대통령들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이 가장 먼저 손꼽히고 있다.
손 전지사는 탈당을 전후한 시점부터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지난 5월 초 북한을 방문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 인사를 접촉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손 전지사는 나아가 남북관계에 있어서 “내가 DJ와 노무현 대통령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평화경영정책의 비전을 제시하고 돌아왔다”면서 방북 성과를 ‘과감하게’ 포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손 전지사와 DJ의 교감설이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DJ정권 시절 주요 인사들이 경제적 지원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루머’가 흘러나왔다.
손 전지사는 그러나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 범여권으로 ‘직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섣불리 움직일 경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양지’만을 쫓는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게 자명하다. 그렇다면, 선(先)독자세력화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손 전지사가 독자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손 전지사의 자택과 가까운 서울 마포 인근 J빌딩 13층 사무실에서 일부 후견인들이 모여 독자세력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곳은 과거 김영삼 전대통령이 개인 사무실을 운영했던 건물로도 유명하다. 최근까지 YS의 측근인 서석재 전의원 등이 이곳을 드나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따라, YS계보 일부 인사들이 ‘민주산악회’ 등을 통해 손 전지사를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청원 전대표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 캠프로 옮기는 등 일부 측근들의 움직임이 노출되면서 YS가 ‘조금 더 지켜보자’면서 자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YS가 서 전대표의 ‘박근혜 캠프’ 합류를 만류했던 것도 ‘손 전지사를 염두에 둔 탓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손 전지사는 이로써 공보팀, 여론조사팀 등 모두 4개의 공식조직과 함께 일부 비선조직까지 가동 중이다.
선진평화연대 한 관계자는 “선진평화연대를 띄우기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범여권 일부 세력들이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안다”면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범여권 진영이 손 전지사 쪽으로 흡수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손 전지사측에 따르면, 오는 6월 17일 전진코리아, 선진평화포럼, 선진한국연대 등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정치결사체가 탄생할 예정이다.
신당의 전단계가 될 선진평화연대에는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등 일부 재선그룹이 동참하고 이강철 특보, 이부영 전의장 등 중견 정치인들이 간접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평화연대는 현재 전국 단위 지부조직이 속속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 떠난 자리 김부겸 의원 등장
손 전지사의 행보는 DJ의 ‘3단계 정권 창출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DJ는 대선후보 연대를 통해 결정된 후보로 정권을 창출하고 그 이후 총선을 치르기 위한 통합신당 구성의 순서로 가야한다고 ‘훈수’를 둔 바 있다. 이를 위해 손 전지사도 정당 형태의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 전지사가 신당 창당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러한 DJ의 주문을 그대로 수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
손 전지사의 한 측근은 “오는 6월 17일 사실상 창당준비위가 출범하게 되면, 독자세력화가 가속페달을 밟게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 대선주자와
격돌하기까지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 전지사는 이제 범여권 주자로서 완전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5·18 기념행사’가 열린 광주에서 손 전지사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 범여권 주자에 둘러싸여 있었다. 올해 대선에서도 당락을 좌우하게 될 호남민심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손 전지사는 또, 조만간 미국도 방문한다. 그의 광폭행보가 점차 여론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탈당’한 사실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손 전지사가 창당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할 숙제가 있다. 인물난, 자금난 등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도 손 전지사 입장에선 주요 ‘관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마포 지원팀 물밑 가동
손학규 전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이 서울 마포 소재 J빌딩 13층에서 ‘비선’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은 과거 김영삼 전대통령이 대선 준비를 위해 캠프를 운영했던 건물이기도 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정보기관 소속 관계자는 “J빌딩에서 손학규 지지자들이 모여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YS의 측근인 최형우, 서석재 전의원 등이 최근까지 이곳을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무실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손학규’ 지원방안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는 관측이다. 손 전지사가 ‘인물대장정’을 통해 새로 영입한 인사들이 이곳에 포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18일 J빌딩 13층 사무실을 찾았을 당시 30여평 남짓한 공간에 2명의 중년 인사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 중 한 인사는 손 전지사와 관련된 질문에 “그런 거는 모른다”며 짧게 답했다.
그러나, 손 전지사측 관계자는 J빌딩 사무실과 관련 “손학규 전지사를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정도로 안다. 우리 공식조직은 아니라는 얘기다”라고 말해 비선 지원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범여권 ‘386’ 17대 대선 전망 문건 작성
‘손학규 대 이명박’ 구도 예측
17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올해 대선을 전망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회자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에는 열린우리당 일부 386 의원과 청와대 인사들이 작성한 대선전망 문건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한 소식통은 지난 17일 “범여권 일부 인사들이 올해 대선을 전망하는 자료를 만들었고 몇몇 언론사에서 이를 확보했지만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 내용에 대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올 연말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로 손학규 전지사가,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시장이 나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손 전지사의 한 측근도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서 올해 대선을 전망한 보고서를 올렸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며 “그 중에서도 손 전지사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향상됐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보기관에서도 내부 보고서를 통해 손학규 전지사의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
반면, 일련의 정세 분석보고서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도 상당하다.
일부 캠프 인사들이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올해 대선을 전망해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수원 공보특보는 이와 관련, “최근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손 전지사의 본선 진출을 전망하고 있다”며 “하지만 범여권에서 만들었다는 문건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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