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붙잡힌 성매매 여성 휴대폰 속 고객 리스트 파문
한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고객이었던 남성 수백 명에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뜯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피해 남성들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을 뜯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불려가 성매매사실을 시인하고 처벌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남성들은 자신의 성매매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순순히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여성의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모두 이 여성의 고객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실제로 이 여성의 고객들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에 적발돼 조사를 받던 성매매 여성의 휴대폰에서 수백명의 고객리스트가 나와 수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남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성매매 남성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김모(38.여)씨를 구속하고 공범 박씨와 전화방 업주 김모씨(44·여)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들은 상습공갈 및 성매매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수 남성을 상대로 돈을 요구하다 적발돼 조사를 받던 김씨의 휴대폰에서 수백 개의 전화번호가 확인됐다. 이 전화번호들은 대부분 남성 고객들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씨의 휴대전화에는 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돈 많은 놈’, ‘변태 같은 놈' 등으로 저장돼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리스트 속 남성들 추적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수많은 고객들을 기억하고 관리하기 위해 자신이 상대한 남성들의 특성을 휴대폰에 기록해 뒀다”면서 “남성 고객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고정 고객을 만들어 성매매를 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남성들을 상대로 피해사실과 더불어 성매매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20여명의 남성들로부터 피해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일단 김씨 휴대폰 속에 저장된 남성들의 성구매 사실이 확인되면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1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가능하면 일일이 조사해 사법처리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월부터 성매매 남성들을 협박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씨가 ‘고객들의 적’으로 돌변한 까닭은 다름 아닌 유흥비 마련 때문이었다. 김씨는 내연남 박모씨(51)와 유흥비를 마련을 놓고 궁리한 끝에 남성들을 협박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남성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남성들은 김씨의 협박에 벌벌 떨며 돈을 내놓았다. 수확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김씨는 횟수를 더해갈수록 점점 대담해졌다.
끝없는 협박의 시작
경찰은 김씨가 돈을 내놓지 않는 남성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집요하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남성들은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에게 성매매 사실이 탄로 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돈을 보내줬다.
김씨의 협박 대상은 그야말로 무차별적이었다. 김씨는 2년 전 자신에게 성을 구매한 한 남성에게 느닷없이 전화해 “경찰에 단속됐는데 돈을 보내주면 (성매매)명단에서 빼주겠다"고 협박했다. 상대가 이 말을 쉽게 믿지 않으면 “○○업소가 경찰 단속에 걸려 업소 고객명단이 경찰에 넘어갔다. 나도 곧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거기서(경찰서에서) 명단 속 고객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내가 자백하면 당신은 끝이다”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곧 경찰에서 당신에게 전화가 갈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는 말도 했다. 전화를 받는 남성의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 남성은 김씨에게 100여만원의 돈을 송금해야 했다.
또 김씨는 전화방에서 알게 된 또 다른 남성에게 전화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경찰에서 나에게 성을 구매한 남성들을 조사한다고 했다. 조사 대상자에서 빼 줄 테니 그 대가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 남성 역시 150여만원의 돈을 김씨에게 뜯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김씨가 어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지 조차 확인하지 않고 돈을 보내줬다”며 “돈을 보내준 이들 중엔 성구매를 하지 않았지만 김씨의 요구가 하도 집요해서 돈을 보내줬다고 주장하는 남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씨는 ‘쉽게 돈을 뜯어냈다'는 판단이 들면 추가로 돈을 보내올 것을 요구했다.
한편 김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들은 공무원, 직장인, 자영업자, 교직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의 리스트 중 일부는 다른 동료의 고객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고객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들어 김씨가 자신의 고객이 아닌 다른 성매매 여성의 고객 전화번호를 일부 활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팅으로 오피스텔 성매매 1500명 리스트 확보
채팅 전문 여성과 성매매 여성을 따로 고용해 오피스텔 성매매업소를 운영한 이들이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마포구 합정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채팅 전문 여종업원들과 성매매 여성들을 고용해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1500여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관련 피의자 고모(37) 씨 등 12명을 붙잡아 수사 중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2월 오피스텔을 임대한 뒤 채팅 전문 여종업원 3명과 성매매 여성 4명을 고용해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수 남성을 포섭, 성매매 여성들에 알선하도록 하고 15만~3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에서 1509명의 성매수 남성 리스트를 확보함에 따라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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