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용산의 꿈’…이번엔 ‘실현’될 수 있을까?
사라진 ‘용산의 꿈’…이번엔 ‘실현’될 수 있을까?
  • 서승만 편집위원
  • 입력 2015-01-26 13:43
  • 승인 2015.01.26 13:43
  • 호수 1082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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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이 뛴다]

[일요서울 | 서승만 편집위원] 정부가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 조기 개발’이 가시화 되고 있다.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렸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현실화 하려면 민간의 참여가 절대적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장밋빛 플랜에 너무 들뜰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비관할 필요도 없다. 일각에서는 기대감에 부푼 상황이지만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일고 있다.

직접적 수혜자인 용산 주민들은 신중 모드로 일관했다. 환영할 일이긴 하나 그동안 정부의 졸속 추진정책에 반신반의 분위기는 여전하면서도 한동안 부동산 시장의 이슈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정부의 철도경영정상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6년 계획돼 추진됐었다. 그러다가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시키면서 30조원 규모 사업으로 확대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가 밀려오면서 난항을 겪다가 2013년 결국 무산되고 만다.

당시 일부 주민들은 사상 최대 규모 국책개발사업이라는 호재를 믿고 담보대출 등을 받았다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등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설상가상으로 용산역세권 개발과 함께 진행되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중고를 겪어왔다.

국방부-서울시 의견 차이

용산 미군기지 개발 역사는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용산기지를 포함해 전국의 미군기지를 재배치하는 것에 합의했다.

국회는 2004년 12월 미군기지 평택이전협정 비준안을 가결시켰고, 이후 수많은 공청회와 논란 끝에 2007년 국회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통과됐다.

같은 해 11월 중순부터는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에서 평택 미군부대 착공식과 함께 공사가 시작됐으며, 2011년에는 제7차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처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됐다.

최근 국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입지규제 최소구역’이란 법률을 통과시키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박원순 시장이 부임하면서부터 국방부와 큰 의견 차이를 보여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엔사·수송부 주변은 주거지역이어서 이를 상업지역으로 바꾸면 주변과의 조화가 깨진다”며 국방부 의견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벌써 이런 조치가 일부 대기업의 주머니만 채우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주체는 대기업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책이 얼마나 투자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길 만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서울 상암동 DMC, 용산국제업무지구, 뚝섬부지 등에서 정부가 각종 당근책을 내놓았음에도 민간이 투자를 하지 않아 좌초한 초고층 건축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많았다.

이번에 내놓은 용산 부지에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대규모로 짓는 문제만 해도 향후 시장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등에 신축 중인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데다 서울 도심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11%나 되기 때문이다. 선뜻 초고층 빌딩 사업에 투자할 민간이 얼마나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유엔사 부지부터
‘순차적 개발’

유엔사 부지의 경우 국방부와 서울시는 도시경관을 유지하면서 조기개발이 가능하도록 부지별로 용적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생길 수 있는 교통문제 등을 언급하며 국방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개발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국방부가 이견을 보여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용산 주한미군 이전 부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국방부와 서울시가 개발 방식을 서로 양보하면서 부지 개발방식을 확정하고 부지 이전 방안을 마련해 조기 착공을 유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부터 동쪽 유엔사 부지부터 순차적으로 개발한다. 이곳은 20층 규모의 고층 빌딩숲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시설 높이는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의 7부 능선 조망이 가능하도록 남산에 있는 소월길 이하의 수준으로 정했다.

 인근 주민들 아직은
‘반신반의’

개발이 2019년보다 4년이나 빨라지면서 부동산에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인근의 부동산 업체 대표는 “하루에 문의 전화가 10통 이상 오고, 기대심리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라며 들뜬 소리를 냈다. 용산 개발 소식에 급매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유엔사와 수송부 부지와는 달리 남영역 부근 캠프킴 땅은 용적률 800% 이상을 적용해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부동산 경기부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 측은 계산한다. 캠프킴 부지는 4만8000여 제곱미터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그동안 구체적인 정부 개발 계획이 나오지 않아 낙담하던 일대 주민들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용산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단초는 제공하겠지만,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캠프킴 부지 등 일부 지역으로만 영향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 경험에 비춰봤을 때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성급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solar21c@ilyoseoul.co.kr

서승만 편집위원 solar21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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