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사이드호텔 미스터리 “1년 버티는 주인이 없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리버사이드호텔 안팎에서 때아닌 괴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리버사이드호텔을 인수하는 기업마다 망했다는 징크스가 괴담의 골자다. 실제 1981년 설립된 리버사이드호텔은 설립자 김동섭씨가 1992년 부도 낸 이후 1994년까지 주인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특히 역대 호텔 주인들은 모두 부도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매 매물로 나온 지 10년만에 주인을 찾은 리버사이드 호텔은 무사할 수 있을까. 각종 사고로 논란에 오른 리버사이드호텔 흥망사를 추적해봤다.
지난 5일 새벽 서울 서초구 리버사이드호텔에서는 대규모 폭력사태가 불거졌다. 용역업체 200여 명이 호텔로 난입해 당시 그곳에 상주하던 직원 20여명을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집단 폭행한 것이다. 리버사이드호텔을 인수한 하이브리드건설과 전 소유자인 동림CURB 두 업체가 갈등이 빚은 결과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느닷없는 난투극에 경찰 관계자는 “황당한 사건”이라며 “원래부터 각종 소송, 이권사업이 복잡했던 곳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이전부터 업계 일각에서는 하이브리드건설의 사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리버사이드호텔을 인수한 기업치고 잘된 사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실제 1992년 부터 1994년까지 주인이 5번이나 바뀌었다. 특히 당시 호텔 주인 기업은 모두 부도를 냈다. 재계에는 호텔을 가리켜 ‘기업의 무덤’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뽕나무밭에 세워진 호텔
실제 리버사이드호텔은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다. 호텔의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등기명의인은 100명이 훌쩍 넘는다. 세워진지 20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거쳐 갔다는 얘기다.
리버사이드호텔이 위치한 강남구 잠원동은 한강가에 있어 예로부터 한강이 생업의 근간이었고, 양잠을 한 가구가 많았다. 호텔부지는 당시 뽕나무가 있던 터였다. 한강을 잇는 한남대교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여관이 개장됐다.
이것이 리버사이드호텔에 효시가 되었다는 전언이다.
여관에서 호텔로 바뀐 것은 1981년 김동섭씨가 리버사이드호텔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호텔은 지하2층·지상13층 규모로 객실 수가 182실에 달했다. 강남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과 화려한 한강의 야경을 이유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호텔에 입주한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도 강남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김씨의 경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씨는 1992년 4월 호텔경영이 어려워지자 부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고의부도를 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심지어 김씨가 유모씨에게 호텔 소유권이 넘어가자 조직폭력배를 동원, 120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한 사실이 검찰 조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2번째 호텔 주인은 충북투자금융이다. 1992년 11월 충북투자금융은 리버사이드호텔을 360억원에 인수했다. 마무리가 원만하지 않았다. 충북투자금융이 김씨의 고의부도와 깊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충북투자금융은 호텔이 부도나기 직전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호텔 측에 90여억 원을 불법대출해 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충북투자금융도 1995년 부도가 났다.
결국 호텔은 다시 매물로 나왔고 1993년 호성전자가 리버사이드호텔 3대 주인이 됐다.
호성전자는 김씨의 친누나인 김동숙 씨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호성전자는 호텔매입 잔금을 치르지 못했고, 2003년 파산했다.
결국 2년 만에 주인이 세 차례나 연달아 바뀌게 된 셈이다. 이 과정에 김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4년에는 동림CURB가 4번째 호텔 주인이 된다. 동림은 경매 낙찰을 통해 호텔을 인수했다. 당시 동림CURB는 효산그룹과 호텔매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던 효산그룹이 그해 11월 결국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고려증권이 호텔을 임의 경매처리를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동림CURB도 같은 해 부도처리가 됐다.
리버사이드 인수기업 1년도 못가 부도
리버사이드호텔을 인수한 기업이 1년을 채 못 버티고 부도가 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부도 괴담’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다시 경매에 나온 리버사이드호텔은 약 10년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새 주인을 찾게 된 것은 경매에 나온 뒤 무려 16번의 입찰 변경과 3번의 유찰을 거친 뒤였다.
지난 2005년 하이브리드건설은 478억원에 호텔을 낙찰 받았다. 하지만 이 지지부진한 경매 과정에 불거진 소송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새 주인이 된 하이브리드건설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 호텔은 법정 송사로 복잡한 상황이다.
등기부등본을 검토한 결과 늘푸른건설이 지난해 7월 매매, 전세권 및 저당권 등의 처분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올 4월 2일 김 모씨도 소유권이전등기 가처분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동림CUBR과 관련 사기혐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어 소송과 고발은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잡는 호텔 악명 계속되나
과연 하이브리드건설은 리버사이드호텔에 얽힌 징크스를 씻을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호텔 인수가 아직도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세입자들 이전보상과 관련, 세입자들이 호텔 입구에 철조망을 치는 과격 농성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지난 5일 새벽에는 동림CURB과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7명의 용역업체 직원이 구속되고 동림CURB 대표 이모씨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서초동 노른자 땅 위에 서있는 리버사이드호텔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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