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또다시 ‘비자금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08년 1000억 원대 비자금 관리 의혹을 받았던 ‘박철언-현경자 부부’에 대한 일부분이 공개된 데 이어 이번에는 박 전 장관의 아내 현경자씨가 52개의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폭로돼 파문이 예고되고 있다. 이른바 알려지지 않은 ‘박철언-현경자 부부 비자금’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된 셈이다. 특히 기업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도 물밑에서 불거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08년 이후 한 차례 ‘가족 간의 갈등’, ‘측근과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52개 차명계좌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 전 장관의 아내 현씨의 비자금이 결과적으로 ‘박철언 비자금’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액수는 80여억 원에 달했다. 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부분 친인척이 아닌 가까운 지인 등 제3의 인물이 관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요서울]은 현씨가 차명으로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는 차명계좌와 관련된 구체적인 입출금 내역이 담겨 있다. ‘박철언-현경자 부부 비자금’ 의혹을 파헤쳐봤다.

현경자 소유로 의심되는 차명계좌만 52개
적게는 2천여만 원부터 많게는 5억 원 입금
박철언 “비자금은 물론 차명계좌도 없다” 반박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지난 2008년 “178억 원을 횡령했다”며 부인, 처남 등과 함께 자금관리를 맡았던 여교수를 고소했고, 이 사실이 언론에 밝혀지면서 ‘박철언 비자금’이 공론화됐다.
또 박 전 장관의 측근들이 1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박 전 장관이 가지고 있으며, 그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이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을 상대로 3회에 걸쳐 소환조사를 했으나 ‘박철언 비자금’에 대한 실체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문제는 6여 년이 지난 지금, ‘박철언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이 최근 들어 또 다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당시 제기됐던 여교수를 통한 ‘박철언 차명계좌’ 의혹이 아닌 새로운 내용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계좌내용 살펴보니
거액 한꺼번에~
최근 박 전 장관의 측근 인사들이 현경자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가 존재한다고 주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측근 인사들은 박 전 장관과 현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아는 가까운 인물이다. 최근 박 전 장관이 아내와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정기관에서도 ‘박철언-현경자 부부 비자금’과 조성 과정에 대해 의혹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박철언 비자금’이 아직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사정기관의 내사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조만간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해 11월 금융실명제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빼돌렸을 경우 모두 불법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에 저촉된다. 제보자들이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을 거론하는 것도 까닭에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점은 박 전 장관의 아내 현경자씨가 관리하는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다. 측근들은 박 전 장관의 아내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실질적인 실소유자는 박 전 장관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박철언-현경자 부부 비자금’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박 전 장관의 아내 현씨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문건에 따르면 9명이 차명인을 통해 52개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액은 총 80억여 원에 이른다. 특히 2천만 원부터 5억 원까지 거액의 돈이 한꺼번에 입금됐다.
실제 현씨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번호 등을 정리한 문건에는 A씨가 조흥은행(975-04-○○○○○○)에 5천만 원, B씨는 하나은행(006-72-○○○○○-○, 204-○○○○○○-○○○○○)에 총 3억 5천만 원과 대한투자(현 하나대투증권, 12-901-○○○○○-○) 1억 6천여만 원, C씨는 대한투자(12-4135-○○○○○-○, 12-4135-○○○○○-○, 12-5678-○○○○○-○)에 11억여 원과 조흥은행(975-32-○○○○○○)에 8천만 원을, D씨는 대한투자에 2천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E씨의 경우 현씨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6개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좌는 대한투자에서 개설됐다. 총 26억 원을 보유, 현씨의 비자금을 관리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현씨의 차명계좌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F씨는 9개의 계좌(대한투자 6개, 신한은행 2개, 조흥은행 1개)를 통해 총 11억여 원 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씨는 대한투자를 통해 7개를 보유 총 2억여 원을, H씨는 3개(대한투자 2개, 조흥은행 1개)를 통해 4억여 원, I씨는 8개의 대한투자 계좌를 보유 7억여 원의 현씨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명이 관리하고 있는 차명계좌는 대부분 1990년대에 입금됐거나 만기됐다. 그 당시 박 전 장관은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중 일부는 이 계좌번호를 연장해 아직도 ‘비자금’으로 사용되거나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금 현재도 이 계좌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더구나 박 전 장관의 아내 현씨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9명은 친인척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박 전 장관 측과 가까운 인사들은 비자금을 관리하는 이들이 현씨와 가까운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측근들이 이 계좌를 만들어 직접 관리하고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차명인과 박철언-현경자 부부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이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철언 ‘억울함’ 호소
고소 못 하는 이유는?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008년 당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을 때 국세청에 자진 신고를 했다. 갖가지 문제가 있다면 모두 해결하겠다고 해서 다 처리됐던 부분”이라며 “더 이상의 비자금도 없고, 차명계좌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명인들은 이 내용을 제보한 A씨의 친인척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제기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는 질문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새로운 내용이 아닐 뿐더러 A씨가 부풀려 얘기한 것”이라며 “80억 원의 금액이 나온 것은 정기예금 등이 만료돼 1년 연장을 하고, 그 돈은 또 다른 계좌를 개설에 입금시킨 것이다. 때문에 80억 원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 중 일부는 장인어른이 물려주신 돈과 나의 돈이 합쳐진 것”이라며 “A씨가 내용을 잘 모른 채 돈을 뜯어내려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A씨는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부끄러워서 고소고발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편, 본지는 향후 박철언, 현경자 비자금 추가 의혹과 함께 측근들의 인터뷰를 통해 박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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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전 장관은 누구인가 박철언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시작으로 안기부장 특보를 거쳐 노태우 전 대통령 때 대통령 정책보좌관-정무장관-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6공화국의 실세 정치인으로 통한다. |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