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후 교체설 유력 대안 부재 분석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임’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일단 청와대 문건 유출 등으로 김 실장에 대한 교체론이 거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바꾸지 않았다. 그 대신 지지율 추락으로 ‘인적쇄신’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정홍원 국무총리를 경질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실망스럽다’고 촌평했다. 야당에서는 여전히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 물밑에서도 교체에 무게를 싣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을 교체하지 않은 데에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선 김 실장을 압박하는 형국인데도 박 대통령은 그를 ‘유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지난 2013년 말부터 거론돼 왔다. 인사검증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실장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실장의 개인사까지 겁쳐 ‘교체설’이 거의 확실시되다시피 했다. 그 당시 김기춘 건강이상설과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비서실장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소문이 급속도록 돌았다. 더구나 여권 중심으로 “김 실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두 차례 이상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이 나왔다. 김 실장이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박 대통령은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반대로 김 실장 교체설은 하나의 ‘설’에 불과했다.
‘황교안 비서실장’ 거론
‘설’에만 그쳤던 김 실장의 교체가 이번에는 확실한 듯 보였다. 최근 청와대 문건 파문 등으로 인해 김 실장이 교체될 수밖에 없고, 비박계와 야당에서 ‘김기춘 교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 내에서도 ‘김기춘 교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심이 좋지 않은 이상 김 실장을 안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교체가 확실시 된다는 말이 친박계를 중심으로 돌았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여권에서 중심으로 김 실장의 후임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서 보여준 황 장관의 대응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는 이유에서 유력한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다. 심지어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는 권영세 주중 대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설까지 나왔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적 비판 등이 거세졌고, 청와대 개편 발표가 있기 4시간여 전부터 ‘김기춘 교체는 기정사실’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마무리된 새해 정부업무 보고에 잇따라 불참한 것이 교체설에 불을 지폈다. 5차례 중 단 한 차례만 참석했던 것. 이에 따라 김 실장이 주변정리를 한다는 얘기가 급속도록 돌았던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정홍원 총리를 교체하고, 김 실장을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김 실장의 거취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박 대통령이 교체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그가 ‘유임’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청와대 측의 설명은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두현 홍보수석은 지난 23일 김 실장이 인적 조치에서 제외된 데 대해 “청와대 조직 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좀 더 하실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교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실장의 거취는 이 작업이 마무리된 뒤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 담 너머로 들려오는 소식은 이와 사뭇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해양수산부 장관 등 나머지 인사에 대한 개각이 단행된 이후 최후에 사임할 것이라고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말을 종합해봤을 때 김 실장이 인사위원장인 만큼 청와대 내각 개편 및 개각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한 뒤 ‘사의’를 표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실장의 사임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청와대 내 기강을 잡은 다음에 후임 인사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김 실장은 당분간 실장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와는 반대로 김 실장이 오랫동안 유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개편을 보면, 김 실장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 단적인 예로 정 총리 교체만 봐도 알 수 있다.
청와대 개편 보면
‘유임’ 가능성 크다?
정 총리와 김 실장은 정치권에서 동반 교체 여론이 높았지만 청와대의 인사청문회 부담 등으로 정총리가 유임되고, 김 실장이 교체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 총리가 전격 물러나고 김 실장이 유임되면서 계속적으로 일을 맡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한 민정수석과 민정특보에 내정한 이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이명재 민정특보는 72살이고, 승진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48살로 젊다. 상복하복으로 유명한 검찰 특유의 수직적 문화의 특성상 이들을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인물이 김 실장이다. 카리스마로 청와대 등을 장악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대안 부재’가 대두되고 있다. 김 실장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일부 친박계 원로급 인사, 황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청와대 기강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나아가 원로 7인회 인사인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측근인사’ 비판으로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유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으로 인해 김 실장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朴, 3인방 애정 과시
한편, 박 대통령이 17년간 동고동락했던 ‘문고리 3인방’에 대해 변화 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제2부속실이 폐지되고, 안봉근 비서관이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기는 정도다. 이재만 비서관은 권한 비대화 지적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배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조치만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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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