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세계-22] 삼성그룹과 대관업무-上편
[국회 보좌진의 세계-22] 삼성그룹과 대관업무-上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1-26 10:29
  • 승인 2015.01.26 10:29
  • 호수 1082
  • 5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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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전략실 총괄…단연 조직적 기업

- 15대국회 재경위 세무조사 촉구해도 ‘건재’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아마도 여의도 주변에서 대관업무를 가장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재벌그룹 중 하나는 삼성그룹이 아닐까 싶다. 삼성그룹에서 국회를 상대 대관담당자들은 드러난 숫자만 10명 이상이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조차 쉽지 않다. 여타 기업에 비해 은밀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원회관과 정당 주변을 들락거린다. 포괄적으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인사들만 집중 타켓하는 방식이다. 특히 계열사 임원들의 움직임은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대관담당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의 당의장실, 최고원 등 당 지도부,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 상임위원회 여·야 간사 의원실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접촉 상대다.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을 접촉 빈도가 더 많다. 의사일정이나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등을 취합하고 당의 입장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간사 의원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기획재정위, 정무위, 환경노동위, 미래창조과학위, 국토교통위, 산업자원위, 법제사법위 등이 삼성그룹 대관담당자들의 타켓대상이다.

국회 담당자만 10명 이상

삼성그룹의 대관업무는 사실상 미래전략실이 총괄한다. 과거 구조조정본부격인 미래전략실 산하에 분야별로 여러팀이 있다. 경영진단팀과 전략1팀, 전략2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기획팀, 준법경영실, 금융일류화추진팀 등의 부서가 있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은 계열사들의 사업과 재무, 전략, 홍보, 인사 등 주요 업무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그룹의 핵심 부서다. 2008년 비자금 특검 당시 과거 사실상 회장 비서실 역할을 하던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전략기획실을 신설했고 2010년 11월에는 현재의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변경했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대관담당 부서에는 국회를 담당하는 인사들도 있다. 계열사 대관담당자들이 국회와 정당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하는 각종 국회와 정치권 정보, 계열사 관련한 정보들을 총괄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국회업무를 전담하는 국회팀은 삼성물산(건설부문) 출신의 A임원으로 알려졌다. 10여년 가량을 국회업무를 하다가 임원으로 승진한 인사다. 그는 오랫동안 국회를 출입해 왔기 때문에 주변인맥을 꽤뚫고 있다. 웬만한 보좌진보다 오히려 더 많이 보좌진, 당직자 등 정치권 인맥들을 알고 있을 듯하다.

삼성그룹의 국회 담당업무 부서도 언론이나 법조분야 담당부서만큼이나 중요부서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이 실시되면 비상이 걸릴 정도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임원진 가운데 증인·참고인 출석요청 동향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대관업무는 마치 국정원의 스타일과도 흡사하다. 계열사간, 직원들간에도 칸막이가 있을 정도다. 삼성내부인사들도 서로가 속속들이 업무를 모른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베일에 싸여 있다. 누구를 만나는지, 구체적인 활동반경은 어떤지 제대로 모른다. 평상시에는 입법동향, 정당의 지도부와 정책위원회 동향, 원내의사일정과 원내전략, 대정부 질문 내용 등 그룹사에서 관심갖는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삼성그룹은 개별적이고, 은밀하게 접촉하고, 관련 정보를 파악한다. 그룹 계열사마다 일일동향 보고를 한다. 경영지원실에서는 매일 수집되는 정보를 파악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주요 정보는 미래전략실 국회팀으로 보고될 것으로 짐작된다. 미래전략실로 개편되기 전까지는 삼성그룹의 아성(牙城)은 구조조정본부였다, 그룹 계열사의 정예멤버들이 파견 나가 삼성그룹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각종 대관업무를 총괄하고 있을 때였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별칭답게 영향력 실감

지금은 구조본을 대신해 미래전략실이 그 역할과 기능을 맡고 있으나 과거의 위상에 비해 떨어진 듯 보인다. 구조본 시절에는 당시 이건희 회장의 측근인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무 총괄 사령탑이었다. 구조본 시절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결국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까지 유발시켰다. 지난 2007년 11월 23일 국회에서 통과된 삼성그룹의 불법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삼성 비자금 의혹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실시된 것이다. 당시에도 ‘삼성공화국’ 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삼성그룹은 치밀한 정보력과 우리 사회 곳곳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필자는 삼성그룹의 대관업무의 치밀함을 오래전부터 지켜봤다. 15년전쯤인 15대 국회 당시 보좌관 시절이었다. 당시는 우리나라는 외환유동성 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던 때였다. 특히 국내 재벌들이 문어발식 기업확장과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등 정도가 심했다. 재벌 내부가 문제투성이었다. 이 같은 내부경영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재벌들은 초긴장상태였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자금난을 겪으며 구조조정의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을 때다. 필자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의정활동을 보좌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재정경제위원회는 지금의 기획재정위원회보다 더 현안도 많았고, 파워풀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인 국세청 본청과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던 날이었다. 실무적으로 작성한 정책질의서와 보도자료 때문에 삼성그룹 대관담당부서와 홍보실 등을 발칵 뒤짚어 놓은 적이 있었다. 국세청은 예나 지금이나 대검찰청 중부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관 중 한 곳이다.

국세청은 법인세 등 각종 국세를 징수하거나 탈세 등 조세범칙 조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본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시를 관할하는 서울지방국세청은 재벌들이 더 두려워 하는 곳이다. 특히 서울청 조사4국의 경우 법인 및 개인 세무조사와 범칙조사를 다루는 곳이다. 조세탈루 조사부서라 재벌들이 벌벌 떠는 곳이다. 검찰 등 사정당국 못지 않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처럼 재벌들이 두려워하는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재경위원회 의정활동을 보좌하면서 당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와 장녀 이부진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정책질의서를 실무적으로 작성하고, 보도 자료로 배포했었다.

짐작대로 난리가 났다. 당시 재벌들의 2세 경영진들에 대해 변칙증여 등이 큰 이슈가 되었을 때였다. 신종금융기법인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이용한 부의 세습이 사회적인 문제로 본격 대두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필자의 휴대폰 벨이 수십차례 울렸다. 끝내 받지 않았다. 마치 벌집을 건드린 듯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아마도 삼성그룹 홍보실이 온종일 사정을 하고 읍소하며 노력한 듯하다. 필자는 그 때부터 삼성그룹의 막강한 파워와 영향력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삼성그룹은 생명보험사 상장문제,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상무시절)가 인수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등이 난제가 많던 시절이었다. 그룹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던 시절에 국회와 각 정당 주변에서 동향과 정보들을 파악하던 실무자들은 계열사의 과장,차장급 실무자였다.

하지만 그 때 의원회관 주변을 들락거리던 실무자들이 지금은 삼성생명 등 계열사 임원자리에 올라 있다. 지금도 국회 주변에 간혹 모습을 비춘 것을 보면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짐작된다. (계속)<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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