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5’(미래의창)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COUNT SHEEP’이라는 영문키워드로 2015년 소비 트렌드를 예측했다. 그 마지막 ‘P’를 장식한 것이 바로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yes)’. 일종의 ‘골목 순례’라고 볼 수 있는 이 트렌드는 2015년 창업 시장에서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면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힐링과 하이킹이라는 트렌드 키워드와 함께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미디어 속 지나친 노출로 신선한 자극이 떨어지고 준비되지 못한 채 남발된 유사 ‘길’들은 제 특색을 갖추지 못하며 그 관심이 한동안 시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첨단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천만관객 영화인 ‘국제시장’의 흥행, 상반기 개봉을 앞둔 ‘쎄시봉’ 등 ‘골목’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길의 발견’과 ‘골목 문화’가 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골목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관심은 그 공간 속 창업시장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 ‘골목’이란 개념이 사전적 의미처럼 좁고 오래된 길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특색 있는 문화를 지닌 공간이라는 더 넓은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넓은 상권이나 대도시 입지가 아니라도 그 매장만의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보여줄 수 있다면 이면도로, B급 입지, 초소형매장 속으로도 손님들이 찾아올 수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골목의 재조명은 예비 창업자에게는 매장 입지 전략을 기존 점포 운영자들에게는 공간의 재활용이란 측면에서 꼭 생각해봐야 하는 힌트가 되고 있다.
소규모 점포 오픈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
얼마 전 2014년 한 해 동안 각광을 받은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스몰비어 프랜차이즈’가 선정됐다.
작은 매장 안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이 방식은 창업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대학가 근처의 소위 ‘젊음의 거리’나 ‘문화의 거리’에는 소자본으로 성공 점포로 자리 잡은 곳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가볍게 맥주 한두 잔을 즐긴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호프 매장보다 회전율도 높은 편이다.
스몰비어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콜라보레이션 주점 ‘바보스’는 B급 입지, 소형매장에서 하루 70만∼100만 원대 매출을 보이며 스몰비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가맹본사의 탄탄한 제품 개발과 고유한 특징 같은 차별성도 한몫을 했다. 40여 가지나 되는 바보스의 다양한 메뉴는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개인만의 시간과 공간을 원하는 2인 이하 손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몰비어뿐만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는 소규모 혹은 소자본 창업 역시 2015년 창업시장의 또 하나의 트렌드다.
이는 ‘알뜰창업’이란 이름으로 최근 개최된 창업박람회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또한 창업 모델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앞다투어 이런 알뜰창업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커피베이’가 단연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커피전문 점포를 오픈하려 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1억 원 선이라고 한다면 커피베이는 그 60% 안팎의 비용으로 가능하다.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예비창업주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커피베이는 오는 2월 4일까지 커피전문점 창업을 하면 추첨을 통해 창업지원금 500만원, 냉난방기, 원두 50kg 등을 지원하며, 창업자 전원에게 순간온수기를 제공한다.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도 커피베이가 ‘골목 문화’ 속에서 부각될 수 있는 강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소규모‧소자본을 통해 무조건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골목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입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그에 걸맞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주변상권에 대한 이해
점포의 형태 꼭 고려해야
이를 위해선 주변 상권에 대한 이해, 매장 객층의 특성, 점포의 형태나 기능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할 대상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정보나 다른 사람의 말을 맹신해서는 안 되고 직접 발품을 팔아 인근 지역을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로 나누어 고객 수요와 입지를 분석해야 한다.
특수한 상권이 아닌 낯선 장소에 매장을 오픈함으로써 색다른 매력을 가진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일을 섣불리 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강남이나 명동 한복판에 존재한 매장을 찾아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공간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바로 ‘골목문화’가 자극하고 있다.
숨어왔던 공간, 숨겨진 브랜드를 찾아 즐기고 SNS에 올리는 이들을 통해 창업 시장은 새로운 마케팅의 돌파구를 찾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고 이를 본 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찾아가는 식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런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서는 그 곳만의 차별성있는 매력 포인트와 완벽한 고객 서비스도 필수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획일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달라지기’를 시도한다”며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하고픈 현대인들의 욕구가 골목 속 창업시장에서 새로운 니즈로 피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ilyoseou@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