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3월 위기설 전모
김무성 3월 위기설 전모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1-26 10:26
  • 승인 2015.01.26 10:26
  • 호수 1082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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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전후 친박계 거사?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서청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 사퇴로 지도부 와해 노려
총선 1년 앞둔 시점에 친박계의 공천권 확보 전략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국정운영 3년차에 돌입한 박근혜 대통령이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고 통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23일 전격 단행한 국무총리 교체와 청와대 쇄신이다.
박 대통령은 당초 인적쇄신을 최소화하는 대신 남북정상회담 추진, 경제 살리기, 강도 높은 규제개혁 등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려 했다. 하지만 의외의 변수가 발생했다. 연말정산 후폭풍으로 바닥 여론이 크게 악화되는 바람에 인적쇄신 요구가 힘을 얻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를 경질하고 그 자리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했다. 청와대 특보단도 구성했다. 대신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키면서 국정운영에 안정감을 도모했다. 또 요직인사 개입 논란을 빚었던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배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취했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이번 인적쇄신으로 여권 전반에 박 대통령 친정체제가 강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내각을 장악함으로써 국정운영의 동력이 새로 생길 것이란 믿음이다.

여권 전반 친정체제 강화

그렇다면 정권 핵심들의 다음 수순은 뭘까. 여의도 정가 관측통들 사이에선 ‘새누리당 당권 재 접수’를 위한 다각적인 시도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재 당은 김무성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지만 지금은 차기 대권을 노리며 당에서 친박계 색깔을 벗기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당의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박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에 앉히려는 시도를 했다. 지금은 자제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의 임기는 2016년 7월까지다. 20대 총선은 같은 해 4월에 치른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건 20대 총선 불안감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실시된 18대 총선에서 친이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했던 악몽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 핵심에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김무성 대표 체제를 조기에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하다. 현재로선 김 대표가 임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년 총선까지 전국 규모의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돌발적으로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친박계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18대 총선 때는 공천학살을 당했지만 친박연대를 만들어 일부 생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박근혜 마케팅’이 먹힐지 조차 알 수 없다. 공천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끝난다는 위기의식이 엄습해 있다.

박세일 카드 안 거둔 김무성

특히 김 대표는 아직도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카드를 접지 않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총선을 앞두고 각 선거구별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현역 의원들을 솎아내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김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의도연구원장 자리까지 빼앗긴다면 친박계로선 제2의 공천학살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 경우 친박계가 전멸할 수 있는 까닭에 김 대표를 도중하차 시키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다른 최고위원들의 동반 퇴진을 유도하는 길이다. 2011년 당시 친박계 핵심이었던 유승민 최고위원이 선도 퇴진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를 붕괴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셈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등으로 지도부 책임론이 일어났었다. 반면, 현재의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갈등, 내부 계파 간 충돌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당 대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악재는 사실상 없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리얼미터의 22일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38%인데 비해 박 대통령 지지율은 34%에 그쳤다.

다만 김 대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길이 없지는 않다. 가장 유효한 수단은 김 대표의 ‘사당화(私黨化)’ 시도에 대한 문책이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가 당을 사유화 하려 한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아직은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가 똘똘 뭉쳐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삼아 여론전을 펼쳐 간다면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김 대표가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카드를 꺼냈을 때 서청원 최고위원이 ‘사퇴’ 으름장을 놓은 일이다. 서 최고위원은 새해 첫머리에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가 박세일 카드를 끝내 밀어붙일 경우 최고위원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최고위원단 6명으로 구성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정원은 7명이다. 이 가운데 대표를 포함한 5명은 전당대회에서 뽑힌 선출직이고, 2명은 대표가 고르는 지명직이다. 현재 지명직 한 자리는 공석이어서 최고위원단은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일 3명이 사퇴하면 정원의 과반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중앙위원회를 통해 결원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현 최고위원단의 인적구성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6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친박계는 서청원·김을동(이상 선출직)·이정현(지명직) 3명이다. 이들이 동반 퇴진하면 ‘거사’가 가능하다. 실제로 김 대표의 수첩 파동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평가를 놓고 친박과 비박이 충돌했을 때 열린 1월 15일 최고위원회의에는 친박 세 사람이 나란히 불참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김 대표와 이정현 최고위원이 연말 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놓고 충돌했다. 김 대표가 이 문제를 두고 친박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하자 이 최고위원이 최 부총리를 대신해 반격에 나서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 최고위원 3인 외에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도 언제든 친박계 입장에 동조할 수 있는 성향이다. 김 최

고위원은 김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깝지만 차기 대권 꿈이 있다. 지난해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최고위원 사퇴 소동을 벌였을 때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김무성 대항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이 최고위원도 김 대표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친박계의 김 대표 압박 전략엔 ‘수첩 파문’도 포함된다. 김 대표가 자신과 유승민 의원을 청와대 문건 파문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발언 내용을 적은 수첩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도적으로 노출해 당·청 갈등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정가에선 친박계가 거사를 일으킨다면 그 시점은 박근혜 정부 출범 2주년을 맞는 2월 25일 전후, 또는 20대 총선 D-1년이 되는 4월쯤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 ‘김무성 3월 위기설’, 혹은 ‘4월 위기설’이 나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그 시점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도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이완구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발탁으로 2월 2일 조기 경선이 실시된다. 친박계 이주영 의원과 지금은 친박계와 거리가 멀어진 유승민 의원이 맞붙는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친박계의 거사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올 상반기에는 새누리당 역학 구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박계는 새해를 맞아 부쩍 김 대표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수위도 아슬아슬하다. 거사를 앞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유기준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260만 당원의 공동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 대표의 모습은 한 마디로 92%의 ‘득템’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공격했다.

물론, 김 대표도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상하이에서의 ‘개헌 봇물론’ 발언 이후 자세를 바짝 낮추고 있지만 친박계가 당권마저 빼앗으려 한다면 결사항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친박계와 김 대표가 맞닥뜨릴 일합의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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