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울트라건설(대표 강현정)을 살펴본다.
골든이엔씨 등 계열사 총수 지분 100%
잇따른 계약해지…관급공사는 자격 제한
울트라건설의 전신은 1965년 7월 설립된 유원건설이다. 1996년 4월 한보그룹에 인수돼 한보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보그룹이 부도를 낸 뒤 1997년 8월 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을 받고 1998년 6월 법정관리를 받던 중 2000년 12월 미국의 울트라콘(Ultracons, Inc.)과 신주인수계약이 체결됐다.
2001년 2월 법정관리 종결 결정을 받은 뒤 같은해 지금의 사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때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건설공제조합 신용등급 AA를 획득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또 울트라건설은 시공능력평가 43위의 중견건설사로 토목 및 관급 주택건설 도급 사업이 주력인 회사다. 참누리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아파트 사업도 진행했지만 분양 사업장이 많지는 않은 상태다.
그런데 울트라건설이 지난해 10월 계열사들과 동시에 줄줄이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했다. 울트라건설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고, 골든이엔씨와 오션뷰 또 유원티비엠건설 등 계열사 역시 회생절차 신청을 냈다.
당시 울트라건설의 법정관리는 두 번째였는데 1997년 법정관리를 신청해 2001년 졸업했으나 계열사 채무 보증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또다시 법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더욱이 현재는 진행 중인 공사가 잇따라 계약 해지되며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은 울트라건설이 지난 20일 한국도로공사와 고속국도 제30호선 상주-영덕 간 건설공사 제9-1공구에 대해 맺은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공급 규모는 47억7000만 원 수준이다.
울트라건설은 앞서 지난해 12월 조달청과의 농림축산검역본부 청사 신축공사 계약도 해지한 바 있다. 해지금액은 계약금 213억 원 중 공사를 진행한 기성액을 제외한 172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주한미군기지이전시설사업 장성급 및 지휘관 숙소시설 건설, 고속도로 제65호선 울산~포항간 건설, 고속도로 제10,104호선 냉정~부산간 확장, 성남시 의료원 건립 등 공사도 해지됐다. 해지 규모만 1000억 원 규모에 달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관급기관 입찰참가자격은 아예 제한, 거래처와의 거래가 중단됐다. 오는 7월11일까지 6개월 동안이다. 이유는 지방계약법 제31조 및 동법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6호 위반(계약포기로 인한 계약미이행)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울트라건설은 “잔여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지만 회사 유동성 악화로 쉽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여 왔다. 그렇다면 왜 울트라건설이 유동성 악화를 맞이해야만 했을까.
울트라건설은 2012년 6억 원, 2013년 9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챙겼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각각 41억 원과 62억 원을 기록했던 터라 의문이 생긴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9억4000만 원, 이익잉여금이 28억 원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잘나가다가 왜?
아울러 울트라건설은 규모나 수익이 막대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적자를 벗어나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회사다. 건설시장이 불황에 파묻혀 허덕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나 선방하고 있던 상황인 것이다.
대체로 울트라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때문에 울트라건설이 창업자 고 강석환 회장의 차녀이자 울트라건설 대표인 강현정 대표의 개인회사를 지원하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골든이엔씨와 오션뷰 등에 대한 무리한 지급보증과 자금지원이 그 예다.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전문기업 네비스탁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울트라건설은 골든이엔씨에 370억 원 한도로 지급보증을 했고 이 중 담보 없이 제공한 금액도 158억 원이다’고 나와 있다.
특히 골든이엔씨는 2007년 설립된 이후 지난해 기준 자산이 246억 원 총 부채는 약 538억 원으로 올라 자본이 잠식되어 가고 있었는데도 강현정 대표에게 24억여 원을 빌려줬던 것으로 보고됐다.
울트라건설은 골프장 운영업체 오션뷰에도 336억2000만 원의 지급보증을 해줬다. 300억 원이 넘는 이 액수는 자기자본대비 44.15%다. 오션뷰가 울트라건설에 갚아야 하는 금액도 총 443억 원으로 상승했다.
지분을 살펴보면 울트라건설의 최대주주는 울트라콘으로 울트라건설의 지분을 51.24%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강현정 대표가 이 울트라콘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울트라건설과 같은 처지가 된 골든이엔씨 지분도 강현정 대표가 100% 가지고 있다.
골프장 운영업체 오션뷰의 경우 강현정 대표가 지분 20%, 그의 동생 강민구씨가 15% 정도를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션뷰도 사실상 총수 일가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한 지분율이다.
이 모든 것이 울트라건설 자체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현정 대표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울트라건설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울트라건설 관계자는 “법정관리나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를 근거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 “당연히 총수 일가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됐다는 지적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으며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한편 강현정 대표는 1972년생으로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어 2003년 부친이 작고한 후 울트라건설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강현정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그가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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