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스’ 김현중 대표가 제안하는 ‘대한민국 1%의 결혼공식’
‘퍼플스’ 김현중 대표가 제안하는 ‘대한민국 1%의 결혼공식’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9-05-12 10:40
  • 승인 2009.05.12 10:40
  • 호수 78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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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드라마일 뿐 현실엔 없다”
‘퍼플스’ 김현중 대표 photolbh@dailysun.co.kr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예법이 ‘관혼상제’다. 그중 혼례는 인륜지대사로 사람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의례로 여겨졌다. 의식과 절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재벌가들은 어떨까? 그들도 자식 결혼 문제로 한숨짓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 경영보다 어렵다는 자식 경영, 그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로 손꼽히는 ‘시집·장가 잘 보내기’ 비법을 상류층 결혼전문가 김현중(43) <퍼플스> 대표를 만나 낱낱이 파헤쳐봤다.

뭇 여성들의 로망인 ‘신데렐라’는 현실에서 가능할까? 답은 ‘NO’이다. 재벌의 자녀가 일반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이르는 경우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다.

재벌가 자녀들에게 부모의 말은 곧 법이기 때문이다. 자칫 대들기라도 했다가는 재산 상속에 큰 타격을 입기도 한다. 결혼 역시 부모가 맺어주는 사람과 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약에 빠지거나 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연예인 등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재벌 2, 3세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일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렇다면 최상류층들이 선호하는 배우자의 조건은 뭘까? 흥미로운 사실은 재벌가에서 제일 싫어하는 집안 중 하나가 정치인 집안이라는 것이다. ‘권력은 한순간이고 잘못 엮이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현중 대표는 “재벌가는 오직 재벌가만 선호한다”며 “그 결과 국내 재벌가의 혼맥을 보면 겹겹겹사돈 등 집안끼리 이리저리 얽혀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했다. 반면 정치인 집안은 최소한 준재벌과 사돈을 맺기를 원한다.

다음은 김현중 퍼플스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간략하게 <퍼플스>를 소개한다면.
▲ 퍼플스가 처음 생긴 건 2001년 4월입니다. 처음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가 아니라 유학파 전문 결혼정보회사로 시작했죠. 이미 결혼정보회사가 몇몇 군데 있었던 탓에 같은 컨셉트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또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들의 경우 결혼 정년기인 사람이 대부분이라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본겁니다.

- 여기서 말하는 상류층이란.
▲딱히 선을 긋고 있는 건 아니지만 큰 전제로는 ‘서울 강남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 자산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프로파일도 훌륭해야 합니다. 학력은 물론 직업이라던가 신체적 조건도 보죠. 그 외 집안환경과 부모님 환경도 취합되고요.
그리고 최상류층은 흔히 말하는 재벌가들을 말합니다. 우리 회사에만 있는 유일한 등급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대통령 집안이나 국무총리 집안, 그리고 재벌 총수들 및 대기업 CEO, 또 장관·국회의원 자제를 비롯해 고위 공직자 집안을 일컫습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원하는 결혼상대는.
▲남성들의 경우 같은 전문직 여성들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아요. 본인이 최고 엘리트다 보니 같은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은 조금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 같은 경우 오히려 웬만한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 살림 잘하고 남편 뒷바라지 잘하는 여성을 가장 선호하죠. 또 25~28세 사이의 어린 여성들을 좋아해요.
전문직 여성들의 경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 남성들을 선호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엘리트다보면 신랑감 고르기가 참 힘들죠. 왜냐하면 자신들이 잘났기 때문에 자기보다 수준 높은 신랑감을 원하거든요.

- 직접 사돈을 맺어 준 상류층 집안은.
▲2002년 전직 대통령 첫째 손주, 2004년 S그룹 셋째딸, 그리고 2005년 전직 대통령 손녀딸의 결혼을 성사시켰죠. 또 같은 해 L그룹과 D그룹이 서로 사돈을 맺게 했어요. K그룹 첫째 손자, 전 국회의원 아들과 딸, H그룹 손주도 평생보필을 소개시켜줬죠.

-가장 까탈스러웠던 재벌가는.
▲까탈스럽다기 보다 S그룹의 경우 궁합을 보더라고요. 하지만 궁합이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100명의 사주를 넣어봤자 그 중 1명이 나올까 말까예요. 그때가 참 어려웠죠.

- 최상류층이 선호하는 배우자 조건은.
▲정치인 집안은 재벌가와 맺어지길 원하지만 재벌가 쪽은 정치인 가문의 자녀를 달가워하지 않아요. 사업적인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가문을 선호하죠. 또 의사·변호사·판사·검사·회계사 등 소위 ‘~사’자 전문직 배우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재벌들은 뛰어난 고문 변호사와 주치의를 두고 있기 때문이죠.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사’자 직업의 사람들이 수입이 높고 명예도 있어 선호하지만 재벌에게는 그저 자신이 부리는 사람 밖에 안 되거든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며느릿감은 사업가 집안 자제 중 이화여대 학부만 졸업한 살림 잘하는 여성이에요. 서울대, 연·고대 등 남녀공학 출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오직 조용히 집안 살림만 할 여자를 원하죠.
그리고 여성 집안에선 하버드·브라운·예일·컬럼비아 등 최소한 아이비리그 출신의 MBA를 선호해요.

-재벌가 중 콕 찍어 누구는 싫다하는 사람이 있나.
▲그쪽에서도 우리 회사에 누가 가입돼 있는지 몰라요. 다만 평판이 안 좋고 매스컴 여기저기에 나온 사람은 싫어하죠. 예를 들어 A그룹 총수의 동생은 재계에서도 개망나니로 소문났었어요. 어려서부터 마약을 즐기고 여자 탤런트와 문란하게 놀았거든요. 그런 친구들 빼고는 ‘누구는 소개시켜주지 마요’ 이런 건 없어요.

-그렇다면 콕 찍어 누굴 소개시켜 달라는 경우는 없나.
▲우리 회사 여성회원분 중에 전직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있어요. 하루는 어머니하고 함께 찾아왔는데 콕 찍어서 S그룹 J부회장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는 보겠지만 힘들 거 같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막무가내인 거예요. 그래서 S그룹 비서실을 통해 그 회사 회장님과 통화를 했죠. 그랬더니 그쪽에서 “감히 A사에서 딱지 맞고 온 애가 누굴 넘보냐”며 화를 버럭 내시더라고요. 그때 참 난감했습니다.

-재벌가 회원 가입시 그룹 비서실에서 찾아오나.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사모님이 직접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세요. 당신의 아들 딸들인데 당연한 거죠. 또 어떤 분의 경우 자기 자식 좀 잘 부탁한다고 가끔 다니러 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저께(4월25일)도 A그룹 사모님이 찾아오셨죠.

-A그룹 자제는 잘 성사됐나.
▲A그룹과 S그룹을 성사시켜줬는데 아무래도 잘 안 된 거 같아요. 여성분이 28살이고 남성분이 32세였거든요. 나이로 봤을 땐 딱인데 몇 번 만나다가 틀어진 거 같아요.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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