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일본어로 대답했다”
“YS 일본어로 대답했다”
  • 김정욱 
  • 입력 2004-10-08 09:00
  • 승인 2004.10.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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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대통령이 ‘한국이 과거 핵물질 분리 실험을 한 것은 핵개발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달 23일 자로 보도했다. 지난 달 22일 마이니치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김 전대통령이 이와 같이 말했다고 보도되자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에 김 전대통령측은 해명 보도자료를 내며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을 인터뷰한 마이니치신문 기자는 김 전대통령의 발언을 확실히 들었다는 것. 마이니치신문 기자는 김 전대통령과 인터뷰를 녹음한 테이프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 전대통령 발언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핵 관련 실험은 핵개발 목적이었다’

지난 달 2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를 가진 김영삼 전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우라늄 분리, 농축 실험과 관련, “당시의 대통령이 핵 관련 실험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며 “핵 관련 실험은 핵개발 목적이었다”라고 말했다는 것. 이와 같은 보도가 나가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외교와 안보에 반하는 민감한 부분을 무책임하게 내뱉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근 아들 김현철씨가 구속된 것에 대한 반발 심리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김 전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각 언론 사이트 등을 비롯한 포털사이트에는 김 전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성토하는 네티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한 포털사이트의 ‘gunmanysh’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김 전대통령의 발언은 정말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설사 그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국제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kyk1127’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그는 전혀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탄했다. 그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김 전대통령 측은 “마이니치신문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역대 정권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특히 내 재임기간에는 확실히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김 전대통령측은 “김 전대통령이 ‘핵 연구에는 많은 인원이 참가하고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소수의 과학자들이 정부 몰래 비밀리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했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김 전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했던 호리 신이치로 마이니치신문 서울 지국장은 “우리가 보도한 대로 김 전대통령이 분명히 말했다”며 “인터뷰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도 있다”고 보도내용의 사실을 주장했다.

YS와 호리 지국장은 서로가 한국어, 일본어에 능숙

김 전대통령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김기수 비서실장은 “한국어를 잘 모르는 일본인 기자이다 보니 발언의 진의가 뒤바뀐 것 같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온지 2년 반정도 됐다고 밝힌 호리 지국장은 한국어로 농담까지 할 정도로 우리말이 능숙하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일본어로 했다는 것. 호리 지국장은 “모두들 알고 있다 시피 YS, DJ, JP 등 그들은 일본어에 아주 능통하다. 특히 YS의 일본어 실력은 거의 일본 원어민 수준에 가깝다”고 호평했다.

호리 지국장은 김영삼 전대통령과는 3번 정도 만났는데 항상 일본어로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호리 지국장을 비롯한 다른 일본 특파원들이 한국어로 질문을 해도 김 전대통령은 일본어로 대답을 한다고 한다. 김 전대통령과의 인터뷰 녹음도 일본어로 돼있다는 것.지난 달 22일 호리 지국장은 김 전대통령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했다고 전했다. 호리 지국장은 ‘김 전대통령 인터뷰는 한 시간 정도 했으며 주 내용은 한국의 핵관련 실험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한편 최근 논란을 빚은 플루토늄과 우라늄 분리, 농축 등의 실험은 전두환 정부와 김대중 정부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등의 과학자에 의해 실시됐다.

1982년 전두환 정부 때 플루토늄 추출실험,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우라늄 농축실험을 실시했던 것으로 한국은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의 핵개발 의혹이 증폭되자 지난 달 말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이 한국에 입국, IAEA의 핵사찰을 받았다. 과거 한국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분리, 농축실험에 대해 정부는 “이 실험은 소수의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 일뿐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그 동안 핵 관련 실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어서 김 전대통령의 발언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호리 신이치로 마이니치 신문 서울지국장
“인터뷰 녹음까지 했는데 왜 부인하나”

- 평소 김 전대통령과는 자주 만났나.▲ 지금까지 3번 정도 만났다. 핵관련 발언을 했을 때가 3번째 만난 것이었다.

- 김 전대통령과는 주로 무슨 얘기를 했나.▲ 같이 식사를 하면서 한 시간 정도 얘기를 했다. 주 대화내용은 한국의 핵관련 실험이었다.

- 김 전대통령은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내용을 부인하는데.▲ 보도한 내용 그대로다. 김 전대통령이 보도내용처럼 말했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며 인터뷰를 녹음도 했다. 물증까지 있는데 왜 자꾸 부인하는지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통역관의 실수나 호리 지국장이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들은 것 아니냐고 한다.▲ 김 전대통령과의 대화는 일본어로 했다. 김 전대통령은 일제시대 세대라서 그런지 아주 일본어를 잘 한다. 나 같은 일본인 기자들이 한국어로 질문해도 김 전대통령은 일본어로 대답한다. 만약 김 전대통령을 한국어로 인터뷰했어도 나 역시 한국어를 알아듣는데는 지장이 없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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