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유명 성형외과 집안싸움 내막
강남유명 성형외과 집안싸움 내막
  • 특별취재팀 기자
  • 입력 2009-05-06 15:26
  • 승인 2009.05.06 15:26
  • 호수 107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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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이 연예인 약물 중독 부추긴다”
故 장자연 사건 당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가 최근 소속 직원의 약물 불법 반출 사실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이 병원 소속 간호조무사 K씨가 프로포폴, 미다졸람(도미컴) 등 수면마취제와 보톡스, 필러 등 미용 약품 등을 빼돌린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것. K씨의 불구속 기소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가 저지른 불법 행위의 배후가 다름 아닌 병원장 A씨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구나 A원장은 불구속 입건된 K씨를 6개월 간 무급으로 복직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원장이 단골손님인 유명 연예인들에게 진료 목적 이외의 ‘부적절한 주사’를 놓아주는 등 적잖은 편의를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A원장이 이 같은 치부를 알고 있는 K씨를 쉽게 내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연예인 프로포폴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유명 병원장이 금지된 처방을 남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원장 총애 받은 K씨, 병원 살림 쥐락펴락”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 원장 A씨는 유명 여배우 J씨와 인기 모델 L씨 등을 단골로 거느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故 장자연씨 역시 A원장의 병원에서 지난 2007년 진료를 받아 경찰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A원장은 최근 소속 간호조무사 K씨(29·여)를 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K씨가 병원 약물을 상습적으로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K씨가 훔친 약물은 프로포폴, 미다졸람(도미컴) 등 마취제를 비롯해 주름관리에 쓰이는 보톡스, 필러 등 미용약품 등이다. K씨는 훔친 약물을 직접 투약하거나 평소 알고 지내던 연예인들에게 건네 짭짤한 부수입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사실은 K씨를 직접 고발한 A원장이 그를 해고하지 않고 다시 병원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손해 본 약물 대금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K씨를 6개월 간 무급으로 고용하기로 했다는 것. 상식적으로 회사 물건을 훔친 직원을 다시 복직 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K씨가 빼돌린 약물 가운데 미다졸람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된 ‘마약류’로 사용과 보관 과정이 매우 까다로운 약물이다. K씨는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직장으로 귀환한 것이다. 이는 A원장과 K씨 사이에 특별한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원장의 이런 선택에는 복잡한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 이 관계자는 “수년 간 A원장 밑에서 일하며 돈독한 총애를 받은 K씨는 사실상 병원의 살림을 쥐락펴락하는 실권자였다”고 말했다. K씨가 병원에 들어오는 약품 대장과 관련 서류들을 직접 관리했다는 것. 월권이나 다름없는 K씨의 위세에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토했지만 소용없었다. A원장은 항의하는 직원들을 잇달아 해고하고 K씨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A원장이 제공한 연예인 특혜는?

병원장의 후광을 업고 K씨는 동료 조무사인 S씨(29·여)와 함께 병원에 비치된 미용 약품은 물론 마약류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손댈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다른 직원이 보는 앞에서도 서로에서 약물을 투약하는 대담한 일탈도 서슴지 않았다.

A원장이 비리를 저지른 K씨를 섣불리 내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이를 알기 위해선 A원장의 병원이 상당수의 스타급 연예인을 단골손님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원장과 K씨 등 조무사들이 이들 유명 고객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일종의 ‘고급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가 연예인들 사이에서 수면제 대용으로 남용되면서 일부 연예인들이 단골 병원을 통해 이를 공급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A원장 은 연예인들을 상대로 이 같은 배려를 자주 해줬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원장이 일부 연예인에게 처방전 없이 약물을 투약해주거나 진료 기록을 적당히 수정해 주기도 했다는 것. 이 같은 A원장의 ‘남다른 배려’가 뛰어난 수술 실력과 더불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예인 약물 남용에 대한 경찰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A원장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K씨의 불법 행각을 경찰에 고발해 선수를 쳤다는 얘기다. 그는 “A원장이 K씨를 이용해 수사를 피하는 대신 K씨를 안고 가기로 한 것 같다”며 “이런 일은 유명인을 상대로 하는 성형외과라면 어디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적발된 연예인 마약 사건과 더불어 일부 유명인사들의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병원과 이들 사이의 검은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것이 수사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특별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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