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의 열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은?
김준기 회장의 열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1-23 09:09
  • 승인 2015.01.23 09:09
  • 호수 1083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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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건설 잃고 캐피탈 다시 찾는 사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동부그룹이 부실에 빠진 제조업은 대부분 잃고 금융을 비롯한 몇몇 계열사만 남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동부의 뼈아픈 구조조정은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 등 비금융계열사의 70%가 팔려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캐시카우로 분류되는 동부화재와 같은 금융계열사를 담보로 타 금융계열사를 지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모태 된 제조업 모두 포기금융·농업·전자만 남겨
보유한 화재 지분 대다수 담보 잡혀향방은

현재 동부는 잇단 계열사 매각으로 대기업집단에서 밀려나 재계 순위 4050위권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한때 총자산이 48조 원에 계열사 64개로 재계 순위 18위를 달리던 동부가 이처럼 쪼그라든 것은 자산규모로 확인된다.

지난해 동부그룹의 총자산은 177890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7조 원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비금융계열사는 모두 팔리고 금융·농업·전자계열사들만 남은 결과다.

인베스트먼트 지원에 밀려
결국 건설 법정관리

타 대기업으로 넘어간 것은 동부발전당진과 동부특수강이다. 동부발전당진은 SK, 동부특수강은 현대차의 품으로 떠나갔다. 동부익스프레스의 경우에는 KTB프라이빗에쿼티와 같은 사모펀드에 팔렸다.

또 동부CNIIT부문 자회사 FIS시스템을 정리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특히 동부건설은 그룹의 시작점임에도 재무구조 악화로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동부제철 역시 아직 자율협약 중이지만 향후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하면 매각으로 가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앞서 동부그룹은 2013년 말 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결정권을 쥔 산업은행과의 불협화음으로 매각은 지지부진했고 자금사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게다가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동부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증거가 됐다.

캐피탈 구하기에 동원된
애꿎은 캐시카우 화재

이 와중에 동부는 동부캐피탈을 되찾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현 동부캐피탈은 동부의 채권은행인 산은의 소유인데 이를 재인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동부가 대부분의 계열사를 버리고 금융과 농업·전자만을 남길 것이라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여기에 매번 계열사 구하기에 동원되는 동부화재는 오너 일가의 지분 대다수가 담보로 잡혀 있다. 지금까지는 동부화재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지만 주가 급락 시 담보가치 하락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부화재 주식 중 김 회장과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6%. 이중 90.08%는 은행 등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어 주가가 지나치게 급락하면 반대매매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동부는 모든 것은 포기하고 금융을 살려낸 후에 다시 금융 경영권마저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지분 99.84%와 동부증권 지분 19.92%, 동부캐피탈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의 최정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 동부와 산은이 구조조정을 두고 사사건건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 순조로운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멀리 건너갔다면서 김준기 회장이 그룹을 만들 수 있게 한 건설과 반도체·제철 등을 모두 포기하고도 앞으로 잃을 것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박스] 동부건설 임원들, 자기보유주식 대거 매도
지진 전 동물들의 움직임?업계 눈과 귀 쏠려

동부건설이 최근 일부 임원진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동부건설 임원진 4명은 34044주를 각각 장내에서 처분했다. A 상무와 B 상무는 6800, C 상무는 5000, D상무는 15444주다.

이는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과 맞물려 향후 동부건설의 경영사정이 더욱 악화될 요인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일반 개인투자자가 아닌 해당 회사의 임원이 경영개선은커녕 나서서 자기보유주식을 매각한 데 대한 책임론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현재 동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시공능력 평가순위 25위로 하도급 협력업체가 1347개에 달한다. 만약 동부건설의 위기가 가속화되면 불황인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도 다소 클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원도 한 개인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회사의 얼굴이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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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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