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병폐 분식회계…오너 개인회사와 엮여 터져
매매거래 정지로도 이미 손해…소액주주들 소송 예정
대한전선을 두고 채권단과 한국거래소의 움직임이 바쁘다. 현재 대한전선 채권단은 대한전선 살리기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채권단은 대한전선에 대해 1300억 원의 추가 지원을 계획 중이다.
또 한국거래소는 대한전선의 분식회계 적발과 관련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대한전선은 2011년과 2012년 재무제표에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하는 등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대한전선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부과 및 검찰고발 등으로 엄단했다. 현재 대한전선 주식도 한국거래소에 의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채권단이 추가 지원으로 마음을 굳혀가는 것은 대한전선이 당장 상장폐지되면 타격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추가 지원이 확정되면 대한전선은 일단 상장폐지를 피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한시스템즈 매출채권
과소계상해 손실 숨겨
대한전선의 분식회계는 대한시스템즈의 매출채권과 관련 깊다. 해당 시기에 대한전선이 대한시스템즈의 매출채권에 대해 과소계상한 대손충당금은 2011년 2270억 원, 2012년 2147억 원이다.
그러나 대한시스템즈는 같은 시기 영업현금흐름 적자에 완전자본잠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 대한시스템즈는 고(故) 설원량 회장의 아들인 윤석, 윤성씨의 개인회사다. 설윤석씨는 대한전선 사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10월 퇴임했다.
결국 대한전선은 울며 겨자먹기로 오너 개인회사인 대한시스템즈와 거래를 했고,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손충당금을 간과한 것이다. 이외에도 대한전선은 같은 기간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과소계상하기도 했다.
피해를 본 것은 애꿎은 대한전선 주주들과 채권은행들이다. 은행들이 사들인 대한전선 가격은 주당 2100~2500원이다. 그러나 매매거래정지 직전 대한전선의 주가는 12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설 전 사장이 퇴진한 지난해 10월 초 주식을 산 주주들은 주당 2700원까지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선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 이 주식들은 전부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아직 외부평가기관에서는 대한전선 주식 가치를 주당 1000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결집해 대한전선 및 임원들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해당 소송은 유상증자로 인한 손실과 장내거래로 인한 손실을 별도 구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튄 불똥
채권은행들 손실 불가피
힘 있는 은행들도 마음이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전선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해 산업·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총 10개다. 이들 은행은 대한전선 보통주 5억8400만주, 전환우선주 4억4300만주를 보유해 4분기 약 2100억 원에서 2500억 원 내외의 감액손실이 예상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전선 감액손실 반영에 따른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실적 부진으로 4분기 은행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대한전선의 주당가격이 1000원으로 평가될 경우 하나금융 630억 원, 우리은행 460억 원, KB금융 450억 원, 신한지주 440억 원 등의 은행권 감액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채권단은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미리 5:1의 감자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한전선 채권단이 타 채권단과 달리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채권단의 의지에 비춰볼 때 대한전선의 상장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다각도로 기업을 검토하고 예상치 못했던 변수도 나오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