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 둘러싼 ‘남매싸움’ 전모 2탄
육영재단 둘러싼 ‘남매싸움’ 전모 2탄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5-06 12:58
  • 승인 2009.05.06 12:58
  • 호수 784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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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령 측, “박지만 지시로 육영재단 강탈하려 했다” 주장
육영재단 전.현 관계자들이 잇따라 입건되거나 기소되면서 육영재단 사태가 또 다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3부(민영선 부장검사)는 2007년 육영재단 난입사건을 주도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정용희 어린이회관장 등 7명을 지난달 22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서울 광진경찰서는 노조원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지난달 2차례에 걸쳐 광진구 능동 재단 사무실을 점거한 사건과 관련해 박근령 전 이사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같은달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용역업체 직원 140여명을 고용해 사무실 점거에 가담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미승인 임대수익 사업 등 재단 운영상 법령.정관 위반이 드러나면서 2004년 관할 성동교육청에 의해 취임 승인이 취소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로 이사장직 상실이 확정됐으나 이를 승복하지 못하겠다며 재심 신청의 뜻을 밝힌 상태다.

박 전 이사장 측은 이번 검찰조사로 정씨 등이 벌인 육영재단 강탈 실체가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의 한 측근은 “정용희씨는 박지만씨의 비서실장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는 육영재단 강탈계획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던 인물이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육영재단을 강탈한 세력의 실체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달 초 어린이회관장에 취임한 정씨는 재작년 11월 28일 용역업체 직원 등 100여명을 동원해 재단 사무실에 난입한 뒤 직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박지만씨 측근들 무더기 기소

박 전 이사장측은 정씨가 박지만씨의 지시를 받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재단 직원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나섰을 뿐 박지만씨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이들은 정씨를 비롯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조카 박모씨(48), 오모씨, 조모씨, 박모씨, 장모씨, 최모씨 등이다. 이들은 업무방해, 절도, 공동상해, 공동감금, 공동주거침임, 재물손기,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2007년 11월28일 '육영수여사 탄신 82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빛복지협회 회원 100여명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해 재단을 불법 점거한 뒤 박 전 재단 이사장 등 재단 임직원 26명을 강제로 내쫓은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측은 박지만씨와 박 전 대표의 측근이 이번 사건에 개입된 점을 들어 “박지만씨와 박 전 대표가 육영재단 강탈을 위해 공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육영재단과 박 전 대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박지만씨 측도 이번 일과 직접 개입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 측은 “박지만씨의 측근이 박지만씨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증거를 일부 입수했다”며 “또 이번 일에 개입돼 있는 여러 인사들로부터 박지만씨가 이번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그런데도 박지만씨 측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 13명은 11월 25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커피숍에서 육영재단 침입과 관련해 사전모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가 육영재단 감사실장직 임명과 현금 1000만원 지원에 대한 대가를 박씨에게 사전 약속했다고 밝혔다.


육영재단 정상화 먼길

이와 함께 검찰은 재단침입과 관련해 유모씨를 기소유예하고 신원미상의 A씨를 기소중지하는 등 1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측은 “검찰이 지난달 22일 정씨 등 7명을 기소하고 16명에 대해 입건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밀리에 이 같은 작업을 벌였다”며 “검찰이 기소한 이들 중 박지만씨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지만 확인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지만씨가 기소됐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의 또 다른 한 측근은 “검찰의 이번 조치는 육영재단이 어떻게 유린됐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며 “이번 검찰 수사를 개기로 육영재단을 강탈하고 박 전 이사장을 음해한 세력들이 뿌리뽑혀야한다. 무엇보다 육영재단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검찰수사는 비밀리에 진행된 것으로 안다. 왜 검찰이 공개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고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검찰 수사가 투명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이사장은 1990년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해왔지만 지난해 성동교육청 지시를 불이행한 이유로 이사장에서 해임됐다. 이후 동생 박지만씨가 서울동부지법에 새로운 이사진 임명을 요청한 뒤 법원이 이를 승인해 지난해 12월 이원우 신임 이사장이 취임해 임시이사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2007년 11월28일 육영재단 무단침입 사건에 대해 박지만씨와 그의 비서실장인 정모씨가 한센인과 용역 등 100여명을 동원해 강제로 사무실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박 전 이사장과 육영재단 임시이사진측은 지난 1월경 서로 용역직원을 동원해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이 말하는 육영재단 사태의 진실

[일요서울]은 지난호〈778호 참조〉를 통해 박근령 육영재단 전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한 적 있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은 “재단의 이권을 노린 세력들이 결탁해서 나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언론에선 육영재단 사태를 ‘남매의 난’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사건은 남매간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동생 박지만씨의 육영재단 사태 개입을 부정했다.

또 박 전 이사장은 “지만이는 지금 음모를 꾸미는 세력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있다고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육영재단 탈취음모를 꾸미고 있는 핵심인물은 정용희씨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의 측근들이 전하는 내용은 이와 차이가 있다. 그 측근들은 “박지만씨의 육영재단 사태 개입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 교수는 “육영재단 탈취 세력들의 활동에 박지만씨가 일부 개입돼 있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육영재단의 이권 다툼에 동생(박지만)이 개입된 정황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또 일부 인사들도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무엇이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동생이 음해세력들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에 따르면 정씨가 박지만씨와 박 전 대표를 부추겨 형제간에 이간질을 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모든 사건의 배후라는 것이다. 정씨는 박지만씨의 비서실장이었다는 것 외에 특별히 알려진 내용이 없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박 전 이사장과 신 교수도 정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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