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객실 50개 장기 임대해 하루 1억원 성매매 수입

강남의 특급호텔 객실 수십여 개를 장기 임대해 기업형 성매매를 해온 유흥주점이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강남구 삼성동 R호텔 지하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며 호텔 투숙객과 일반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온 혐의로 C주점 사장 한모씨(46)와 성매매 여성, 성매수 남성 등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씨 등은 서울 강남의 특2급인 A호텔 객실 50여 개를 통째로 장기 임대해 지하 주점에서 술을 마신 남성 손님들로부터 30만 원 씩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유명 호텔들이 유흥업소에 객실을 장기 임대해 주며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호텔들은 유흥업소와의 유착관계를 부인하며 ‘은밀한 객실장사’를 감춰왔다. 이번 사건은 호텔과 업소의 수상한 뒷거래가 사실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에 경찰은 다른 호텔들도 업소에 객실장사를 하고 있는지 계속 조사해 단속할 방침이다.
경찰은 강남의 특급호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단속에 나선 경찰이 R호텔 현장을 급습했을 때 60여개의 객실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R호텔은 지하 3층, 지상 14층으로 객실 246개를 갖춘 특2급 호텔이다.
이들은 이 호텔 지하에 있는 유흥업소의 여종업원과 업소를 찾은 손님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250여 명의 여종업원을 고용한 뒤 하루에만 평균 약 320명의 손님에게 성매매를 알선해 하루 평균 1억3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압수한 장부와 폐쇄회로 화면 등을 토대로 전원 사법처리하고, 유흥주점 업주를 소환조사하는 한편 호텔 관계자와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이 호텔 지하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5층과 7층 객실 58개를 통째로 장기임대해 손님 1인당 3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R호텔측도 유흥주점의 성매매에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R호텔은 ‘2차 손님’을 받으라며 지하 룸살롱에 객실을 임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호텔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성매매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이 업소의 성매매를 묵인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연계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C주점은 호텔 지하 1, 2층에 60여 개의 룸을 갖춘 대형 업소다.
R호텔 은밀한 객실장사 떼돈
R호텔은 C주점에 객실을 임대해주고 일반 투숙객은 받지 않고 2차 손님만 받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주 한씨는 방 한 개에 하루 8만8000원씩 객실료로 매일 510만원을 호텔에 지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C주점의 성매매 영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이 호텔 대표 신모씨(47)를 소환조사한 후 형사처벌 할 방침이다.
호텔 본사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가 이뤄진 사실을 본사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찰도 아직 (호텔이 성매매에 연관됐다는)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본사에서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다. 지금으로선 우리도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방이 단체로 임대돼 성매매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면 미리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호텔 측이 성매매 영업을 알고도 사실상 묵인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업소와 호텔에서 압수한 장부, 주점과 호텔 사이에 설치된 비상통로의 폐쇄회로 TV(CCTV) 자료 등을 토대로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C주점은 철저한 보안시스템으로 경찰단속에 대비했다.
경찰관계자는 “C주점은 3단계에 걸친 보안시스템를 갖췄다. 영업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고 회원들도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업소 입구에서 웨이터들이 회원들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고 입장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단속대비 철저한 보안구축
이 업소의 철저함은 이뿐 아니다. 업소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입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웨이터가 열쇠를 꽂아야만 문이 열리는 이 엘리베이터는 다른 층에서는 서지 않고 성매매용으로 임대한 5층과 7층에서만 멈춘다. 이 때문에 일반 투숙객과 외부인은 호텔 객실에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경찰도 이 같은 철통보안 때문에 여러 차례 잠입에 실패했다.
경찰에 따르면 어렵게 감시망을 뚫고 업소에 잠입해도 내부 감시에 나선 웨이터들이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불시에 손님을 해산시키고, 검거를 시작하려고 하면 예상치 못했던 퇴로로 도주해 버리기 일쑤였다.
한편 호텔 주변에서 표적단속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R호텔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모 그룹 A회장이 소유한 회사다.
A회장은 2002년 대선 직전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2003년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A회장 회사를 단속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첩보가 접수돼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 표적단속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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