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대충돌 ‘김무성 수첩정국’ 노림수
당·청 대충돌 ‘김무성 수첩정국’ 노림수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1-19 10:36
  • 승인 2015.01.19 10:36
  • 호수 108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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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시점, 민감한 자리…김무성 메모, ‘문고리 3인방’ 노렸나

김무성 ‘자작극’ 부인하지만 친박계 등은 ‘자작극’ 의심 
비박계,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7인회’ 거론은 ‘십상시 작품’
김무성 득이냐 실이냐…인적쇄신 세팅했지만 대권행보 ‘부메랑’ 될 수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당·청 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동안 김 대표는 대외적으로 당·청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대처해왔다. 청와대의 파트너로서 박근혜 정부 성공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진실공방전까지 벌어지면서 단숨에 상황을 당·청 갈등으로 돌려놓았다.
김 대표의 수첩이 공개되기 전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었던 날이었다. 인적쇄신 등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무성 수첩’ 한 방에 묻혀버렸다.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에 대해 비관적이었지만 김 대표의 수첩 한 방에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일명 ‘십상시’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강하게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문 이후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당청관계를 들여다봤다.

▲ 정대웅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은 2015년 신년 정국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 될 것이다. 지난 12일 본회의장에서 김 대표는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메모가 적힌 수첩을 들고 있었다.

또 수첩에는‘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이라는 5명의 실명도 적혀 있다. 이준석과 손수조는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과 당협위원장이고, 음종환과 이동빈은 청와대 행정관이다. ‘신’이라고 적힌 사람은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朴, 신년기자회견 다음날
‘수첩’ 공개 ‘타이밍 절묘’

‘문건파동 배후’ 발언은 수첩에 등장한 5명이 지난해 12월 중순 만난 자리에서 흘러나온 대화내용이라고 한다. 이 술자리에 참석한 이 전 비대위원을 통해 김 대표에게 전달됐고, 김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메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먼저 김 대표 입장에서 왜 민감한 시점에 수첩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는지부터 따져보자. 김 대표의 수첩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되기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인적쇄신에 대해서 선을 긋고,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려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3인방에 대해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한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뒤지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걸 나도 확인했다” 등의 두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발언에 대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까지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바로 이때, 김 대표의 수첩이 한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대표의 자작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 대표는 “자작극이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고, 현장을 포착했던 기자 역시 자작극일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는 자작극일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본회의장 내에서 의원들의 핸드폰 메시지 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고, 한 의원의 불륜 얘기까지 터져 본회의장에서는 스스로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한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거나 가져가더라도 절대 꺼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본회의장에서는 언론의 카메라를 신경 쓴다.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 대표가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마디로 “고의적으로 수첩을 펼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수첩정국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음종환 전 행정관으로부터) ‘사건의 배후에는 김무성, 유승민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어서 사실관계 상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 이야기를 전혀 믿진 않았지만, 또 반대로 워낙 사안이 엄중하다 보니까 재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에게 전달할 때도 ‘최근에 청와대에서 근무자들과 어떤 자리가 있었는데 사건의 배후로 당을 지목하는 이야기가 있어 놀랐다’고 전달했더니, 그 자리에 배석한 분 중 하나가 ‘그렇다면 발언한 분이 음 씨냐’고 반문해 사실 확인을 해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전 비대위원이 음 전 행정관에 대해서만 거론했을 뿐 이동빈 행정관, 손수조 청년위원 등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김 대표가 직접 알아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과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고 발언한 것만 봐도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흔적이 묻어나온다.

이는 음 전 행정관이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K,Y, 이른바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겨냥하면서 청와대가 ‘인적쇄신’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도로 만들어 버렸다. 음 전 행정관이 사퇴한 것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짙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비박계의 반격
인적쇄신 어디까지?

바로 이 지점에서 ‘김 대표가 수첩을 통해 음 전 행정관 뿐 아니라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십상시 멤버들을 노렸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뒤에 ‘7인회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들 ‘십상시’ 멤버 작품이라는 게 비박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에서 ‘7인회’ 관련보도도 음 전 행정관 등 십상시 멤버들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음 전 행정관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비서관과도 친구사이다. 게다가 이동빈 행정관은 안봉근 비서관 휘하에 근무하고 있다. 문고리 3인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음 전 행정관을 통해 ‘7인회’에 대한 말부터 찌라시에 가까운 말을 쏟아낸 것”이라며 “청와대가 찌라시를 만든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3인방에 대한 이런 저런 불만들이 쏟아졌다. 이들이 박 대통령을 보필한다는 이유로 권력을 좌지우지함으로 인해 이들이 박 대통령과 연결을 차단하고 있다는 말이 많았다”며 “과거부터 이들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가 여당 내에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가 3인방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이 거론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청와대 인사가 문건 배후로 유 의원을 거론한 것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청와대가 유 의원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 ‘이주영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김무성 수첩이 터진 이후 청와대에 대한 반감이 당내에서 심해지면서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수첩은 자작극이 아니더라도 ‘비박계의 반격’으로 비쳐진다.

실제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소원해져 있다는 사실은 정치권에서 늘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사실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좌장이었던 김 대표가 이후 박 대통령을 헐뜯었다는 소문이 났고, 전당대회에서도 서청원 최고위원을 박 대통령을 간접 지원할 정도였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박 대통령을 잘못 모시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로 박 대통령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이들에 대해 비판해왔던 만큼, 이번 사태도 결국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새누리당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의 수첩은 ▲당청관계에 있어서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대신 당이 끌려가지 않겠다 ▲인적쇄신 요구 등으로 번지면서 박 대통령이 3인방 교체는 없다는 의사를 하루아침에 뒤집었다. 김 대표 측 주변에서 ‘인적쇄신’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청관계에 있어서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적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청관계도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 주변에서는 뜻하지 않게 수첩이 공개됐지만 이 사태를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문고리 3인방’ 및 ‘십상시’ 멤버들을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수첩’ 사건을 두고 “문고리 3인방 및 십상시에 대한 인적쇄신을 통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이 전 비대위원을 활용해 청와대 3인방을 정조준한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무성의 완승
장기적으론 ‘글쎄’

‘수첩 파문’은 김 대표에게‘도랑 치고 가재 잡는’ 정치적 효과를 주고 있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수첩을 통해 문고리 3인방 및 십상시에 대한 인적쇄신이 목소리가 당내에서 봇물을 이루면서 차기 대선 행보에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처지는 안쓰러울 정도다. 청와대에서는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자칫 김 대표를 띄워주고 자신들은 뜻하지 않게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수첩 논란은 장기적으로 위험한 승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김 대표 측에서는 ‘인적쇄신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지만 ‘인적쇄신’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현 권력이 차기 대통령을 당선시킬 수는 없어도, 안 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속설처럼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계속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에서는 반기문 UN사무총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친박계 인사를 차기 대권으로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김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봤을 때 청와대에서는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며 “친박계를 통해 김 대표를 얼마든지 흔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김무성 수첩’ 논란은 일단 김 대표의 승리”라고 덧붙였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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