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도소 저승사자 ‘기동순찰팀’의 실체
[단독] 교도소 저승사자 ‘기동순찰팀’의 실체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1-19 10:32
  • 승인 2015.01.19 10:32
  • 호수 1081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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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이름표 없는 까막이들, 징벌·계구도 마음대로
▲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교도소에는 교도관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동순찰팀(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이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9년 ‘수용질서 확립 원년의 해’를 선포하고 전국 교정시설에 기동순찰팀 250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대개 무술 유단자로 24시간 내내 감옥 복도를 순찰하며 수감자들의 생활 태도를 감시한다. 한 전직 교정본부장은 “기동순찰팀 운영 7~8개월 만에 교정 질서가 완전히 잡혔다”며 “이들은 조직깡패 하고 성격이상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항상 인권문제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일요서울]에는 최근에도 기동순찰팀의 인권유린 사례가 수시로 접수되고 있다.

직권 남용·인권 유린 해도 막는 사람 없어
운동화 꺾어 신고 수건 잘못 놔도 징벌 사유

일반인들은 교도관이나 기동순찰팀을 ‘저승사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수형자들은 이들을 ‘까마귀’ ‘까막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이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 모두 까만 검정색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옷에는 계급장이나 이름표도 달려 있지 않다. 대신 머리에는 팔각모를 허리에는 포승, 수갑, 방망이, 전자봉 등을 차고 다닌다. 보통 4~5명씩 함께 다니기 때문에 수형자들은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다.

반말 하지 말라고 했다가
징벌 15일 처분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청주교도소를 나왔다. 업무방해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던 중 결국 구속 수감돼 교도소 생활을 했다. 교도소를 나온 지 2달여가 지났지만 김씨는 지금도 교도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바로 ‘까막이’들과의 잊지 못할 악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중순경 김씨는 거실 내 재소자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누군가가 신던 양말을 밥 들어오는 식구통에 넣어놔 “누구 거냐”” “더럽게 여기다 두냐?” “치워라”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다른 재소자가 비상벨을 눌러 까막이들이 출동한 것이다.

까막이 등은 김씨를 조사실로 데려갔고 그 자리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그러던 중 기동순찰팀 조사원 중 다른 한 명이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조사 못 받아?”라고 반말을 해 김씨가 “반말하지 말라”고 하자 조사원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엮기 전에 자세 똑바로 하고 순순히 말 들어요”라며 위협감을 조성했다.

이후 김씨는 말싸움이 붙었던 재소자와 상호간에 합의하고 쌍방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까막이들은 김씨가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징벌 15일 처분을 내렸다. 며칠 전 거실에서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받은 것을 포함하면 2회째다.

통상적으로 지침 위반 사항 3회 이상이 적발돼야 독방에 수감되는데 김씨는 단 2번의 지적만으로 15일의 징벌을 받게 됐다. 김씨는 이를 직권남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독방에서는
눕거나 일어날 수 없어

김씨가 수감된 독방은 대략 4.62m2(약 1.4평) 규모였다. 독방은 아주 차가웠다. 보통 취침 전에 가져다주는 담요 2장이 전부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담요 2장으로 버티기 힘든 게 사실이다. 게다가 김씨가 지급 받은 담요가 하도 얇아 투명해보일 정도였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아침이 되면 다시 가져간다.

김시에 따르면 독방에는 CCTV와 스피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수감자들은 징벌기간 동안 이곳에서 누울 수도 일어 설 수도 없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어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곧장 스피커로 지적 사항이 전달된다.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까막이들이 들이닥친다

사실 김씨는 허리에 협착증 등이 있다. 그래서 독방 담당 교도관에게 의무기록을 확인 시킨 후 아플 때는 잠깐 누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하루는 너무 허리가 아파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데 까막이들이 감방으로 들이닥쳤다. 까막이들은 누워 있는 김씨를 강제로 끌어내려고 했다. 김씨는 “허리가 아파 누워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억지로 끌려 나왔다.

결국 김씨는 또다시 조사실로 끌려갔다. 김씨는 조사실로 가는 도중에 창밖을 쳐다보며 “시부랄 드러워서 징역 못살겠나”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까막이가 임의대로 추가징벌을 내렸다.
교도소 내부에서 까막이들의 권력이 세다보니 수감자들은 매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다못해 재소자들끼리 말을 해도 징벌을 받고 쳐다만 봐도 징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모든 규율이 까막이들 마음대로였다.

교도소 내에서 수감자들은 기본적인 인권도 초상권도 없다. 병원을 갈 때든 싸움이 났을 때든 까막이들은 항상 캠코더를 갖고 와 재소자들을 수시로 촬영한다. 그렇다고 사전에 촬영 동의를 얻는 것도 아니다.

▲ <뉴시스>

교도소 시설도 엉망
추위로 동상 걸리기도

김씨는 교도소 생활이 힘든 이유로 수시로 일어나는 인격침해와 기본적인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주교도소 내부 시설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도배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감방 내부에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 있다. 제일 황당했던 것은 화장실 문이 거꾸로 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문을 열고 닫으려면 2~3명의 도움이 필요해 밤에 갈 때면 동료 수감자들의 깨워야 할 정도다.

난방시설도 문제다. 아무리 죄를 지은 죄수라 해도 최소한의 난방은 해줘야 하지만 전기세를 이유로 난방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반 사동을 비롯해 독방 등에서 동상에 걸리는 재소자들이 있다.

김씨도 독방에 있을 당시 손가락과 발가락에 동상이 걸렸다. 하지만 교도소에서는 연고 하나만 줄 뿐이었다. 실제 김씨가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같은 감방에 있는 또 다른 재소자도 동상에 걸렸다.

까막이들이 수감자들을 괴롭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운동화를 꺾어신는다거나 방에 수건을 잘못 놓아도 징벌을 받는다. 또 방에 앉을 때는 순번대로 앉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곧장 징벌을 주고 조사실로 데려간다. 심한 경우에는 취침 시간이 지난 시간에 들어와 잠자는 수형자들을 깨워 번호대로 앉았는지 확인해서 순번대로 앉지 않을 경우 징벌을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어떤 것들이든 까막이들이 원하면 그것이 징벌 사유가 되는 것이다.

김씨는 “교도소 내에서 까막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며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담당 계장이 지시를 해도 까막이들이 계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감자들은 불합리한 징벌에도 크게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순순히 끌려 가는 게 낫다. 반항해봐야 좋을 게 없다”고 말할까. 수감자들이 이렇게 까막이들을 무서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반항하다가 소위 ‘먹방’이라고 불리는 중구금실에 끌려갈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중구금실에서는 보통 8시간 동안 묶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오직 화장실 갈 때와 밥 먹을 때만 포승을 풀어준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다양한 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권투 헬멧·투구 모양의 머리보호장비, 허리에 차는 금속보호대, 수갑, 발목보호장비는 물론 보호침대, 보호의자, 보호복, 포승 등이 모두 계구다. 이 계구들은 신체를 보호한다는 명복으로 사용되지만 반대로 신체를 구속하는 도구다.

특히 머리보호장비는 고무로 된 헬멧인데 턱을 고정하는 게 목적이라 얼굴 전체가 꽉 껴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허리·손목·발목에 채우는 계구는 금속 재질이라 세게 옥죄면 피부가 파이기 십상이다.

‘계구의 규격과 사용 방법 등에 관한 규칙’ 제14조에 따르면, 계구를 사용할 때 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참고해야 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주거나 신체 기능을 훼손해선 안된다. 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7조에는 계구 사용 요건으로 감옥 밖 장소로 수감자를 호송할 때,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때, 위력으로 교도관 등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하는 때, 감옥 시설을 망가뜨리거나 안전을 해칠 우려가 클 때 등으로 정해져 있지만 얼마든지 교도소 측과 까막이들이 자의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김씨는 교도소에 있을 당시부터 까막이들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부터 난방시설 등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를 위해 법무부 교정본부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서를 넣거나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정보가 ‘부존재’한다며 비공개 처리되거나 “피해자·가해자 등이 특정되지 않아 접수가 되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 대부분이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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