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은 태생적, 신은미는 감성적 종북”
“황선은 태생적, 신은미는 감성적 종북”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1-19 10:27
  • 승인 2015.01.19 10:27
  • 호수 1081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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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황선 ‘종북 논란’ 2개월 스토리

조계사 ‘통일토크 콘서트’로 시작…북한세습 미화 발언
이석기 사건, 통진당 해산과 맞물려 진보 정체성 논란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종북 논란’의 시작은 2014년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통일토크 콘서트’였다. 이 콘서트는 형식적으론 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최했다. 그러나 실제론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와 그의 남편인 윤기진 씨가 공동의장으로 있는 ‘민권연대’가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콘서트에서 신 씨와 황 씨가 북한의 세습체제 등을 미화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강연 동영상 원본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수단체는 즉각 두 사람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국 순회 콘서트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 익산 콘서트 때 한 고교생이 위험물질을 투척해 부상자가 나오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황 씨는 처음에 이 학생의 선처를 요청했으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배후를 규명해야 한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하는 무리수를 뒀다.


조계사 콘서트를 시작으로 종합편성 채널들에서 신·황씨에 대한 정밀 점검에 들어갔다. 두 사람과 친북단체들은 이를 “보수언론의 종북몰이,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그 동안 한국사회 곳곳에서 뿌리내린 ‘종북 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근절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3대 쟁점 북한 입장 대변

신 씨는 자신의 북한 방문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펴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연재물을 엮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가 논란이 일어나자 취소됐다. 하지만 벌써 국비로 1200권을 사들여 청소년 시설 등에 배포된 뒤였다.

책 내용 중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 남북의 3대 주요 쟁점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간접화법을 통해 주장하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 또 ‘꽃제비’ 같은 북한의 어두운 구석은 완전히 무시한 채 호텔, 공원, 기념관 등 밝은 면만 조명했다. 북한체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건물의 사진도 수백장 게재됐다.

신 씨는 “책과 강연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내용은 없었다. 허위 보도로 인해 폭탄테러까지 당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남편 사업도 엉망이 됐다. 가족들과도 멀어졌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는 자초한 측면이 있다. 첫 논란이 일어났을 때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활동을 지속했다. 신 씨는 “탈북자의 70~80%가 북한으로 되돌아가길 원한다” “북한 주민들이 젊은 지도자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

신씨는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남이나 북에서 나를 이용하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남-북 갈등에 남-남 갈등까지 불러온 마당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선 씨는 콘서트 출연을 계기로 과거 행적도 논란이 됐다. 그는 1998년 방북해 ‘통일대축전’에 참석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에는 옥중서신이 북한의 평양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책 제목은 ‘고난 속에서도 웃음은 넘쳐’였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동시에 나왔다.

평양출판사는 통일전선부 산하 813 연락소가 운영하는 곳으로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책을 찍어내고 있다. 황 씨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출간된 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출간된 황 씨의 시집 ‘겨울꽃’에도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황 씨는 2001년에 또 한 차례 수감생활을 했다. 이적단체 가입,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였다. 또 2005년에는 북한에서 열린 남북대학생 상봉모임에 참석했다. 명예손님으로 초청받았다.

황선 시집 ‘겨울꽃’ 논란

황 씨의 종북 논란 하이라이트는 ‘기획 출산’ 의혹이다. 조선로동당 창건 60주년인 2005년 10월 10일 10시에 평양산원에서 제왕절개로 둘째 딸을 낳았다. 황 씨는 “우연찮게 북한 방문 중에 출산을 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정권은 황 씨의 출산을 소재로 ‘옥동녀’라는 단막극까지 만들어 체제선전에 활용했다.

황 씨는 또 자신의 일기, 옥중서신, 친북 성향 기사를 게재하는 ‘자주민보’를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천안함 사건은 기본적으로 조작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나의 기쁨을 백 배로 만들었다” “북한은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로 건설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검찰이 압수한 일기장엔 ‘방북 선배들이 허튼 길로 발 돌렸을 때 우리는 배신스러워 했으나, 님은 가슴 아파 했겠지... 장군님께서 아끼시는 일꾼 중 하나인 나도 못 살면... 못 살면 장군님이 가슴 아프시겠지...’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채널 6·15 방송’을 진행하면서 ‘종북 채널’ 의혹을 샀다.

이들의 활동에 분개한 탈북자들은 북한의 실상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를 무시했다. 말하고 싶은 곳만 찾아다니고 알리고 싶은 일만 말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활동에서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이라든가 한국에도 정치범 수용소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황 씨는 박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황선은 태생적 종북, 신은미는 감성적 종북”이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반도 사정에 어두운 신 씨가 황 씨에게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 씨는 “내가 신은미 선생님을 이용했다면 콘서트 때 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런 일이 없다. 이용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 ‘끝장 토론’ 제안

꼬박 두 달 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은미·황선씨를 둘러싼 종북논란은 ‘신은미 강제 출국, 황선 구속’으로 1막을 내렸다. 그러나 2막이 남아 있다. 신 씨는 미국에 돌아가 재미 친북단체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LA 공항에서는 재미 보수단체와의 충돌이 벌어져 현지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신 씨는 앞으로 미국에서 강연을 다니며 친북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남-남 갈등에 이어 미국에서도 교포사회의 알력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황 씨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신은미·황선 씨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한국에서 ‘진보’와 ‘종북’을 구별하는 계기가 됐다. 때맞춰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도 내려졌다.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한 지하 혁명조직 ‘RO’의 실체도 드러났다.
한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6일 ‘통합진보당 창당과 야권연대에 개입한 대북 사과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일요서울’은 1월 5일자로 발행한 1079호 기사에서 ‘북한이 이미 노태우 대통령 시절 말기부터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하 의원은 결의안을 통해 “2011년 공안당국에 발각된 ‘왕재산 간첩사건’의 북한 지령문에 의하면 북한은 간첩단을 통해 통진당 창당과 야권연대의 배후조종 및 무장폭력혁명까지 기도했으며, 지령을 받은 간첩단은 실제로 이를 옮겨 대한민국 정치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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