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60~70년대는 경공업중심으로 산업(1.0)이 발전했고, 80~90년대에 들어으로 옮겨가며 최근엔 중화학공업, 전자산업(2.0)이라면 산업혁신 3.0이라는 융합신산업인 제조업 혁신 3.0의 전략이 이행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연말부터 신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사람, 사물, 공간 등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생성·수집·공유·활용하는 사물인터넷, 산업 각 분야에 쓰이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이란 평까지 듣고 있는 3D프린팅이 그 예다.
또한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으며 생성, 유통, 소비가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 분석이 어려운 데이터 집합을 의미하는 것에 많은 논리를 부여하는 빅데이터 산업에 관심이 높아져 정책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금융규제철폐,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제조업 부문에서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을 개발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IT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 분야를 육성해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제조업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금융규제를 철폐해 해외소비자들도 편리하게 국내 상품,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간편결제 활성화, 금융과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사업 추진 등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의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되는 로그잼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 기업, 국민이 하나 되어 킹핀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 일각에선, 과거의 습관을 답습, 아집과 편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것들은 창조경제의 걸림돌로 로그잼과 같다.
로그잼이란 북미지역 벌목 채취 수량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는 캐나다 벌목공들은 베어낸 나무를 강가에 쌓아 하류로 흘려보낸다. 이때 강폭이 좁은 지점에 이르면 유속이 빨라지면서 통나무들이 서로 병목현상을 일으켜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이를 ‘로그잼(logjam)’이라 한다.
초보 벌목공은 이런 상황을 만나면 어디부터 어떻게 손댈지 몰라 헤맨다. 하지만 노련한 벌목공은 당황하지 않는다. 상황을 분석한 다음 수많은 통나무 중 딱 하나를 골라 큰 망치로 집중 공격한다.
신기하게도 한 개의 통나무를 쳤을 뿐인데 나머지 통나무들까지 스르르 풀려 버린다. 그 하나의 통나무를 ‘킹핀(King Pin)’이라고 부른다. 진흙으로 덮인 우리의 상태를 로그잼이라 생각하면 이것을 해결하는 킹핀 역시 존재한다. 삶에도 벌목공들의 노련한 지혜가 필요하다.
킹핀은 여기서 수백, 아니 수천 개의 거대한 통나무들이 막혀 있어도 벌목꾼들이 통나무 하나만 제대로 치우면 정체현상이 말끔히 사라지고 모든 나무를 술술 흘려 보낼 수 있다. 볼링에서 킹핀의 역할은 스트라이크를 유도한다. 킹은 1번핀이 아니라, 1번핀 뒤에 숨어 있는 5번핀이 바로 킹핀인 경우가 많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특히 금융권에서는 핀테크를 활용한 PB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을 방문해야 받을 수 있던 PB 서비스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제공하는 기술을 앞 다퉈 개발하고 있다. 자산관리 시장을 키워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금융부문에서는 IT와 금융의 결합을 통한 융합을 본격화하고, 모험자본 활성화 등 금융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공인인증서 등 사전규제 폐지를 카드사에서 보험과 증권분야로 확대하는 등 핀테크의 진입장벽을 완화키로 했다.
창조경제의 걸림돌이 되는 로그잼 해결을 위한 킹핀으로서의 규제개혁, 기술개발 등 등 앞다투어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없어야겠다. 중요 정책을 시행하기로 해놓고 제도 시행을 위한 하위규정들의 미비, 관련 부처와의 충분한 교감이 되지 않아 삐그덕 거리거나, 감독당국의 과보호 내지는 사소한 것까지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지양되어야겠다.
무엇보다도 신뢰성 확보가 급선무라 할 것이다. 한꺼번에 전면 시행하는 것보다는 모의테스트 등,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문제점은 없는지와 제도변경에 따른 고객의 공감대 형성, 감독당국의 철저한 감시, 감독으로 졸속 시행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