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면세대전…황금알 두고 벌써부터 힘겨루기
막 오르는 면세대전…황금알 두고 벌써부터 힘겨루기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1-19 10:16
  • 승인 2015.01.19 10:16
  • 호수 1081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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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면세점 출사표 던진 현대산업개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불붙는 면세대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로써 국내 면세점 사업은 선발 사업자인 롯데· 신라는 물론 후발 사업자인 신세계·한화에 이어 현대가()까지 굵직한 재벌들이 연일 뛰어드는 판국에 이르게 됐다.

기존 롯데·신라에 신세계·한화·현대까지 눈독’ 
현대백화점도 의중 밝혀범 현대가끼리 부딪힐까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정식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2일 기존에 보유한 현대아이파크몰에 면세점 사업을 강화해 유통업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은 아직 3개월가량이 남아 있다. 이에 타 면세 사업자나 후보군들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정 회장이 직접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 나와 선언함으로써 의지를 다졌다.

특히 정 회장은 지금까지는 아파트나 주택 개발을 주로 했지만 앞으로는 상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택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생각이라며 반드시 면세점 사업권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황금알을 낳는 면세사업을 두고 재벌가의 쟁탈전이 치열할 것임을 예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시장 규모 8조원
매년 10% 성장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75000억 원에 이어 올해 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045000억 원이던 시장 규모는 201368000억 원으로 이미 3년 만에 50%의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이는 면세점 사업이 요우커의 구매력에 급성장하며 같은 유통업인 백화점·대형마트 홈쇼핑과 달리 불황을 모르는 산업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 면세점 매출은 연 10%가 넘게 오르며 공항 면세점 대비 2배 이상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에 있는 면세점은 총 6개로 롯데가 3, 신라·동화·워커힐이 각각 1곳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도는 2000년 이후 변함 없던 것으로 신규 사업자의 서울 진출 허용은 15년 만이다.

선발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는 다소 안정적으로 면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롯데는 서울 외에도 부산·제주 등 5, 신라는 서울과 제주 등 2곳이다. SK가 운영하는 워커힐이나 롯데그룹과 혈연이 있는 동화도 꾸준히 사업을 영위하며 자리를 지켰다.

특히 롯데는 2009년 애경이 운영하던 코엑스면세점까지 삼키며 덩치를 키워왔다. 현재 롯데와 신라, 워커힐의 매출은 해마다 10~20%씩 늘고 있으며 동화만 홀로 역성장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이 변동되면 동화의 입지가 더욱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정적인 판을 잠시 흔든 것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며 기회가 된다면 서울 시내도 진입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지난해에는 김해공항 면세점에도 진출하며 의중을 더욱 드러냈다. 한화의 경우에는 갤러리아가 지난해 제주공항 면세점에 진출했고 역시 서울에도 뜻을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들여다보면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면세점 매출의 56.72%를 차지했다. 75000억 원중 42000억 원가량의 매출이 모두 서울에서 일어났다는 의미다. 이에 신세계와 갤러리아는 물론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범 현대가까지 앞다퉈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 같은 치열함은 시내뿐 아니라 공항에서도 마찬가지다. 8년 만에 변경되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도 입찰이 당장 다음 달이다. 지난달 열린 입찰설명회에는 GS홈쇼핑, 하나투어 등 면세사업 경험이 없는 기업들을 포함해 30여곳이 대거 참여했다.

현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 한국관광공사의 지난해 매출이 2조 원가량임을 감안하면 그 열기가 이해된다. 그러나 공항 면세점의 치명적인 단점은 임대료 부담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가 이번에 제시한 최소 입찰금액은 7080억 원이다. 단위면적으로 환산하면 3.313444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사업자로 선정되면 5년간 운영권을 보장받는 만큼 같은 기간 임대료로 35000억 원가량을 부어야 하는 것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항 면세점은 대외 이미지 측면에서 중요할 뿐 이윤 창출에 있어서는 막대한 임대료가 걸림돌로 작용해 힘들다면서 같은 조건이라면 시내 면세점이 공항에 비해 수익률이 훨씬 높으며 잘 나가는 롯데와 신라도 공항보다는 시내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년째 적자 나던
아이파크몰 반등 기회?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그간 유통보다 건설에 힘을 쏟았던 범 현대가 그룹이다. 잘 알려진 아이파크 등 브랜드아파트를 통해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해온 것이 그 예다. 이러한 현대산업개발이 돌연 면세점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끝날 줄 모르는 건설업 불황과 쇼핑몰 적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지난해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2013년에는 1400억 원의 영업손실로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중 유통 계열사인 아이파크몰은 10년째 적자를 이어오다가 지난해에만 반짝 흑자를 낸 상황이다.

이에 면세점업계에서는 정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의 의지는 높지만 과연 사업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면세점의 경우 타 유통업과 달리 사업자가 미리 상품을 모두 매입한 후 재고를 책임지고 판매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이러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또한 같은 범 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도 인천공항 면세점 등 면세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같은 핏줄끼리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현재로서는 현대백화점그룹과 함께 입찰에 참여할 의향은 없다면서 향후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시 소매유통 쪽 사업파트너 영입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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