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하자마자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표 소환까지
약점 드러난 카카오페이·뱅크월렛카카오…향방은
앞서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다음과 카카오를 합병하면서 모든 것을 연결하는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합병 전부터 증권가에서는 둘의 시너지에 대한 소문이 돌았고 공식발표로 기정사실화되자 일제히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합병 직후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의 감청 여부를 두고 여론이 나빠지면서 다음카카오는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다음카카오가 더 이상 감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번에는 수사기관에 미운 털이 박혀 고초를 겪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석우 대표가 다음카카오의 음란물 방치 혐의로 소환된 것이다. 이에 주변에서는 보복을 위한 표적수사라며 비난이 일었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는 추락한 후였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감청과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대신 이용자에게도 개인정보 제공 내역을 공개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페이팔·구글월렛 등
해외 서비스에 못 미쳐
그 와중에 다음카카오가 박차를 가한 것은 모바일금융 부문이었다. 지난해 9월에 출시한 카카오페이와 11월에 내놓은 뱅크월렛카카오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간편결제를 내세운 카카오페이는 미리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 후 결제 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는 온라인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나 이르면 올해 초 오프라인까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 전자지갑으로 통하는 뱅크월렛카카오는 미리 현금을 충전해놓고 일정 한도 내에서 송금하거나 온·오프라인 결제, 그리고 ATM을 통한 인출이 가능한 서비스다. 원래 은행들이 만든 뱅크월렛을 카카오톡으로 옮겨와 기반을 넓힌 셈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가 폭넓게 자리잡은 상태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 회사인 페이팔과 아마존 월렛,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이 그 예다. 구글과 애플 등도 각각 구글월렛, 애플페이 등으로 모바일결제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전자상거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Active X) 등으로 제약이 많았다. 이에 정부가 창조경제 육성의 일환으로 핀테크를 주장하면서 초기 서비스에 나섰던 다음카카오도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을 통한 금융 서비스와 기술을 아우른다. 여기에 들어맞는 것이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였던 셈이다.
증권가도 이에 발빠르게 반응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핀테크 육성을 위해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같은 날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6.93% 급등하기도 했다.
김미송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음카카오의 노력이 최근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향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카카오 광고 성장성을 확인해주고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한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광고매출액 성장,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0% 상승했다”면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압도적인 트래픽을 보유한 다음카카오의 핀테크 수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가맹점·출금일 등
약점 극복해야
그러나 세부적인 향후 전망은 다소 갈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600만명, 거래대금은 3897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뱅크월렛카카오도 기대보다는 늦지만 누적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경쟁사인 네이버보다 한발 빠른 행보다. 네이버는 일본에 자사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통한 라인페이를 내놨지만 카카오페이와 비교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또 네이버페이는 아직 출시 전으로 이르면 올해 2분기 발표되지만 시장 선점에서는 한발 밀린 모습이다.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에도 약점이 꽤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경우 결제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 가맹점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뱅크월렛카카오는 송금 후 하루가 지나야 돈을 인출할 수 있고 양측 이용자 모두 앱을 설치해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단점 등이 부각됐다.
아무리 핀테크 수혜주라도 다음카카오가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확률이 낮은 이상 최근 론칭한 서비스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핀테크가 편리한 결제서비스 정도에 그친다면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대출 등을 통해 실제 이익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빅데이터 관련주 역시 수년 전부터 기대 업종이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등 정책 수혜주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우려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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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