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이름 앞세워 대부 유혹?…피해 급증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대부업체 선두주자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 이름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러시앤캐시는 새해를 맞이해 자사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저축은행의 금리와 동일하게 대출을 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고객과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해당 상품의 연체금리는 어차피 대부업 최고액인 34.9%를 넘어가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의 이름을 걸어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한 상술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리 일시 인하…연체금리는 대부업 최고 수준
늘어나는 빚쟁이…금융위원회 규제 강화 천명
러시앤캐시의 대출 상품 중 ‘되니까 300’ 대출은 “러시앤캐시 첫 고객이라면 OK저축은행 금리로 대출신청 가능! 은행대출 혹은 카드론만 이용할 경우 대출한도는 무려 2배”라는 안내문을 내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대출한도는 최소 1000만 원 이상 최대 1500만 원으로 규정돼 있고 이 역시 심사 후 확정이라는 전제가 있다. 금리 역시 연 29.9%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신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연체금리는 최고 34.9%에 달한다.
금리만 따져 봐도 대부업 법정 최고 금리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앤캐시가 신규고객을 늘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저축은행 이미지를 투여한 모습이다. 때문에 소비자의 눈을 가린 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현재 저축은행을 보유한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향후 5년 내(저축은행 영업허가일 기준) 대부잔액을 40% 이상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대부업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인데 불구하고 이러한 상품을 대놓고 광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어길 경우 저축은행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당국의 방침과도 역행하는 듯 보인다. 러시앤캐시의 일부 지점 상담원도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대출이 급하거나 금융 상품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고객입장에선 대부업이 곧 저축은행인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러시앤캐시는 그동안 과도한 이미지 미화 광고를 내보내면서 여러 차례 질타를 받은 바 있어 더 큰 비판을 낳고 있다. 앞서 러시앤캐시는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 “(은행과) 하는 일은 비슷해” 등의 문구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또 무대리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해 이미지 세탁을 한다거나 유아 및 청소년들이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낸 것도 논란을 만들었다.
또 다른 대출 상품인 누구나 무상담 300 대출도 “누구나, 무상담으로 대출해 준다더니 너무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고객들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당시 금융당국도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과장광고로 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용 관련 단체들 역시 이러한 부분들을 절대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점으로 분류한다.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이용해 대부업의 어두운 단면을 감추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이 1금융권과 대부업 사이의 계단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역할론도 대두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의 한 관계자는 “러시앤캐시의 되니까 300 대출은 저축은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의 경계심을 낮추는 만큼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부업을 이용하는 소비자 대부분이 은행권 대출을 받을 여력이 없다는 말이고, 다시 말하면 당연히 연체 이자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러시앤캐시가 연체금리를 대부업 최고 금리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저축은행과 관련해서는 “저축은행은 여건상 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부업체를 찾지 않도록 중간 단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OK저축은행도 마찬가진데 29.9%나 34.9%나 서민이 느끼는 부담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러시앤캐시의 한 관계자는 “상품은 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 않겠냐”면서 “우리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따르는 업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엇갈리는 견해들
소비자 현혹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출 안내를 봐도 모든 금리와 적용 대상 등을 고지하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끊임없는 논란 속에 앞으로 대부업 광고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1년 11월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과도한 빚은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 등의 경고 문구를 해당광고 최대글자의 3분의 1 이상의 크기, 광고 5분의 1 이상의 노출시간으로 삽입해 대부업 대출의 위험성을 알릴 것을 의무화한 제도의 연장선이다.
그동안 대부업체들이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경고문구가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교묘하게 광고를 제작한다는 불만이 폭주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따라서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광고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연구용역을 이미 발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알려진 개선안 포함 내용으로는 광고 속 경고 문구 강화와 특정 시간대 방송광고 금지, 광고 횟수 제한 등이 포함된다.
다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TV광고와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앤캐시의 ‘되니까 300’ 상품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만한 부분을 찾지는 못했다”고 경계를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등이 대부업 TV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대부업법 개정법률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세부사항은 이학영 의원안이 대부업 TV 광고 전면 금지를 권했고, 부좌현 의원안은 최고이자율 표시 의무화 심재철 의원안은 대부업 광고 청소년 시청 시간대 방영 금지가 들어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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