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병역 논란vs 노블레스 오블리주
황제 병역 논란vs 노블레스 오블리주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1-19 10:03
  • 승인 2015.01.19 10:03
  • 호수 1081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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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특혜로 욕먹는 한솔…딸이 자원 입대한 SK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솔그룹 창업주 3세 조모씨가 병역 특혜 혐의를 받아 논란이다. 산업기능요원으로서 대체 복무를 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벌가의 자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병역 특혜를 받았는지가 쟁점이다. 아울러 조모씨의 혐의는 자원 입대한 최태원 SK 회장의 차녀 최민정 소위와 비교돼 더욱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반대의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두 사람을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산업기능요원 대체복무…불시점검때 적발 
사회복무요원 모집 피하려 행정소송 불사
 
조씨는 24세로 한솔그룹의 창업주인 이인회 고문의 손자이자 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의 아들이다. 조씨는 2012년부터 서울시 금천구 소재의 금형 제조업체에서 병역을 대신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다. 
 
그의 주 업무는 부품 설계 도면을 작성하고 보조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조씨는 여타 대체 복무 요원들과 달리 업체 측이 별로도 마련해 준 사무실에서 근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 출근도 일정하지 않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병가를 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병무청이 지난해 10월 대체복무자들에 대한 불시점검에 나섰고 조씨가 제대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2개월여에 걸쳐 확인해 조씨와 해당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현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이형택)에서 지난달 24일 해당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지방병무청을 통해 제출 받고 수사 중인 상황이다. 검찰은 정확한 수사를 위해 조씨를 출국금지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서울병무청이 적용한 법률 조항은 산업기능요원이 편입 당시 지정업체의 해당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 편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제41조다. 이 조항은 2007년 가수 싸이의 대체 복무 부실 근무 논란을 계기로 2009년 개정된 바 있다.
 
면제 가문?
 
그런데 한솔그룹은 조씨의 혐의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이유가 또 있었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황제 병역으로 논란이 된 조씨는 공익근무요원(사회복무요원) 소집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 법적 대응을 시도하다 무산됐다. 
 
산업기능 요원 편입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내 놓은 상태다.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는 2013년 초까지 조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행정법원의 부장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병역법은 지정된 업체에서 복무하지 않아 산업기능요원 편입이 취소된 경우 현역병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재소집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체검사상 사회복무요원 판정이 나온 조씨는 부실 복무 기간 동안을 사회복무요원으로 재소집돼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군다나 조씨의 병역 혐의는 한솔그룹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조씨의 아버지 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역시 면제를 받았기 때문에 “도대체 왜 한솔그룹 일가는 모두 병역에 문제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모든 의혹에 대해 한솔그룹 측이 전면 함구하고 있어 사태는 조금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조동만 회장을 비롯한 조씨일가는 계열분리를 한 지가 벌써 14년 전”이라면서 “조씨의 병역 혐의에 대해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동만 회장과 조동길 회장의 면제 의혹과 관련해서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답했다. 면제 사유라도 밝힌다면 의혹이 풀리지 않겠냐는 물음에도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반기업 정서를 극도로 올린 이들과 다르게 친기업 정서를 올려놓은 장본인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딸 최민정 소위가 그 주인공이다. 한솔그룹 입장에서는 시기 상 불행이겠지만 최민정 소위가 이러한 호평을 받은 이유도 공교롭게 군대였다. 
 
앞서 최민정 소위는 지난해 11월 26일 임관했다. 최태원 회장의 둘째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인 최민정 소위는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군 장교로 입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 지난 9일에는 한국형 구축함(KDX-Ⅱ)인 충무공 이순신함(4천400t급)을 타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다시금 화제를 일으킨 가운데 조씨의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이 몰고 온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는 향후 조씨와 관련된 수사의 진척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 부자들은 군대를 안 간다? 
조씨가 부른 후폭풍, 군 면제자 재벌들 ‘재조명’ 

한솔그룹 가문의 조씨가 병역 특혜 혐의를 받으면서 국내 주요 재벌가(家) 남성들의 병역 면제 실태가 재조명 받고 있다. 2011년 연합뉴스가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자 124명의 병역 사항을 파악한 결과, 당시 20대로 미정인 경우를 제외한 115명 중 면제자는 총 37명으로 면제율이 32.2%에 달했다. 

집안별로 살펴보면 한솔그룹이 범(凡)삼성가인 터라 삼성가 남성들이 가장 눈에 띈다. 우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군 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질병으로 면제됐다. 이건희 회장의 조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군대 생활을 하지 않았다. 

범현대가의 병멱 면제 리스트에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올라 있다. LG그룹은 구본진 LG패션 부사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의 장남과 차남 등이 가지 않았다. 

GS가의 경우 허창수 회장의 아들 등이 면제됐고, SK가는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이 면제됐다. 이 외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도 면제 대상자다. 

병역 면제된 이들의 사유로는 질병과 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적 상실, 과체중, 시력 이상, 장기유학에 따른 외국 영주권 취득 등이 있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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