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락앤락(회장 김준일)이 텀블러 디자인 표절 의혹으로 신년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심차게 내놓은 별자리 텀블러 제품이 2013년 스타벅스가 출시한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락앤락 측은 “표절이 아니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아 락앤락과 소비자 간의 온도차가 지속되고 있다. 스타벅스 측에서도 “양사의 제품이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며 상도덕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표절 아니다” vs “비슷하다고 느낀다”…대립각 세워
대표 제품군 만들기도 전에 표절시비…누구 말 맞나
락앤락이 지난 12일 출시한 별자리 텀블러는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2013년 출시했던 제품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양사의 별자리 텀블러 콘셉트,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2013년 7월 한국시장 진출 14주년을 기념해 별자리 텀블러와 머그잔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삽시간에 품절이 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락앤락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별자리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12개의 별자리로 구분된 텀블러를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락앤락은 “밀폐용기에 이어 텀블러를 대표 제품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국내보다 먼저 텀블러를 출시했던 중국 시장에서 보온병 및 텀블러 부문 브랜드파워지수 1위에 오른 만큼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락앤락은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배우 이종석을 모델로 기용해 제작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데 한 몫 했다.
해당 광고는 타 브랜드보다 4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종석 락앤락 광고를 봤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종석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가 빛을 보기도 전에 디자인 표절 의혹이 제기돼 히트상품 탄생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제품은 별자리가 위치한 구도와 노란색 초승달, 주변에 위치한 별 등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또 색상의 경우 두 텀블러가 모두 빛의 반사에 따라 투톤으로 나타난다.
다만 뚜껑 및 텀블러의 전체적인 형태와 락앤락 텀블러가 12개 별자리를 각각 표현했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락앤락 제품을 보자마자 스타벅스 제품인 줄 알았다”며 “락앤락이 디자인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 소비자 A씨는 “진짜 똑같이 생겼다”며 “저작권에 대한 양심도 없이 표절을 하다니 창피하다”고 말했다. 또 “디자인의 디테일이 이렇게까지 똑같은 건 일반적인 경우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설마’라고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소비자 B씨는 “혹시 락앤락이 커피프랜차이즈 ‘커피빈’의 아령 텀블러 제조사인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아니냐”며 “설마 대놓고 베끼기야 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이 더 화났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락앤락 측은 “표절이 아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락앤락의 한 관계자는 “별자리 디자인은 특정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고유 디자인이 아니다”면서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별자리에 대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음을 다 확인했고, 자사만의 텀블러 형태와 마무리를 하는 등 락앤락의 고유 디자인으로 출원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또 “색상의 경우 원래 검은색만 출시할 계획이었다가 새해를 맞이한 만큼 밝은 색상도 함께 출시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결과물인데 표절했다는 오해가 생겨서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텀블러는 이미 중국에서 출시됐던 제품이고, 반응이 좋아서 국내에서도 출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락앤락이 중국에서 별자리 텀블러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락앤락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운 상태다. 오히려 스타벅스 측보다 소비자들이 더 도끼눈을 치켜뜨고 있는 모양새다.
스타벅스의 경우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개척자의 위치를 가지고 있어 브랜드 가치와 고객 충성도가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전문점 선호 브랜드 조사에서 스타벅스는 2위와 두 배가 넘는 차이로 1위에 올랐다. 이번 디자인 표절논란도 소비자들이 먼저 “스타벅스 제품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비자 C씨는 “스타벅스의 텀블러, 머그잔, 다이어리 등이 인기가 좋은 것은 그만큼 해당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건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이 다른 회사에서 자기가 만든 것처럼 출시했다고 느껴졌을 때 불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락앤락 측이 디자인과 관련해 논란이 일어난 것이 처음이 아니란 점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앞서 락앤락은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코멕스산업의 물병 디자인을 모방한 점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 한국도자기리빙과도 냄비 디자인 모방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측에서도 “락앤락의 제품이 스타벅스의 것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며 내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디자인팀에 확인을 요청했더니 양사의 제품이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아직까지는 상도의적 차원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스타벅스코리아는 따로 디자인팀을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14주년 기념으로 출시됐던 텀블러 역시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표 제품군으로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텀블러가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락앤락의 향후 행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