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2롯데월드에선…
지금 제2롯데월드에선…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1-19 09:43
  • 승인 2015.01.19 09:43
  • 호수 1081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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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사고·징후들…하인리히 법칙일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하인리히 법칙.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최근 이 법칙은 제2롯데월드로 인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제2롯데월드에서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 논란들을 하인리히 법칙으로 보는 시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안감은 또 한번의 바닥 균열과 원인 모를 진동 현상이 일어나면서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제2롯데월드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들을 모두 되짚어 보고 제2롯데월드의 현황을 살펴봤다.

경고성 징후 1:29:300 이론대로 진행?
원인불명 진동 반복돼…붕괴 공포 급증

사측 “안전문제 없다”…정상 운영 중
서울시 “또 사고 나면 승인 취소” 경고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저층부 사전 개방을 시작으로 제2롯데월드의 문을 열었다. 앞서 교통대란 우려, 잠실역 주변에 나타난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있던 만큼 ‘제2롯데월드가 어떻게 생겼길래’라는 관심도 컸다.

그러나 이 같은 관심은 얼마가지 않아 불안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10월 임시개장 승인을 받은 후 5~6층 통로 바닥에서 균열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바닥 균열이 일어난 5~6층은 식당, 영화관, 의류매장이 들어서 있다. 대리석 바닥으로 포장된 영화관과 의류매장에서는 균열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콘크리트 위에 마감재를 덧씌운 식당가에서는 균열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롯데 측은 “1930년대부터 80년대 서울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의도해서 만든 디자인 콘셉트다”며 “구조적인 균열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설계 때부터 의도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멘트 양생의 문제일 뿐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하는 등 통일되지 않은 해명을 해 논란이 계속됐다. 이 같은 롯데의 해명은 의심만 더 키웠고, ‘의도한 콘셉트’라는 설명을 비웃는 이들도 등장했다.

또 균열이 발견된 곳 외에서도 마감 콘크리트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시민들은 “균열 현상이 건물 붕괴로 이어질까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전면개장 당일 또 한 번의 사고가 일어났다. 실내에서 떨어지는 금속제 낙하물에 협력업체 직원이 다친 것이다. 사고를 당한 협력업체 직원은 쇼핑몰동 3층 유리난간을 고정하는 금속 부품이 이마에 떨어져 인근 병원에서 이마 2바늘을 꿰맸다. 해당부품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cm와 8cm 크기로 건물 내부에 수백 개가 달려 있다.

롯데 측은 “유리 난간을 고정하는 금속부품이 청소 도중 떨어졌다”며 “다행히 비껴 맞아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안전 문제는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제2롯데월드는 에비뉴엘관 8층 천장 부분의 구조물에서 50㎝가량의 균열이 발견됐다. 이 현상은 중앙홀에 설치된 수직 기둥에 붙은 수평 구조물에서 발생했다.

갈라진 건물
멈춘 엘리베이터

또 협력업체 직원이 다치는 사고를 일으켰던 유리 난간의 이음새 여러 곳이 나사가 빠진 채로 방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불안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2롯데월드는 멈춰선 엘리베이터로 구설수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사고는 2번에 걸쳐 일어났다.

처음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은 지난해 10월 31일이다. 에비뉴엘동 사람·화물 겸용 53인승 엘리베이터가 7~8층 사이에서 15분 가까이 멈춰섰고, 직원 한 명이 폐쇄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지난해 11월 2일 4분50초간 엘리베이터가 또 갑자기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2롯데월드 안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진동 현상이 일어나 소방차가 출동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영화를 보는 중에 계속 소리가 나면서 영화관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신고한 관객이 예민하게 느낄 수 있고, 실제 진동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수 발생
아래는 변전소

설상가상으로 아쿠아리움에서 발생한 균열로 인해 물이 새면서 제2롯데월드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이는 아쿠아리움 내부 공간 가운데 수중 터널 구간 인근의 벽에 7㎝ 가량의 균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또 균열이 생긴 곳 바로 아래에는 변전소가 위치해 있어 균열, 누수로 약해진 콘크리트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롯데 측은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인근 구간에 ‘환경 개선 작업 중’, ‘청소 중’ 등의 차단막만 쳐놓고 보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YTN이 해당 사안에 대해 보도를 하던 중 제2롯데월드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손으로 카메라를 막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밖에 제2롯데월드 지하에 있는 잠실역 공영주차장에서도 누수가 일어났다.

제2롯데월드 지하 주차장의 차량 출구와 기존에 있던 공영주차장의 차량 출구를 이어주는 지점으로 연결 공사를 한 이후 누수현상이 발견됐다.

게다가 롯데건설에서 한 차례 보수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수가 계속되고 있어 충격을 줬다. 또한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과 기존의 공영주차장을 잇는 과정에서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벽에 금이 간 사실도 드러났다.

제2롯데월드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16일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는 인부 1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각종 문제들로 이미 수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중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이다.

인부 사망
은폐 의혹도

 

앞서 제2롯데월드는 2013년 6월, 2014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작업 중이던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연이은 사고로 생긴 충격이 가시기도 전 이번에는 유리 출입문이 떨어져 방문객을 덮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27일 1층 쇼핑몰을 나가던 20대 여성 뒤로 미닫이식 유리 출입문이 떨어져 쓰러지는 바람에 머리와 어깨 등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를 당한 여성은 곧바로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뿐만 아니라 인명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롯데 측에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롯데 측에서 사람이 다치고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119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 협력업체 직원이 천장에서 떨어진 금속 물체를 맞고 이마가 찢어진 사고에서도 119 신고는 없었다.

롯데 측은 “협력업체와 방문객이 당한 사고는 크게 다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며 인부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지정병원인 서울병원 구급차를 불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19를 불렀다면 가까운 병원으로 가 부상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신정훈 새정치연합 의원은 “롯데가 사고 발생 시 지정 병원으로 연락하라는 교육을 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산재 은폐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제2롯데월드는 지하 주차장에서 버스가 천장에 끼이는 등 사고 소식은 계속 이어졌다.

숙원사업
악재는 계속

이처럼 수차례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에서 하인리히 법칙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인리히  법칙은 ‘1:29 :300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대형사고 1건이 일어나려면 동일한 원인의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하인리히 법칙의 경고성 징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 삼풍백화점 혹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에 떠는 시민들이 대다수다.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인부 사망 사고 발생 장소 공사 중단 조치와 영화관과 수족관 사용 제한 명령을 내리고, 사고가 또 일어났을 때 임시 사용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경고했다.

이에 롯데는 지난 9일 안전관리위원회 출범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안전관리 활동에 나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제2롯데월드 4층에 위치한 서점 ‘반디앤루니스’ 입구 통로에서 바닥 균열이 발견됐다. 앞서 롯데가 ‘의도한 콘셉트’로 해명한 5~6층의 바닥 균열과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제2롯데월드 붕괴 우려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극대화됐다.

또 지난 16일에는 2층 한 의류매장에서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진동현상이 발생했다. 일부 의류와 천장에 매달린 전구가 떨리는 현상이 일어난 원인으로는 환풍기가 설치된 공조실의 진동이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불안으로만 가득 찬 모양새다. 롯데 측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각각의 상황을 해명하는 모습도 이제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최근 제2롯데월드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지난 12일 찾아간 제2롯데월드 곳곳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한 매장 관계자는 “반복된 사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달과 비교해 손님이 확 줄었다”며 “매출도 줄고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일들로 가족들의 걱정도 크다”면서 “심각하게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인 만큼 안전 논란을 극복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잊을 새도 없이 반복되는 안전 논란이 계속돼 하인리히 법칙이 실제로 일어날지 지켜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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