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故 장자연 문건 내용과 판박이여자탤런트 A씨 고소장
단독입수 故 장자연 문건 내용과 판박이여자탤런트 A씨 고소장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4-07 15:32
  • 승인 2009.04.07 15:32
  • 호수 78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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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뜯고 몸 요구 경험했다” 눈물 증언
A씨가 제출한 고소장 내용.

탤런트 故장자연씨 자살 사건으로 불거진 성접대 리스트에 대한 경찰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연예계 성상납·성접대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씨가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며 남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경찰조사는 장씨의 전 매니저인 김모(40)씨의 소환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장씨 자살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지난 3일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일본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는 한편 위치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또 유족과 협의해 수사 종합발표 때 '장자연 문건'의 등장인물, 피고소인 등을 공개하고 어떤 혐의를 어떻게 수사했는지 모두 알리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일요서울]은 최근 한 여자 탤런트의 고소장을 입수했다. 소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탤런트는 기획사로부터 돈을 뜯기고 성접대를 강요당하는 등 장씨와 유사한 일을 겪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번 장씨 자살 사건과 관련, 연예계 성상납·성매매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과거 연예인 성상납비리를 수사한 검찰 관계자와 국정원 직원 그리고 기획사 관계자, 여자 연예인 등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직접 들어 봤다.

경찰이 지난달 24일 확보한 DNA는 고(故) 장자연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3일 “고인의 전 소속사 옛 건물에서 확보한 96점의 유전자 감식결과 여자 3명, 남자 5명의 DNA를 확보했으나 여자 3명의 DNA와 고인의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건물은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접대장소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이곳에서 확보한 유전자의 주인공이 밝혀질 경우 사건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발표로 일명 ‘장자연 리스트’ 관련인 조사가 다소 맥 빠진 양상이다.

경찰은 그러나 DNA 분석은 수사에서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한 것은 김씨의 소환조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 체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소재파악에 나섰다.

김씨는 휴대전화 로밍을 통해 국내 지인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로밍 핸드폰에 대한 실시간 추적 영장을 받아 이동통신회사를 통한 일본 기지국의 김씨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 조기 검거에 주력하는 한편 일본정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는 과정도 진행 중이다.

김씨의 측근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김씨는 현재 일본 모처에 머물며 한국의 지인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경찰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김씨는 변호인과 구체적인 사건 대책 협의를 마친 상태이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몇몇 인사들과 물밑 접촉해 장씨 문건을 놓고 심도 있게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기획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씨가 도피행각을 최대한 길게 끌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씨가 시간을 끌만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각종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제작에 참여한 한 인사는 “김씨가 마약 반응검사를 두려워해 입국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며 “온갖 추측과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김씨가 빨리 입국해서 모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탤런트 A씨 “나도 당했다”

장씨 문건과 관련해 주변 인물을 탐색하던 중 [일요서울]은 뜻밖의 문건을 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장씨와 같은 조연급인 여자 탤런트 A씨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사본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A씨는 톱스타급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예정인 모 드라마에 출연하는 대가로 기획사 사장과 이사에게 거액의 돈을 건냈다.

소장에는 결국 드라마 출연이 무산된 A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사장과 이사는 욕설과 협박을 퍼부으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이에 사실 확인을 위해 A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A씨는 언론에 이런 사실이 드러나길 원지 않는다며 접촉을 피했다. 그러다 지난 4일 어렵게 A씨를 만나 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씨는 “고민 끝에 취재에 응하기로 했다”고 입을 땐 뒤 “기획사의 이사라는 사람이 어느 날 ‘큰 예산을 들여 제작하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거기에 출연하려면 로비를 해야 한다.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뜯어갔다”고 털어 놓았다.

A씨에 따르면 방송사 관계자와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를 강남의 모 술집에서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술시중을 들었다.

소개를 빌미로 그 자리에 나가 뜻하지 않게 술집 여종업원 행세를 하게 된 A씨는 “당시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정신이 없어서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는 그저 돈 뜯기고 술시중 든 것에 불과해 너무 화가 나고 치욕스러웠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A씨는 “드라마 제작 발표회 이후에도 내가 출연한다는 말이 없어 이사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졌더니 내가 술집에서 제대로 술시중을 못 들었기 때문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돈을 돌려 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돌려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이미 그날 접대비용으로 다 썼다며 못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히려 모든 잘못을 나에게 뒤집어 씌웠다. 나 때문에 다른 애들(소속사 연예인)까지 출연하지 못하게 됐으니 책임지라고 해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눈물까지 흘렸다. 그가 전하는 다음 이야기는 더 놀랍다.

A씨는 “내가 어떻게 책임을 지면 되냐고 물으니까 몸으로 때우라고 했다”며 “말을 듣는 순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다시 물으니 일전에 만났던 그 사람들과 호텔에서 만나라고 말했다. 성접대를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연예인 성접대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곱게 말로하면 안들어

A씨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을 때 이사는 “그러면 연예인 생명이 여기서 끝나는 줄 알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A씨는 이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수개월을 고민하며 돈을 돌려달라고 매달렸지만 방송 출연도 못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결단을 내린 A씨는 이사를 경찰에 고소하고 술접대 당시 자리에 나왔던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A씨는 현재 돈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또 과거엔 CF와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으나 지금은 일이 전부 끊겨 사실상 방송 일을 접었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성접대를 하게 되는 여자 연예인이 많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처음엔 정말 많이 놀랐고 이 생활에 거부감이 들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장자연 자살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성접대를 하는 여자 연예인들은 대부분 출연을 미끼로 이미 오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선 모 여자 연예인이 마약 같은 것을 먹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접대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순순히 성접대를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기획사 관계자가 몰래 약을 술에 타거나 음료수에 타서 먹인다는 것이다.

또 출세와 돈에 눈이 멀어 순순히 성접대에 응하는 여자 연예인도 적지 않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연예 지망생들 중엔 ‘성접대를 하면 빨리 출세할 수 있다는데 그런 것이라고 해서 빨리 스타가 되고 싶다’며 기획사에 알선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띄우기 위한 반강제적 성접대도 있지만 뜨기 위한 자발적 성접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검찰 조사를 받은 적 있는 B의원이 여자 연예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적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한 B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모 인사가 특혜를 부탁하며 톱스타급 여자 연예인을 소개시켜 줬다”며 “성접대를 받긴 했지만 따로 뇌물을 받은 적은 없다. 그리고 모 인사에 특혜를 준적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의원은 성접대를 받은 후 이 연예인에게 200만원을 줬으나 이 여자 연예인은 “이미 다른 분에게 충분히 받았다”며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여자 연예인이 성접대를 대가로 받은 돈이 3000만 원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는 일부 여자 연예인들이 성접대 뿐 아니라 성매매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여자 연예인은 최근 모 인기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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